바로 그날이 왔다. 메르세데스 AMG GT S와 포르쉐 911 카레라 S 카브리올레, 그리고 BMW i8을 비교하는 날이다. 이런 화끈한 차 석 대가 모이면 재밌지만, 동시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게다가 이 차들은 스포츠카라는 목표만 같을 뿐, 공통점이 없다. 그저 모두 2억원 언저리의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차라는 단서뿐이다.  

이 자리에 모인 스포츠카는 저마다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간판스타다. AMG GT S는 510마력을 발휘하는 4.0리터 V8 트윈터보를 앞머리에 얹고, 시공간을 왜곡시키는 롱 노즈 쇼트 테크 스타일로 주변 분위기를 장악한다. 터보 엔진으로 기획 방향을 바꾼 새로운 911 카레라 S는 더 똑똑한 변속기와 조합되어 420마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수평대향 엔진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엔진은 3.0리터로 다운사이징됐다.

i8은 형식 분류상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그런데도 이런 쟁쟁한 스포츠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가능성과 놀라운 표현력을 인정받아서다. 버터플라이 도어를 하늘로 쳐들고, 탄소섬유로 무장한 라이프 드라이브 구조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앞바퀴를 모터로, 뒷바퀴는 3기통 엔진으로 굴리는 수준이지만 달리기 성능은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그것과 맞먹는다.

자,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이들 중 어떤 차를 고를 것인가? 우리는 이 문제를 두고 확실한 결론을 내리고자 했다. 그래서 이런 스포츠카를 선택하는 본질로 돌아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차를 살폈다. 첫 번째 기준은 운전의 재미다. 스포츠카를 평가할 때 아주 중요하고, 더불어 당연한 기준이다. 굳이 부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기준은 ‘허세’다. 여기엔 실로 많은 의미가 담긴다. 예컨대 이런 차를 선택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만족뿐 아니라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도 중요하다. 자신뿐 아니라 남들이 인정할 정도로 멋져야 한다. 멋지다는 뜻은 비단 겉모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브랜드 로고, 차의 분위기, 문이 열리는 방식, 배기음 등 다양한 기준을 내포한다. 결국 허세는 브랜드가 의도한 기획력, 즉 제품의 패키징이다.       

이 석 대의 자동차를 평가하기 위한 평가자는 단 3명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모터 트렌드> 김형준 편집장과 내가 평가를 자처하고 나섰다. 2박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석 대의 스포츠카를 번갈아가며 최대한 경험했고, 한 대씩 골라 리뷰를 맡았다. 더불어 서로의 자동차에 대해 세세한 메모를 남기고, 최종적으로 단 한 대의 자동차를 골랐다.

그렇다면 가장 허세가 좋은 차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석 대 모두 어디 가서 꼬리를 내릴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달랐고, 그것은 곧 고객의 취향으로 연결됐다.

“BMW i8은 장근석 같아. 그냥 그럴싸한 허세뿐이야. 포르쉐 911 카레라 S 카브리올레는 유아인 같고. 허세를 부리긴 하는데(끼를 부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긴 하고) 꽤 생각이 깊어 보여. AMG GT S는 이민호야. 타고나길 잘나게 태어났고, 자라기도 잘 자라서 애써 허세를 부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허세가 뚝뚝 묻어나. 많이 가진 자의 여유랄까?”

김형준 편집장은 석 대의 스포츠카를 이렇게 비유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슨 의미인지 ‘느낌적인 느낌’으로 캐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 명의 배우 중 누가 가장 허세를 부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저 모두가 ‘제각각 잘났다’는 의미로 보였다.     

“나는 BMW i8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있어. 이번 시승 도중 고속도로에서 우연히 또 한 대의 i8과 마주쳤거든. 그때 깨달았어. i8을 타는 누군가의 이미지를 잡은 거야. 이 차를 타는 것은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토니 스타크가 된 기분과 비슷해.”

나윤석의 평가에 나도 동의했다. 남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을 때, 엔진 소리 없이 슬쩍 옆으로 다가가서 하늘 높이 도어를 치켜세우고 내리는 것만큼 멋진 제스처도 드물 테니까. i8은 허세를 부릴 줄 알았다. 따라서 이 차를 타는 운전자도 시선을 즐겨야 했다. 오히려 차에서 내리며 부끄러워서 황급히 문을 닫는 행동이 더 어색하고 이상하게 보일 테니까.

그렇다면 석 대 중 가장 운전이 재미있었던 모델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서 나는 단번에 AMG GT S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재미는 정교한 조종성이나 운전자의 교감, 효율성과 거리가 있다. 이 차는 그냥 미친 차 같았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자동차 게임으로 로그인하는 듯했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사방으로 휘젓고 다니는 용도로 어울리는 차였다. 그만큼 짜릿했고 자극적이었다. 스포트 플러스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천둥이 등 뒤로 떨어졌다. 그리고 곧 아스팔트가 돌돌 말릴 만큼 강력한 토크가 뒷바퀴에서 노면으로 전달됐다. 그러면 차체가 순간적으로 널뛰듯 이동했다. AMG GT S는 매순간 화를 내며 달렸다. 그게 또 재미였다.      

“나도 AMG GT S 쪽이야. 엔진은 역시 배기량이 깡패, 아니 조직폭력배 수준이 재미있어. 무엇보다 묵직하면서도 정확한 서스펜션의 느낌이 정말 좋아. 가진 파워를 다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신뢰감이 즐거움의 원천이야.” 나윤석이 흥분하며 말했다.  

이건 김형준의 생각도 같았다. “공돌이는 i8을 뜯어보는 재미가 무지 클 거야. 경량 스포츠카에서 재미를 찾는 이에게도 i8은 매력이 클 테지. 아무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재미를 보고 싶다면 911 카레라 S만한 차가 없어. 요즘 포르쉐는 어떤 사람이 다뤄도 운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그런데 이들 중 내 심장을 진짜 뛰게 하고 기쁘게 한 차는 AMG GT S가 유일해. 물론, 나는 도로에서 이 차 성능의 절반도 끄집어낼 자신이 없어. 하지만 타는 내내 좋아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그는 GT S를 타며 느낀 자신의 감정을 줄줄 토해냈다. 그리고 결국 섹스로 결론을 지었다(이 얘기는 뒤에 나오는 그의 원고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매우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차지만 그렇다고 운전자랑 호흡하는 걸 게을리하지도 않아. 내가 주는 만큼 반응하고, 서툰 만큼 거칠어지지. 섹스는 피스톤 운동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교감이고 호흡 아닌가? AMG GT S는 궁합이 끝내주는 여자하고의 섹스만큼 재밌어. 매일 밤 함께 자고 아니, 함께 달리고 싶은 스포츠카야.”

반수가 넘는 의견에 따라 허세가 있는 차는 i8이었고, 가장 재미있는 차는 AMG GT S였다. 그렇다면 석 대 중 가장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매력을 가진 것은 어떤 차일까? 예상대로 아직 등장하지 않은 포르쉐 911 일까?

“시승 전에는 BMW i8이 이런 차일 줄 대충 알았어. 하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이번 시승에서 나는 911 카레라 S 카브리올레가 가장 밋밋했어. 수없이 많은 좋은 911 중에 왜 이 차를 사야 할까?라는 질문부터가 문제야. 낭만 정도로 만족한다면 카레라 카브리올레가 제격일 테고, 빈틈없는 편안함이라면 카레라 4S 쿠페가 있어. 최상은 좀 더 무리해서라도 GT3나 터보, 터보 S를 타는 것이겠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번 시승에서 경험한 카레라 S 카브리올레는 그 자체로도 좀 애매해.” 김형준은 자신이 이런 말을 꺼내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나윤석의 의견은 약간 달랐다. “글쎄? 이도 저도 아니라는 것은 ‘어정쩡하다’는 부정적인 뜻일 수도 있어. 하지만 반대로는 수비 범위가 넓다는 뜻이지. 나는 후자의 의미에서 911을 이야기하고 싶어. 이 차는 못 하는 것이 없는 만능 플레이어야. 그게 어정쩡하다는 표현과 함께 나온 장점이겠지.”

각자 다른 의미였지만, 투표의 반수가 넘으며 이도 저도 아닌 차로는 911이 뽑혔다. 하지만 나의 의견은 좀 달랐다. 나는 가장 재미있었다고 얘기한 AMG GT S를 가장 어정쩡한 차로 다시 뽑았다. 이 차의 정확한 용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윤석의 말처럼 911 카레라 S 카브리올레는 만능 플레이어다. 출퇴근에도 쾌적하게 쓸 수 있고, 장거리 여행에도 적합하다. 굽이진 산길, 혹은 본격적인 트랙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밀어붙일 수 있다. i8은 도심형 스포츠카라고 똑 부러지게 정의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매일 충전하고, 매일 정해진 에너지를 소비하며 멋 부리기에 좋다. 이런 차를 타는 오너 중 실제로 몇 명이나 주말마다 서킷을 달리겠나? 즉, 성능의 목표가 정확하다. 반면 GT S는 타면 탈수록 목적을 찾기 어려웠다. 도심에서 타기에 서스펜션은 너무 딱딱했고, 서킷에서 타기에 구성이 너무 고급스러웠다. 그녀를 옆자리에 태우고 다니기에도 부담스럽다. 편안한 차도 아니고, 조용한 차도 아니다. 연비도 나쁘다. 어디에 쓰란 말인가? 그게 내 결론이었다.  

석 대는 라이벌이 아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고려 대상이지만, 비교할 만큼 비슷한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이번 비교의 기획 단계에서 이미 정리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석 대의 스포츠카를 모두 타보고 내린 결과는 어땠을까? 나는 예상대로 석 대가 전혀 다른 관점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 대는 ‘정통’을 고집하고, 다른 한 대는 ‘진화의 결과’였다. ‘미래를 내다보는 창문’의 역할을 한 차도 있다. 실제로 이 구성에서 정상적인 구도는 ‘타도 911’이어야 했지만, AMG GT도 i8도 궁극적인 목표는 달라 보였다. 그저 모두가 2억원 수준의 최고의 스포츠카가 되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을 취했다는 의미다.

이 의견에 김형준 편집장도 동의했다. “셋은 성격과 구성이 완전 딴판이었어. 하지만 제원표의 숫자는 큰 차이가 없었지. 적어도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수치는 그랬어. 게다가 공교롭게 가격도 거의 비슷해. 하지만 어떤 차는 레이싱 감각을 물씬 살린 정통 스포츠카를 표방하고, 어떤 차는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괴상한 설계로 선두를 달려. 미래 기술을 지금 타보라고 주장하는 놈도 있고. 분명 셋은 라이벌이 아니야. 그보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예상과 달리) 꽤 흥미로운 라이벌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거야.”

나윤석은 각 차를 짧고 담백하게 정리했다. “911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혼자 달리고, i8은 가장 미래적이라며 뻐기며, GT S는 여전히 타도 911을 바라. 따라서 내 생각엔 GT S만 라이벌을 의식하는 상황이야.” 듣고 보니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메르세데스가 AMG GT를 기획하며 목표로 삼은 차가 있다면 911 시리즈였을 테니까 말이다.

자, 이제 결론을 내릴 시간이다. 우리는 셋 중에 가장 좋은 스포츠카 한 대를 골라야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취합하더라도 승자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나는 GT S야.” 나윤석이 후회 없다는 듯 말했다. “이 차는 운전자의 가슴을 뜨겁게 해. 그것이 없으면 진짜 스포츠카가 아니지. 내 예상과 다른 결론이야. 나도 이렇게 대답할 줄은 몰랐네. 911아, 너는 충분히 좋은 차지만 이번엔 아니야.”

나는 끝까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BMW i8의 손을 들었다. 끌까지 911을 리스트에 넣었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강하게 기울었다. 애초 GT S는 최종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단 하루만 타도 허리가 아프고, 주유소에 두 번이나 들러야 하는 구성은 경제력을 떠나 비현실이라는 생각이다. 석 대 중 실제로 소유한다고 가정할 때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탈 수 있는 차라는 관점으로 봤다. 그리고 i8을 골랐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목받는 멋진 패키징과 효율성이 승부의 열쇠였다.

“결국 스포츠카야. 스포츠카는 성능으로 말해야 하고, 운전자에게 기쁨 이상의 희열을 안겨줘야 해. 그런 점에서 나는 AMG GT S를 이번 시승의 승자로 선택했어.” 김형준이 최종 승자에게 투표를 했다. “비록 타는 동안 허리가 아팠고, 실내 버튼 배치가 어수선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차를 운전하는 동안 ‘진짜 차를 몰고 있구나’ 하는 기분을 받았어. 게다가 2억원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는 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 많더라고. 어디까지나 허세는 성능 다음이니까.”

최종 평가를 내린 우리 모두는 단 1퍼센트의 미련이나 후회도 하지 않았다. 실제 비교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했고 제품을 경험하고, 고찰한 뒤 내린 결론이었으니까. 마지막 투표가 끝난 후 승자가 결정됐다. 이번 왕좌의 게임에서 반수가 넘는 동의로 AMG GT S가 최고의 스포츠카로 뽑혔다. 이제 새로운 왕을 찬양할 시간이다.

2015 MERCEDES-AMG GT S
기본/시승차 가격 1억936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2인승, 2도어 쿠페 엔진 V8 4.0ℓ DOHC 트윈터보, 510마력, 66.3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공차중량 1570kg 길이×너비×높이 4560×1940×1300mm 휠베이스 2630mm 복합연비 7.3km/ℓ CO₂ 배출량 240g/km

운전자의 감정을 뒤흔드는 AMG GT S

난해한 무대였다. 특징이 뚜렷이 구별되는 스포츠카들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한 스포츠카지만 제원상 격차가 커서 가속시간과 같은 계측 데이터로 우열을 가릴 일도 아니었다. 공통분모가 아예 없진 않았다. 석 대 모두 차값이 2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스포츠카들이었다. 엇비슷한 가격대라는 공통점이 나온 이상 판단 기준은 한결 명료해진다. “너라면 어떤 스포츠카 살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면 된다. 이 질문에 대해서라면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 AMG GT S!”

2억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근데 내 생각에 셋 중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차는 GT S밖에 없다. 파워가 제일 세고(510마력, 66.3kg·m), 가장 먼저 시속 100킬로미터에 다다를 수 있어서(3.8초) 하는 얘기가 아니다. 모자람이 없기 때문이다. 911 카레라 S는 부드러운 컨버터블 섀시와 불끈불끈하는 터보 엔진의 불협화음이 신경 쓰인다.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어 보이는 요즘 911답지 않다. i8은 경이로운 엔지니어링으로 완성한 스포츠카지만 그 성능까지 경이롭진 않다. 얇디얇은 타이어와 경량 탄소섬유 섀시가 빚어내는 경쾌한 조종감각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시장엔 그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그 못지않은 경쾌함을 선사하는 경량 스포츠카가 엄연히 존재한다. GT S는 다르다. 섀시와 엔진의 불협화음도 없고, 절반 값의 어떤 스포츠카도 이 차의 독보적인 기운을 대신하지 못한다.

이 차가 지닌 성격도 독보적이다. 차는 보닛이 길고 뒤끝은 짧다. 운전자는 차의 중심에서 더 물러나 앉는다. 레이스카에 가까운 고전적인 비례다. 맞다. 메르세데스 AMG는 도로용 스포츠카에 레이스카 감각을 불어넣었고 이는 이전 SLS AMG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진짜 레이스카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움직임에 생동감 넘치는 ‘레이스카 감각’이 담겨 있다. “승차감이 뻣뻣해서 시내에선 너무 힘들었어.” 칼럼니스트 나윤석의 말이다. “마치 일반도로의 굴곡 같은 건 아예 계산에도 넣지 않고 레이스 트랙에서의 움직임만 신경 쓴 차 같아.” GT S의 레이스카 감각은 SLS AMG보다 치밀해진 섀시에서 비롯된다. 돌덩이처럼 단단한 앞 서스펜션은 힘차게 노면을 움켜잡고, 스티어링은 가볍지만 정교하게 차의 방향을 바꾼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무른 뒤 서스펜션과 언제든 망설이지 않고 파워를 끌어내는 트윈터보 V8 엔진이 차의 움직임에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굽이진 도로에서 보여주는 생동감과 솔직한 반응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함께 호흡하며 달리는 즐거움은 더욱 크다. GT S는 내가 달아오른 만큼 뜨거워지며 잠시 숨을 고를 때면 따라서 차분하게 흥분을 가라앉힌다. 20여 킬로미터의 굽이진 시승 코스에서 GT S와 합을 주고받으면서 나는 누군가와 인생 최고의 섹스를 했을 때와 같은 희열을 느꼈다.

세상에 힘세고 빠른 스포츠카는 많다. 빈틈없이 정확한 반응이나 날렵한 움직임으로 즐거움을 주는 스포츠카도 많다. 하지만 운전자의 감정을 쥐고 흔드는 마성(魔性)까지 지닌 스포츠카는 드물다. AMG GT S는 넘치는 힘과 속도, 생동감과 정교함에 마성까지 더한 스포츠카였다. 뿐만 아니라 이 차는 있어 보이려 애쓰거나 짐짓 겸손한 척하지도 않았다. 차체 비례부터 파워, 주행감각까지 모든 점에서 과잉이었지만 그조차 자연스러웠다. 그건 스포츠카의 흔한 허세(虛勢)가 아니라 애초부터 많은 걸 가지고 태어난 차의 여유로운 권세(權勢)였다. 망설임 없이 AMG GT S를 최고로 꼽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다. 김형준

권장 사용자 7세 이상
다 좋은데 꼭 이렇게 크고 요란한 버튼으로 공간을 채워야 했을까? 게다가 기어레버가 너무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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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의 메모
1 시내에서는 ‘죽을 것’같이 힘들었는데, 굽이치는 산길에서는 ‘죽이게’ 재미있다.
2 AMG의 맛이 물씬 난다. 수컷의 향기다.
3 서스펜션은 약간 유격이 있는 것 같지만 느낌이 명료해 조향 감각이 절묘하다. 어떤 상황에서는 묵직하고, 또 어떤 때는 잘 담금질된 무쇠처럼 매끈하게 반응하며 고급지다.
4 디자인 하나로 끝이다. 강렬하다. 운전하며 귀족이 된 기분이 들었다.
5 모든 것이 생생하다. 이런 감각이라면 한계에 도전할 수 있겠다. 무서워도 하고 싶다.

김태영의 메모
1 차가 너무 딱딱하다. 멀쩡한 도로를 달리면서도 섀시와 서스펜션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2 이 차는 물리법칙과 싸우지 않는다. 오히려 물리법칙을 짓밟고, 완전히 지배하려 든다. 넓은 차폭과 트레드, 단단한 서스펜션은 코너에서 롤을 완전히 상쇄한다. 시트는 운전자를 꿈적도 못하게 잡아둔다.
3 코너에서 출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ESP를 과감하게 꺼야 한다(3단계). 최소한 스포트 핸들링 모드에 들어가야 코너에서 엉덩이가 훨씬 더 잘 따라붙는다.
4 그러다가 차를 완전히 제어할 수 있을 것 같을 때가 위험하다. 특히 파워슬라이드에서 방심하면 반대편 차선을 보게 된다.
순간적으로 접지력을 확 잃었다가 되찾는 타이어 감각 때문에 드리프트가 불안정하다. 엉덩이가 미끄러질 때 섬세하게 제어하지 말고, 가속페달을 과감하게 밟아 뒷바퀴를 계속해서, 더 빠르게 태워야 한다.
6 가속력은 거의 마약 수준이다. 우렁찬 배기음과 풍부한 토크감이 짜릿하게 온몸에 배어든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면 곧 금단 현상이 찾아온다.

2016 PORSCHE 911 CARRERA S CABRIOLET
기본/시승차 가격 1억6490만원/1억8900만원(예상) 레이아웃 뒤 엔진, RWD, 2+2인승, 2도어 컨버터블 엔진 수평대향 6기통 3.0ℓ DOHC 트윈터보, 420마력, 50.9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공차중량 1530kg 휠베이스 2450mm 길이×너비×높이 4499×1808×1290mm 복합연비 TBA CO₂ 배출량 TBA

지나치게 세련된 911 카레라  S

스포츠카는 감성적인 물건이다. 실용성을 위해 선택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재미와 멋이 없는 스포츠카는 말이 되질 않는다. 911이 터보 엔진을 달겠다고 했을 때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반응이 나온 이유다. 첫째, 사운드다. 모두를 경악시켰던 2014년 F1 레이스카의 소리를 기억하는가? 비록 911이 페라리처럼 교성을 내지르는 쪽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가래 끓는 듯한 금속성 사운드에선 특유의 허스키한 섹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운드는 좋은 면과 서운한 면이 겹친다. 노멀 모드에서는 2000~3000rpm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때는 영락없는 승용차 엔진이다. 이렇게 매끈하게 돌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정말 빠르게 달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새 룸미러 안에 점이 되어버린 차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전에는 없던 사운드가 추가되어 허전함을 달랜다. 바로 흡기음이다.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으면 뒤에서 ‘쉬익~’ 하며 터보차저가 빠른 속도로 흡기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이 소리로 밋밋해진 배기음을 상쇄한다. 이를 위해 신형 911을 흡기 시스템의 일부가 실내를 지나가도록 설계했다. 나쁘지는 않지만 911답지 않다. 그러나 고회전에서는 영락없는 911 박서 엔진의 건조한 듯 맹렬한 사운드가 작렬한다. 게다가 코너 직전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슉!’ 하며 압축된 흡기를 스로틀 밸브에서 뽑아내는 블로 오프 밸브의 소리가 짜릿하다. 이 소리는 가속 페달을 코너 직전까지 밟게 만드는 마약 같은 존재다. 결과적으로 달리는 페이스가 올라가고 터보 래그를 신경 쓸 필요 없는 고회전 영역을 더 즐기게 된다. 마치 이 소리 하나가 911의 터보 엔진 사용 설명서 같다.

주행 감각은 너무 안정적이다. 굽이진 산길을 빠르게 달리는데 짜릿하지가 않다. 내 실력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인데 타이어에서 소리도 나지 않고 주행안정장치가 개입하지도 않는다. 일부러 차를 흔들어보니 분명 켜져 있는데 말이다. 손으로 전달되는 노면 감각도 ‘별일 없으니 걱정 말라’는 듯 평온할 뿐이다. 시승차에는 옵션인 PDCC, 즉 ‘포르쉐 다이내믹 새시 컨트롤’ 액티브 서스펜션이 탑재되어 차체는 코너에서 기울어지는 느낌도 없다.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PDCC를 선택하면 4륜 스티어링 시스템도 함께 선택된다. 뒷바퀴가 코너링 상황에 따라 정확한 방향으로 자동 조절되니 이전에는 RR 방식의 고출력 모델인 카레라 S나 GT3 계열에서 짜릿하게 느껴졌던 뒷바퀴의 좌우 움직임이 너무 세련되게 정리돼버렸다.

너무 안정적이고 빨라서 재미가 없다. 나도 운전석에 앉았을 뿐 승객이 된 기분이다. 하지만 즐기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노멀 모드에서 서스펜션을 느슨하게 풀고 달리면 차체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하중의 변화가 커진다. 그다음 인디비주얼 주행 모드에서 서스펜션만 노멀 모드로 선택하고 열심히 달린다. 즉, 섀시를 디튠해야 내가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나온다. 그런데 꽉 조여놓은 차를 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스포츠카의 인체공학적 기준은 포르쉐다
모든 기능이 제자리에 있다. 시트는 벤치처럼 단단하지만 마치 치수를 측정하고 맞춤 제작한 옷처럼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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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의 메모
1 새로운 엔진은 기대만큼 놀랍지는 않았다. 가속은 분명 충분한 이상으로 빠르게 이끌어내지만 가속하는 내내 왠지 모르게 가볍고, 박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2 PDK는 더 영리해졌다. 코스팅 기능으로 주행의 결을 흐트러뜨렸던 이전의 단점을 완벽하게 지웠다.
3 노멀과 스포트와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 변속의 수준이 달라지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더 빨라진다는 느낌도, 더 날카로워진다는 느낌도 적다.
4 911은 점점 완벽해질수록 점점 더 사랑에 빠지기가 힘들다. 음…. 몸매도 완벽하고 얼굴도 완벽한데 섹스까지 잘하는 여자랑 노는 기분이지만, 왠지 그래서 더 허탈하다랄까?
6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생각해봤다. 점점 더 안정적인 고급 GT에 가까워지고 있어서라는 결론이다. 911은 이제 대충 타도 우쭐한 기분이 들게 하는 차로 변모했다.
7 시승차가 카브리올레여서 그럴 수도 있겠다. 부드러운 댐퍼가 엔진의 더 커진 출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코너 중간에서 스로틀을 풀면, 어떤 때는 차가 도로 밖으로 밀려나가고 어떤 때는 노즈가 안쪽을 파고든다.

김태영의 메모
1 911은 혼자 있을 때 최고다. 그런데 AMG GT S나 i8처럼 허세가 가득한 그룹에서는 오히려 너무 얌전하게 보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심심하다.
2 얼마 전 유럽에서 이 차를 시승했다. 비교하자면, 시승차에 달린 스포트 리스펀스 기능이 해외에서 느낀 것만큼 강하게 출력을 토하는 느낌이 아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하이옥탄 연료가 외국보다 떨어진다는 것과 국내 기준에 최적화된 매핑도 문제로 보인다.
3 이 차의 주행 성능의 끝은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 자세제어장치를 1단계 끈 상태(PSM 스포트)부터 느낄 수 있다. 운전자의 책임이 더 커지지만, 기본 상태보다 차가 몇 배는 더 제대로 달린다.
4 섀시의 한계를 최대로 끌어냈다. 그런 관점에서 성능을 추구하는 누군가에게는 카브리올레보다 쿠페가 훨씬 이상적인 선택이다.
5 시승차에 쓰인 새빨간 시트는 예전엔 좋았는데. 2016년 기준에는 약간 촌스럽다.
6 이전 모델보다 폭이 늘어난 305밀리미터 타이어를 쓴다. 코너에서 출력을 쓰기 쉽고, 엉덩이가 더 안정적인 비결이다. 반면 세대가 거듭할수록 타이어 교체 비용은 계속 올라간다.  

2015 BMW i8
기본/시승차 가격 1억9850만원 레이아웃 미드십 엔진+전기모터, AWD, 4인승, 2도어 쿠페 엔진/모터 3기통 1.5ℓ DOHC 터보, 231마력, 32.7kg·m/모터, 131마력, 25.5kg·m 시스템, 362마력, 58.2kg·m 변속기 6단 자동(엔진), 2단 자동(모터) 공차중량 1485kg 휠베이스 2800mm 길이×넓이×높이 4689×1942×1291mm 복합연비 13.9km/ℓ CO₂ 배출량 123g/km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기획된 i8  

“911과 경쟁한다고? 감히 네가?” i8이 데뷔했을 때에 든 생각이었다. 포르쉐 911을 코너에서 제대로 던져본 사람이라면 앞뒤 바퀴가 따로 놀아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따위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나는 뒤통수를 맞았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처음으로 i8을 운전하던 날, 등골이 오싹했다. i8의 성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예상과 달리 아주 세련되고 이상적인 주행 성능을 실현해서다. 육중한 무게의 차체와 쓰지도 못하는 출력의 조합으로 어떻게든 코너를 돌려고 발버둥 치는 요즘의 스포츠카들과 달랐다. 고성능의 경량 로드스터처럼 가뿐하게 달렸다. 스티어링으로 타이어의 남은 접지력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었다. 코너로 뛰어드는 순간 네바퀴굴림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유연했다.

그 움직임은 완벽이라고 느낄 만큼 자연스러웠다. 이런 종류의 스포츠카는 많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i8의 속내다. 이 차는 전혀 다른 두 동력원이 호흡을 맞춘다. 131마력의 전기모터는 앞바퀴, 231마력의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뒷바퀴에만 연결된다. 앞바퀴와 뒷바퀴는 기계적으로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단지 전기모터용 2단 자동변속기(앞)와 6단 자동변속기(뒤)가 정교한 프로그래밍으로 이어질 뿐이다. 결과적으로 앞뒤에서 발생하는 모든 출력의 합은 362마력(시스템 토크 58.2kg·m).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에 4.4초가 걸린다.

이렇게 복잡한 시스템으로 직관적인 움직임을 구현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동력계통의 감각은 FR과 AWD의 중간 어디쯤에 있다. BMW가 많은 스포츠카를 만들었다고 해도, 최첨단 장비로 이런 순수한 감각을 단번에 이뤘다는 사실은 놀랍다. 스포트 모드에서 엔진의 소리가 우렁차게 변하는 것도 재미다. 마치 V8 엔진처럼 고막을 강하게 자극한다. 실제로 이 소리는 엔진 외에 스피커를 통해 만들어낸 ‘가짜’다. 하지만 가짜면 어떤가? 실제보다 더 듣기 좋고, 운전자를 흥분시킬 수 있다면 그만 아닌가?

물론 이 차는 AMG GT S와 911 카레라 S와 어깨를 겨누며 서킷을 달리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배터리나 동력 성능을 제외하더라도 타이어부터 문제다. i8의 타이어는 지름은 크고 상대적으로 폭이 좁다(215/45R20, 245/40R20). 따라서 낮은 무게중심, 넓은 차체 구조와 상관없이 코너에서 오버스피드로 진입할 때면 가차 없이 앞바퀴부터 언더스티어를 일으킨다. 출력에 여유가 있고, 서스펜션의 감각도 믿음직해서 조금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거기가 한계다. 약간 아쉽다. 하지만 이 차를 만든 의도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앞바퀴의 사이즈를 제한한 것은 늘어나는 저항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더불어 더 빠르게 달리다 미끄러지면 자세를 회복하기 어렵다. 한계에서 운전자가 차를 스로틀로만 제어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해 i8은 앞뒤 바퀴가 서로 연동하는 구간을 정확하게 인지해서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하이테크 머신이다. 프로그램의 통제를 받을 때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로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한계를 넘어서면 모든 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차는 예상과 달리 빠르다. 굽이진 산길이라면 앞서 달리는 정통 스포츠카의 엉덩이를 쫓아가 세차게 물 수도 있다. 본격적인 서킷을 달리지 않는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BMW i 브랜드의 목표는 미래 도심형 이동수단에 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성능은 우리가 현재 꿈꾸는 스포츠카의 그것과 약간 다르다.

i8은 패키지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모자란 것 없이 다 갖췄다. 단 3시간만 외부 플러그로 충전하면 실제로 전기모터로 20킬로미터 이상 달린다. EV 모드는 연비에도 도움을 주지만, 스포츠카에 부족한 부가적인 쓰임새도 지원한다. 예컨대 이른 새벽이나 저녁 늦게 골목의 차고로 들어갈 때 요동치는 배기음으로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엔진이 있어서 주행거리의 제한도 없다. 카시트를 달 수 있는 뒷좌석도 가졌다. 게다가 다른 두 경쟁자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많이 끌 능력도 있다. 잘빠진 슈퍼카의 외모에 하늘로 열리는 버터플라이 도어를 가졌으니, 이 차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BMW 엔지니어가 치밀하게 계산해서 구현한 i8의 감각에 푹 빠졌다. 관점에 따라서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2억원이라는 돈을 합당하게 쓰는 법을 꼭 누군가와 비교하며 찾을 필요가 없다. 김태영

크게 욕심부리지 않았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와 에코 프로, EV뿐이다. 스포트 모드는 변속기를 몸쪽으로 당겨야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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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의 메모
1 이 차는 이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된다. ‘쇼케이스’.
2 외관 디자인은 공기흐름(역학)이 눈에 보인다. 노골적으로.
3 BMW는 자기들이 할 줄 아는 것, 잘하는 것, 해놓은 것을 정말 극적으로 전달한다. i8의 경우 ‘효율’과 ‘다이내믹’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결합해 소비자에게 단숨에 파고든다. 그런 맥락에서 이 차는 BMW가 제일 잘하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4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는 결국 일반적인 자동차가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낯설다.
5 움직임이 생각 이상으로 가벼워서 놀랐다. 가속도, 발놀림도, 그저 경량 스포츠카 같다.
6 제대로 된 스포츠카 같은 소리를 토해서 깜짝 놀랐다. 가짜이긴 해도, 고작 3기통 엔진인데!
7 주행 모드도 단순하다. 이 차가 할 수 있는 건 편안하게 달리거나, 효율적으로 달리거나, 또는 전기로만 달리거나 ‘스포티하게’ 달리는 것뿐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스포츠카 주제에. 염치도 없이.

나윤석의 메모
1 고속에서 엄청난 다운포스가 느껴진다. 이거 본격적인 스포츠카였네.
2 살 빼야겠다. 타고 내리기가 정말 쉽지 않다면 동승자가 치마를 입었다 더더욱.
3 이 얇은 타이어로 이 높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것이 대단하다. 전기모터의 구동력과 응답성을 참으로 영리하게 사용하네. 나보다 훨씬 똑똑하다.
4 앞바퀴 모터는 최고출력(131마력)을 단 5초만 유지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33마력. 미래에는 이런 제한이 없어지겠지? 그래서 i8은 ‘미래를 보는 창문’ 같은 차다.
5 주차장에서 도둑 충전(전기)을 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