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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_Stars&People

법보다 차

법전보다 자동차 책을 더 많이 보는 변호사를 만났다. 그의 입에선 천일야화 같은 자동차 옛이야기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2016.04.15

 

기폭제는  <핀치클리프 그랑프리>였다. 1975년 노르웨이에서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동물들이 자동차 경주를 해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이었다. 뉴코아 예술극장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온 꼬마 오태경은 이때부터 자동차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라 정보를 접할 방법은 책이 유일했다. 잡지든 영어 원서든 자동차 관련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고 자동차 모형을 수집했다.
그리고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공부를 너무 잘한 것이 문제였다. 친구들이 민법 총칙을 볼 때 그는 학교 도서관에서 자동차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부모님이 좋아할 리 없었다. 결국 집을 나와 동아리 방에서 서식(?)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잡지사 번역 일을 시작했다. 이 일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번역을 계속하는 것은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제 최종 꿈은 결국 자동차 역사책을 쓰는 작가니까요.” 그는 대학 졸업 후 증권사에 들어갔고 뒤늦게 로스쿨에 들어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로스쿨에 가기 전 그는 한 달 동안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유럽의 유명한 자동차 박물관을 돌아보는 루트로 평소 꿈꿔오던 여행이었다. 뮌헨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파리를 오갔다. 독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잉골슈타트의 아우디 포럼이다. “라이브러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옛날 중고 책도 팔고 있어 몇 권 구입했죠. 레진으로 만든 작은 자동차 모형도 전시했는데 소소한 제작업체들 것까지 꼼꼼하게 구성했더라고요.” 당시 파리에선 레트로 모빌이 열리고 있었다. 유럽 전역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차와 모델러, 출판사까지 모두 모였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 알파로메오와 조우했다. “알파로메오에 빠지면 진짜 대책 없어집니다. 지금이야 많이 쇠퇴했지만 과거엔 다임러처럼 스펙트럼이 넓었던 브랜드지요. 어떤 차에도 방점을 두지 않고 평등합니다. 이탈리아 차는 특유의 예술적 고집이 있는데 알파로메오가 유독 그래요.”
오태경 변호사의 책장은 지금까지 수집한 책으로 가득하다. 주로 인터넷과 헌책방에서 사 모은 희귀 책들이다. 워낙 많은 책을 들여다봐 지금은 책의 표지와 저자, 출판사만 봐도 어떤 책인지 알 수 있다. 가장 아끼는 책은 벨기에의 자동차 저널리스트 토니 아드리앵상이 지은 <알레제리타(ALLEGGERITA)>. 알파로메오 줄리아 스프린트 GTA만을 다루었다. 당시 2500부만 출간돼 오래전에 절판됐지만 얼마 전 이베이를 통해 1000유로를 주고 가까스로 구입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컴퓨터가 통제한다면 그건 내 차가 아니에요. 지금처럼 디자인이 더 밋밋해지고 의미도 퇴색하겠죠. 점점 백야드 빌더들이 즐길 수 있는 게 사라진다면 그동안 쌓아온 문화도 없어질 겁니다.”
그는 지금 자동차 그림책을 준비 중이다. 주제는 1959년에 열렸던 르망 24시다. 애스턴마틴 DBR1이 경기장에 들어오는 모습, 피트에서 로이 살바도리와 캐럴 셸비가 전략을 짜는 모습 등을 삽화로 그려 이야기하려 한다. 자동차 그림 실력도 수준급이다. “어릴 때부터 그려서 그래요. 무슨 일이든 30년 넘게 해보세요. 누구나 다 이렇게 합니다.”

 

 

 

오태경 변호사의 1997년식 로버 미니. 그는 미니를 두고 ‘차의 본질을 잃지 않은 최소한의 탈것’이라고 했다. / <ALLEGGERITA>. 1994년 토니 아드리앵상이 설립한 출판사 코르사 리서치에서 2500권만 출간했다.

 

CREDIT

EDITOR / 조두현 / PHOTO / 이혜련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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