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2008년 기아 모하비가 처음 나왔다. 올해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이 치러진다. 그리고 신형 모하비가 출시됐다. 8년 만이다. 일반적인 흐름이라면 런던 올림픽이 열리던 2012년 부분변경 모델이 나오고 올해 완전변경 모델이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모하비는 8년이 지나서야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4년 주기로 새 모델을 내놓는 게 공식은 아니니 기아를 탓할 것도 없다. 판매량 추이를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모하비의 출시 첫해 판매량은 월평균 742대였다. 반면 신차 효과가 끝난 이듬해부터 월평균 판매량이 떨어졌다. 하지만 출시 4년 차를 맞은 2011년 월평균 판매량이 638대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2014년에는 882대까지 높아졌다. 결국 지난해에는 월 1000대 벽을 넘어서며 1050대로 집계됐다. 출시 8년 차에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모하비가 품은 디젤엔진은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8월까지만 판매됐던 이유다.

새로 나온 모하비는 겉보기에 별로 달라진 곳이 없다. 그릴에 입체적인 문양이 추가되고 범퍼 보호대가 그릴 가까이 올라왔지만 인상은 변함이 없다. 뒷모습도 리어램프의 구성과 범퍼 디자인만 살짝 만졌다. 실내의 변화도 두드러지진 않는다. 계기반과 운전대가 바뀌어 꽤 달라진 것 같지만 그게 다다. 아차. 센터페시아도 살짝 손보긴 했다. 디스플레이 아래부터 변속기 레버 사이까지만. 아무리 부분 변경이지만 8년 만의 신형치고 조금 야박해 보인다.

엔진은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m를 발휘한다. 종전과 비교해 출력은 같고 토크는 1.1kg·m 늘었다. 아울러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시점이 2000rpm에서 1500~3000rpm으로 넓어졌다. 유로 6 대응 방법으로는 SCR 방식을 택했다. 요소수를 촉매환원제로 사용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리해 배출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SCR이 적용된 제품이다.

시동을 걸어도 실내는 무척 조용하다. 흡차음제 사용량을 늘렸다는데 정말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엔진음 방음만 따지면 지금껏 몰아본 디젤차 중 가장 조용하다. 가속은 둔하다. 토크밴드를 낮고 넓게 개선했지만 여전히 순발력은 떨어진다. 다만 이 차의 주요 고객층인 40~50대의 운전 성향을 고려한다면 크게 흠잡을 수준은 아니겠다. 서스펜션은 굉장히 무르고 스트로크가 길다. 감쇄력이 개선돼 출렁이는 느낌이 길게 이어지진 않지만 속도를 매우 높이면 조향하는 데 불안한 마음이 든다. 특히 커브를 돌 때는 말캉한 젤리 바닥을 딛고 달리는 느낌이 들어 더 불안하다. 그런데 이 느낌, 어딘지 익숙하다. 전형적인 험로주행차의 세팅이다.

시승 코스에도 험로 구간이 2킬로미터 정도 포함됐다. 다만 험로 구간에 기대만큼 험한 곳은 없었다. 차를 옆으로 기울여 달려보는 측사면 구간도 있었고, 등판 능력을 체험하는 급경사 구간도 있었지만 두 곳 모두 그리 가파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험로 주파 능력은 별다른 인상이 남지 않아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운전에 무리가 없고 편했다. 험로에서 속도를 꽤 높였는데 운전대에 전해지는 느낌은 적당히 잘 걸러졌고, 조향감도 나쁘지 않았다. 일반 도로에선 불만이었던 서스펜션 세팅이 험로에선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이쯤 되니 모하비의 지향점이 꽤 분명하게 읽혔다. 오프로더다. 정통 SUV를 지향하는 선 굵은 디자인도 그렇고 프레임 방식을 고수한 것도 마찬가지다. 앞쪽 서스펜션에 유압식 리바운드 스프링을 넣은 것도, 댐핑감을 개선한 것도 모두 험로에서의 주행감 향상을 위한 것이었다.

아무리 요즘 SUV들에게 험로 갈 일이 없다해도 성능 좋은 본격 오프로더가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것과 아닌 것에는 무게감과 신뢰의 차이가 생긴다. 지프 랭글러, 랜드로버 디펜더, 메르세데스 벤츠 G 클래스의 존재 가치가 묵직하고 견고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모하비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분명한 방향을 잡은 것 같아 반가웠단 얘기다.

문득 다음 올림픽, 그다음 올림픽이 치러질 때쯤 모하비의 이름엔 어떤 이미지가 쌓여 있을지 궁금하다. 부디 한 곳을 보고 달려가주길. 

모하비의 3열은 욕심이 아니다
모하비는 국산 SUV 중 가장 넓은 실내를 자랑한다. 3열석도 구색만 갖춘 수준이 아니다. 꽤 앉을 만하다. 물론 장시간은 무리다.

KIA THE NEW MOHAVE
기본 가격 468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7인승, 5도어 왜건 엔진 V6 3.0ℓ DOHC 터보 디젤, 260마력, 57.1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290kg 휠베이스 2895mm 길이×너비×높이 4930×1915×1810mm 복합연비 10.2km/ℓ CO₂ 배출량 199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