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소리
EV 모드로 달릴 때 엔진 소리가 없다. 하지만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구동에 참여하면서 ‘윙~’ 하는 특유의 주파수 소리가 난다. 

지난해 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자동차들이 국내 시장에 연달아 등장했다. 현대 쏘나타 PHEV부터 BMW i8, 포르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골프 GTE와 아우디 A3 e트론이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물론 그 후로 한국 PHEV 시장이 더 주목을 끌거나 확대된 것은 아니다. 그저 다가올 자신들의 존재를 미리 알리기 위한 일종의 예고였다.

어쨌든 작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끈 수입산 PHEV 가운데서 아우디 A3 e트론이 얼마 전 국내에 판매를 시작했다. ‘브랜드 최초의 PHEV 양산차’라는 점에서 아우디에게는 이 작은 차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당연히 PHEV로 인증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A3 e트론은 국내 친환경차 인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따라서 1.4리터 엔진과 전기모터를 단 ‘중형 승용’으로 분류되며 PHEV의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현재 국내 친환경차의 기준은 1킬로미터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97그램 이하를 배출해야 한다. 더불어 2016년 발표된 PHEV 지원금 기준에서는 킬로미터당 50그램 이하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거나 전기모드(EV)에서 주행거리가 30킬로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SULEV(미국 초저공해 자동차 인증 기준) 수준의 규제라는 의미다. 하지만 A3 e트론은 그보다 낮은 ULEV 기준의 자동차다. 따라서 유럽 PHEV 인증 기준과 차이가 발생했다.

사실 이 차는 유럽 인증 기준으로 상당한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자랑한다. 전기모터만으로 최대 5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킬로미터당 35그램 수준이다. 더불어 총 주행거리가 940킬로미터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기준으로는 PHEV로 인증받지 못했다(유럽의 NEDC는 미국 FTP-75나 한국의 인증 방식에 비해 분명 결과 수치가 후하긴 하다). 물론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 인증 기준은 나라마다 달라서 어떤 방식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기준 미달인 A3 e트론이 PHEV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내 연비 인증 체계가 최신형 PHEV의 효율성을 얼마나 실제에 가깝게 측정하는지도 의문이다. 이건 측정 기술의 문제라 아니라, 측정 기준의 문제다. ‘기술이 날아가고, 기업이 달려갈 때, 법규가 기어간다’는 표현이 업계에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충전 케이블
A3 e트론을 사면 케이블이 함께 딸려온다. 컨트롤러를 통해 가정용과 산업용 두 가지 충전 방식을 지원한다.

그래, 이미 A3 e트론을 살 때 지원되는 정보 보조금은 물 건너갔다. 그렇다면 그런 사실을 알고 경험한 A3 e트론의 상품성은 어떨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박 4일간 A3 e트론을 타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차를 테스트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이라면 무수한 고민과 노력에서 나온 결과물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아우디는 A3 e트론을 만들며 ‘프리미엄 교통수단’이라는 기준을 세웠다. 순수 전기차의 문제인 부족한 주행가능거리에 대비해 연장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연료 효율성을 최대로 높이려는 것이다. 따라서 e트론은 현실적인 전기차라고 보는 게 맞다. 외부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방식을 선택한 것도 전기차로서 더 많이 비중을 둔다는 의미다.

물론 그 과정을 실현하려면 복잡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이 차의 핵심인 엔진과 모터는 콤팩트하지만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다. 엔진과 전기모터 사이에 듀얼매스 플라이휠이 들어가고 듀얼클러치 기어박스가 전체를 감싼다. 1.4리터 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25.5kg·m)을 발휘한다. 반면 전기모터는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33.6kg·m)를 뿜어낼 수 있고 최고출력은 102마력이다. 이 모터는 듀얼매스 플라이휠과 새로 개발한 KO 커플러 사이에 위치해서 최종 동력을 변속기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발전기뿐 아니라 시동모터 기능도 담당하며 부피를 최소화했다. 모터와 연결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뒷좌석과 트렁크 아래에 달린다. 연료통은 10리터 줄고 트렁크 하부 공간(100리터)이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실내 공간에 희생은 없었다. 뒷좌석을 접을 때 최대 1100리터 적재 공간도 나온다.

차와 함께 제공되는 전용 플러그와 컨트롤 유닛을 이용하면 가정에서도 약 3시간 45분 만에 배터리가 완충된다(산업용 전기 2시간 15분). 운전자의 설정에 따라 즉시 충전할 수도 있고 다음 운행 시간에 맞춰 충전을 예약 설정할 수도 있다. 배터리가 완충된 상태로 출근길에 나섰다. EV 모드에서 A3 e트론의 움직임은 딱히 흠잡을 것이 없다. 움직임은 매끄럽고, 동력이 연결되고 끊기는 시점도 자연스러웠다. 전기모터만으로 시속 130킬로미터(최대 5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으니 시내에서 엔진을 깨울 일도 거의 없다. EV 모드에서도 가속력은 경쾌하다. 자료에 따르면 전기모터 상태에서 급가속하면 0→시속 60킬로미터 가속에 4.9초가 소요된다. 이후 엔진이 합세해 시스템 출력(약 204마력)을 모두 활용하면 0→시속 100킬로미터까지 7.6초에 돌파한다. 실제로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시도해보니 체감상 2.5리터 가솔린 엔진을 얹은 자동차보다 빠른 것 같다.

이 차의 핵심 기술은 엔진과 전기모터의 영역 분리다. 즉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적당한 순간에 두 동력원이 힘을 합치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예외가 있다. 변속기를 S모드에 두거나 킥다운으로 최대 가속을 요구할 때다. 그러면 부스트 모드(계기반 파워미터의 노란 구간)에 들어가면서 시스템 출력을 토한다. EV 모드에서 흥청망청 에너지를 쓰면 금방 배터리를 소모한다. 이런 때는 주행 모드를 바꿔 엔진과 배터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주행 모드는 EV를 포함해 하이브리드 오토, 홀드, 충전 등 4가지다. 각 모드는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에너지 순환을 돕는다. 쉽게 말해 하이브리드 홀드는 배터리 소모를 막고 엔진이 연료를 태울 때 시작된다. 부스트 모드나 EV 모드를 더 많이 쓰기 위해 존재한다. 하이브리드 오토는 말 그대로 자동이다. 두 동력원을 상황에 따라 작동하며 효율을 높인다. 시내 주행보다는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다. 충전 모드는 배터리 전기에너지를 다 소모했을 때 별도의 외부 전력 공급 없이도 자가 충전된다. 일반적인 주행 상태에서 완충까지 약 30~40분이 걸린다.

두 개의 제어 버튼
자동차의 주행 성격을 바꾸려면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를 이용하고, 차의 동력 방식을 바꾸려면 EV 제어 버튼을 누르면 된다.

외부 전력을 이용한 충전 시간이 많아질수록  A3 e트론의 주행 효율은 덩달아 높아진다.

이런 각각의 모드를 잘 활용하면 도심 외곽에서 주행할 때 최소의 연료로 차를 충전하고, 시내 구간에서 전기차로 완전히 변신할 수 있다. 실제로 시내와 도심 외각을 오가며 주행한 결과 연비는 리터당 38~42킬로미터를 기록했다(트립 컴퓨터 기준). 물론 시내에서 배터리가 바닥을 쳤을 때 충전 모드에 들어가 리터당 6~7킬로미터의 연비를 경험하기도 했고, 절박한 마음에 누른 EV 모드에서는 거절당하기도 했다(충전 미터 마지막 상태에서 EV 사용 불가).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이 차의 연료 효율성은 단순한 규칙으로 만든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제대로’ 사용한 것과 ‘제멋대로’ 사용한 것의 편차가 컸다. 어쩌면 국내 저공해 자동차 인증에 떨어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기준에 따라 효율성은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그 속에 잠재된 가능성은 훨씬 커 보였다. 무엇보다 이 차를 타며 마음에 든 것은 연비만이 아니다. 연료 효율을 위해서 따분한 운전을 고수하지 않아도 됐다. 배터리 때문에 늘어난 몸무게는 화끈한 출력과 탄탄한 서스펜션으로 상쇄했다. 운전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17인치 휠과 225밀리미터 에코 타이어를 달고 막히는 시내부터 굽이치는 산길까지 마음껏 헤집고 다녔다. 그런 점에서 이 차는 반쪽짜리가 아니었다. 애매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전기차와 다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기술이 담겨 있다.

SPECIFICATION

AUDI A3 e-TRON SPORTBACK
기본 가격 555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1.4ℓ DOHC 터보+모터, 150마력, 25.5kg·m(시스템 204마력)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634kg 휠베이스 2636mm 길이×너비×높이 4312×1785×1424mm 연비(복합) 14.5km/ℓ(엔진), 3.7km/kWh(모터) CO₂ 배출량 118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