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바둑 애호가로 만든 세기의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일전이 지나갔다. 첫 경기에서 이세돌이 패했을 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세돌의 패배가 거듭될수록 1202개의 CPU로 16만 개의 기보를 학습했다는 인공지능에 대한 경외감이 커졌다.

비록 이 대결은 이세돌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지만 4국에서 이세돌이 ‘신의 한 수’로 알파고를 항복시켰을 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공지능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 즉 에러의 개연성이 있다. 컴퓨터에 차를 맡겼는데 극도로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오작동이 일어날 확률은 정말 제로일까?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에서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더라도 자신할 수 있을까?

자율주행차 기술은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투어 각자의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방향을 잡고 있고 구글과 같은 IT 회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상용화까지 10년도 넘게 남았다고 예상하지만 여유를 부리기엔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바둑에서 알파고의 에러는 단순히 게임에서 지는 것에 그치지만 차는 다르다. 움직이는 차에서 에러가 나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재산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구글이 테스트 중인 자율주행차의 누적 주행거리가 이미 160만 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하지만 시속 40킬로미터의 느린 속도인 데다 테스트 지역이 비교적 주행 조건이 양호한 캘리포니아라는 점을 보면 제대로 검증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서울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의 자율주행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 대부분의 자동차 사고는 쌍방 과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상대 차의 운전 부주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사람은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며 운전하지만 도로교통법 대로만 운전하는 자율주행차가 항상 옳은지도 의문이다. 폭설이 와 도로가 눈에 덮여 차선이 안 보이는 상황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최근 미국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차가 미국에서 본격적인 상용화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법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람이 주행상황을 감시 감독하는 현재의 ADAS(Advanced Driver Assist System)의 연장선에서는 법적으로 특별하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아예 사람이 타지 않는다든가 심지어 운전대와 가속페달이 생략되는 형태의 자율주행은 법적으로 허용되기까지 수많은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서 지난 2월 14일에는 구글이 시험 중이던 자율주행차가 버스와 접촉사고를 냈다. 자율주행차는 시속 3킬로미터, 버스는 시속 24킬로미터로 서행 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교통안전국의 지적을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다른 우려는 자율주행차를 테러에 이용할 가능성이다. 지금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주요 분쟁지역에서는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있는데 과연 이들이 자율주행차를 손에 넣게 되면 어떤 일을 꾸밀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미국교통안전국이 지적한 사람이 타지 않은 상태의 자율주행 문제점은 이러한 악용 때문이다.

과제들을 종합해서 추려보면 자율주행차는 빨라야 2025년에 상용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화는 그보다 먼 훗날이다. 기술적인 발전이 더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급한 건 제도와 사회적 합의다. 여기에 각국의 입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상용화는 더 지연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돼야 할까? 기술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자동차 회사들은 연구개발 청사진을 갖고 있고 실행 중이다. 문제는 법적인 검토와 그에 따른 사회제도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1769년 프랑스 파리 시내에 니콜라스 퀴뇨가 만든 증기자동차가 나타나자 시민들이 공포에 떨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 가지 제안하자면 도로 주행과 병행한 ‘자율주행 레이싱’을 연구하는 건 어떨까? 자동차 회사들이 하나의 트랙에서 저마다의 ‘알파 드라이버’를 내세워 경쟁한다면 기술도 개발하면서 자율주행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까지 긍정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글/신정관(자동차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