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의 비교에 관한 이야기다. 골육상잔(骨肉相殘)이라는 주제를 놓고 우리는 국산차 시장의 중심축인 두 차를 비교했다. 일단 현대차 그룹에게 심심한 사과부터 전한다. 결과가 어떻든 그들의 입장에서는 좋아야 본전이다. 담당자라면 우리가 이런 대결을 펼치는 것이 불편할 것이고, 한편으로 피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터 트렌드>는 두 차의 관계가 궁금했고, 할 말은 해야 했다.

애초 이 기획은 7명의 평가자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제 테스트에서는 인원이 반으로 줄었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평가가 오히려 기획의 초점을 흐릴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우리는 좀 더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궁금증에 파고들기로 했다. 두 명의 패널이 충분한 이유를 들어 가장 합리적인 차를 정하고 그 기준에서 서로 제품을 평가하는 식이다.

청코너의 파란색 쏘나타는 <모터 트렌드> 김형준 편집장이 선택했다. 그는 보편타당한 중형 세단의 기준에서 쏘나타가 K5보다 합리적이라고 평했다. 백코너의 은색 K5는 칼럼니스트 나윤석의 선택이었다. 그는 하나부터 열까지 K5가 더 공들여 만든 차라고 주장했다. 두 평가자는 차를 꼼꼼히 비교했고 모든 생각을 숨김없이 공유했다. 나는 둘의 뜨거운 토론을 중재하는 역학을 자처했다.

3월 9일 오전 11시. 서로 다른 장소에서 출발한 쏘나타와 K5가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1.7리터 디젤 엔진을 얹은 최고급 트림이다. 옵션까지 모두 갖췄다(18인치 휠). 시승차를 기준으로 제원부터 비교했다. 가격은 쏘나타가 2896만원(추가 옵션 206만원)이고 K5가 3048만원(옵션 308만원)이다. 그 밖에는 K5가 높이가 10밀리미터 낮고, 쏘나타의 복합연비가 리터당 0.4킬로미터 높다. 이 두 가지 특징을 제외하고는 엔진 스펙부터 차체 크기와 공차중량까지 정확하게 일치했다. 오후 3시, 나를 포함한 모든 평가자가 차를 비교해서 타본 후 토론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화두가 된 것은 ‘두 대가 과연 진짜 다른 상품이냐’는 것이다.

1 기준 신형 쏘나타의 실내는 보수적이다. ‘화려하다’거나 ‘멋지다’거나 ‘흥분된다’는 것과 거리가 있다.  2 변화 디자인부터 소재까지 쏘나타보다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만진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김형준(이하 김) 쏘나타와 비교했을 때 K5의 구성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디테일에서 어떻게든 달라 보이려고 애를 썼어요. 하지만 저는 그래서 더 아쉽다고 느꼈어요. 어차피 돈 들여서 차이를 줄 거라면 더 확실히 구분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K5만 봐서는 기아만의 색깔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그들은 아직 해답을 못 찾은 거 같아요.

나윤석(이하 나) 제 생각은 달라요. K5는 스타일의 차이로 승부를 걸지만은 않았어요. 승객이 느끼는 감각적인 부분의 변화에 집중했지요. 차를 타보고 저에겐 큰 차이로 다가왔어요. 두 차를 비교해보고 느낀 것은 ‘시장을 충분히 나눠먹을 수가 있겠구나’ 하는 것이에요. 물론 기아에게는 고민이 많았겠죠. 쏘나타가 보편타당한 시장에서 강자가 되려 할 때, 같은 지붕 아래 K5는 색깔을 바꿔야 했으니까요. 그 말은 결국 더 작은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신경 썼다는 소리예요. 그 균형점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거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K5는 ‘그냥 하다 보니 만들어진 상품’이 아니에요. 애초 제대로 된 목표가 있어요.

두 사람은 먼저 나온 쏘나타가 확실한 기준을 만들었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다만 K5가 다른 차로 인식되기 위한 변화의 수준이 문제였다. 김형준은 K5가 변해야 한다면 더 확실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윤석은 너무 변해버리면 지금의 시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두 차의 작은 부품의 차이에서 시작해 디자인과 공간, 실제 운동 성능까지 평가의 범위를 점점 넓혀갔다.

김 스타일을 따져보죠. K5와 쏘나타는 패키지가 똑같아요. 시트의 두께와 소재가 달라서 K5의 뒷좌석 헤드룸이 좀 더 여유 있다는 것 빼고는 실내 공간이나 차체의 규격, 적재함 부피까지 거의 같아요. 하지만 만약 기아가 더 영리했더라면 단순한 패키징 변화만으로도 K5의 색깔을 더 명확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쏘나타 같은 전형적인 세단 형태를 버리고 유틸리티를 가미한 크로스오버 세단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루프라인에서 B필러 이후의 형상만 좀 손질했어도 완전히 다른 차로 보였을 거예요. 그러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K5의 색깔이 훨씬 분명했겠죠.

나 동의해요. 패키지 측면에서 1세대 K5는 쏘나타와 차이가 확실했거든요. YF가 쿠페형 세단을 지향할 때 더 젊고 스포티한 감각의 K5는 잘 갖춰진 스포츠 세단 느낌이었죠. 벨트라인이 높고 창문이 좁은 디자인이 특징이었어요. 그게 1세대 K5, 넓게는 기아를 훨씬 강한 이미지로 만들어줬죠. 그런데 2세대는 전략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YF가 LF로 바뀌면서 디자인 방향을 보수적으로 돌려버린 게 문제예요. 덜 쿠페스러워진 거죠. 그래서 K5는 이전의 스타일을 고수하기 어려웠어요. C필러와 쿼터글라스가 복잡하다는 평가도 있었고요. 결국 모든 걸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면서 두 차는 비슷한 분위기가 됐어요. 어떻게든 다르게 보이려고 치장이 많아진 이유죠. 쏘나타는 몰딩 장식을 앞으로 몰았고 K5는 시선을 분산시키고자 뒤로 몰았죠. 마치 또 다른 루프라인을 만든 것처럼요.

우리는 두 차의 손잡이까지 비교하며 의견을 좁혀갔다(같은 거다, 다른 거다, 뒤집어 달았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스펙과 패키지만으로는 둘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다. K5가 쏘나타보다 하나부터 열까지 더 공들였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했다. 하지만 반대로 쏘나타와 달라 보이기 위해 더한 치장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주행 성능 부분에서는 두 평가자의 의견이 분명히 나뉘었다. 김형준은 중형차라면 쏘나타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감각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K5가 너무 ‘스포티한 척’만 했다는 평가다. 반면 나윤석은 오히려 이 정도의 스포티함이 딱 좋다는 생각이었다. 단순히 스포티함만을 강조한 게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세팅했다는 것이다.

HYUNDAI SONATA 1.7 e-VGT (스마트 스페셜, 18인치)
기본 가격/옵션  2896만/206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4기통 1.7ℓ DOHC 터보 디젤, 141마력, 34.7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공차중량 1530kg 길이×너비×높이 4855×1865×1475mm 휠베이스 2805mm  복합연비 16.0km/ℓ CO₂ 배출량 121g/km

김 저는 이번에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시승 평가에 임했어요. 일단 각 차가 주는 느낌이 무엇일까를 찾았고 그것이 브랜드의 메시지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지 봤어요. 사실 두 현상이 안 맞아떨어지면 혼란스러운 거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쏘나타에서는 중형 패밀리 세단으로서 무슨 메시지를 던지는지 정확히 느꼈어요. 문제는 K5예요. ‘남자 시리즈’ 광고에서처럼 가족보다는 운전자 위주의 차라고 힘줘서 말하고 싶은 건 알겠어요. 그런데 일관성이나 깊이가 없어 보여요. 스포츠 세단도 아니면서 스포티한 기분으로 타라는 것 같거든요. 실제로 동승한 사람까지 고려하면 더 부드럽게 세팅된 쏘나타가 좋은 선택 같아요.

나 YF에서 LF로 쏘나타가 보수적인 진보를 거쳤어요. 그래서 스타일을 잃은 K5는 대신 차의 전반적인 세팅에 훨씬 공을 들였어요. 쏘나타보다 움직임이 간결해요. 서스펜션이 스포티한 감각이라는 평도 여기에 포함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래서 승객이 덜 피곤한 거죠. 예컨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쏘나타는 출렁이는 여진이 있지만 K5는 곧바로 쓱 멈추거든요. 그래서 저 같은 공학도 입장에서는 K5의 섀시 세팅이 더 성숙하다고 봐요.

김 저는 오히려 그게 뻣뻣하게 느껴졌어요. 머리로는 중형 세단인데 느껴지는 반응이 그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거든요. 이질감이죠. 스포티한 감각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차라리 그런 계산이라면 좀 더 확실하게 스포츠성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죠. 지금은 어정쩡해요.

나 어차피 두 차 모두 본격 스포츠 세단으로의 변화는 불가능하잖아요. 차가 빨라지면 섀시의 단점이 더 드러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계 안에서 살짝 맛만 보여주려고 한 거죠. 그러니까 중형 세단처럼 쓸 수도 있으면서 원하면 조금 더 재미있게 달리는 맛을 주는 정도랄까요? 근데 스포티한 감각이 무조건 희생으로만 볼 수 없어요. 이전에 말한 것처럼 노면이 안 좋은 곳에서 차가 들썩이는 움직임이 훨씬 적어요. 속도를 높이면 어떨까요? 쏘나타는 좀 더 다독여가며 차를 몰아야 했어요. 그런데 K5는 다이내믹하면서도 의외로 차분해요. 이 정도면 차 성격의 차이도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나 싶을 정도예요.

김 그래서 더 아쉬워요. 맛에 그치지 말고, 오히려 좀 더 적극적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거든요. 시장엔 중형 스포츠 세단의 입지라는 것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러려면 자신의 특화된 성격을 제대로 드러냈어야 하죠.

나 그 말도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브랜드의 성격과도 연결되는 문제라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스포츠 세단인 마쓰다 6와 보편타당한 세단인 토요타 캠리의 시장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요. 자칫 타깃 시장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다르다 정해진 규격 안에서 두 차는 완전히 다른 구성을 꾀했다. 센터페시아와 스티어링휠, 계기반 등이 대표적이다. 

KIA K5 MX 1.7 DIESEL (노블레스 스페셜, 18인치)
기본 가격/옵션 3048만/308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4기통 1.7ℓ DOHC 터보 디젤, 141마력, 34.7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공차중량 1530kg 길이×너비×높이 4855×1860×1465mm 휠베이스 2805mm 복합연비 15.6km/ℓ CO₂ 배출량 121g/km

실제로 두 차는 운동 성능 면에서 장단점이 있었다. 쏘나타는 무르고 푸근하지만 어디서나 유연하게 반응했다. K5는 날카롭지만 한계가 금방 드러났다. 급제동에서는 쇼크업소버 스트로크가 긴 쏘나타가 타이어 접지력을 더 잘 활용했으며, 고속 코너에서는 K5가 엉덩이를 더 확실히 추스르며 달렸다.

김 결국 같은 이야기지만 저는 아직도 K5가 선뜻 와 닿지 않아요. 저들에게선 여전히 서자(庶子)의 안간힘 같은 게 느껴져요. 기아 입장에서는 지난 십수 년간 같은 일이 반복됐어요. K5만 보더라도 어떻게든 소나타보다 좋은 차여야 했다는 거죠. 창문 조절 버튼 하나의 마무리부터 성능과 감각까지 더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근데 그게 더 빛나 보이면 좋겠는데 여전히 티가 잘 안 나요. 더 좋은 상품이라면서 여전히 쏘나타와 비교당하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 관점에서 스타일과 성능을 명확하게 구분했으면 하는 거예요. 차라리 스포츠 세단으로 느끼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나 이게 둘이 진짜 다른 차냐는 궁금증의 답일 수도 있겠네요. 저는 두 차가 현대·기아의 진짜 전략이라고 봐요. 둘 다 보편성을 기본으로 깔아야 하는 제품이니까 안전하면서도 다를 수 있게 노선을 잡은 거죠. 그룹 안에서 차별을 받아도 기아는 엄연히 현대차그룹이에요. 그러니까 K5의 목적은 쏘나타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쏘나타를 안 사는 사람이 르노삼성이나 쉐보레로 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도 하는 거죠. 이번 K5의 변화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어요. 분명 두 중형차 사이에는 현대가 주도권을 쥐고 있어요. 기아는 제한된 범위에서 차별화를 노려야 하죠. 하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에요. 소형 SUV 시장에서는 스포티지가 투싼을 리드해요. 즉 같은 플랫폼을 쓰더라도 누가 어떤 시장에서 더 강점이 있는지 분담하고 있다는 얘기죠.

두 평가자의 열정적인 토론이 끝나고 나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둘이 다른 차냐?’라는 궁금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둘의 관계가 시장에서 제대로 된 전략이냐’는 방향으로 화두가 옮겨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 비교를 통해서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쏘나타와 K5는 분명 원하는 목표도, 접근 방식도 달랐다는 것이다.

같다 둘은 비슷하거나 똑같은 구성도 여러 곳 있다. 트렁크 공간은 거의 비슷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인터페이스도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