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와 BMW가 하나의 차가 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미니는 BMW의 가족이 분명했지만 BMW와 같은 수준의 차라고 할 수는 없었다. 1세대 모델의 엔진은 크라이슬러 브라질 공장에서 생산한 것을 얹었고, 2세대 모델은 푸조와 공동 개발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푸조가 개발한 엔진을 얹었다. 미니는 항상 서자 취급을 받나 싶었다. 그런 미니가 이제야 BMW 플랫폼에 BMW 엔진을 얹게 됐다.  신형 클럽맨은 UKL2라는 BMW 플랫폼 위에 만들어졌다. 이 앞바퀴굴림용 플랫폼은 BMW 액티브 투어러와 X1에도 쓰인다. 앞으로 나올 1시리즈를 비롯해 BMW 소형 모델에도 두루 쓰일 예정이다. 미니가 비로소 진정한 BMW의 가족이 된 듯하다. 같은 플랫폼으로 만든 차는 껍데기만 다르고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등 모든 것을 같이 쓴다. 같은 부품을 쓰기에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다른 차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플랫폼을 쓰는  클럽맨과 X1은 어디가 같고, 무엇이 다를까? 스테이션 왜건과 SUV라는, 성격과 디자인이 완전히 다른 차를 보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궁금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물론 주행성능도 저마다 개성을 달리했을 것이다.

클럽맨과 X1의 엔진은 똑같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뿜어대는 디젤 엔진은 최상급 스펙인 만큼 강력하다. 그런데 디젤이라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반응이 빠르다. 저속에서 넉넉한 토크는 운전을 쉽게 한다.

납작한 차 vs. 껑충한 차
미니가 작은 차라는 생각은 버려라. 미니는 그저 작은 차 이미지의 브랜드 이름일 뿐이다. 클럽맨은 골프와 비슷한 사이즈가 됐지만 미니가 아무리 커져도 미니는 미니다. 커다란 미니와 깜찍한 X1을 비교한다. 클럽맨은 나지막한 차체가 승용차와 별다르지 않다. 다만 화물칸을 키워 실용성을 크게 했을 뿐이다. 승용차에 익숙한 모든 이들이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클럽맨은 거대한 보닛에서 알 수 있듯 상당한 크기의 차가 됐다. 널찍한 실내 덕에 2열 시트에 세 명이 앉을 수 있고, 트렁크 공간도 꽤 커졌다. ‘반 도어(Barn Door)’라고도 불리는 스플릿 도어는 편리함을 따지기에 앞서 열고 닫는 것이 재미있다. 가운데 기둥 때문에 룸미러에 비치는 시야가 좋지 않아도 포기할 수 없는 클럽맨만의 개성이다. 차체가 커지면서 좀 더 어른스러워진 미니는 마무리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커진 미니는 좀 더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 보인다.

클럽맨은 앞으로 나아간 앞 유리창 때문에 시야가 나지막하다. 신호등을 보기엔 조금 성가시지만 이 또한 미니만의 클래식한 감각이다. X1과 비교되는 낮은 운전 자세는 낮은 무게중심으로 차를 내몰아치기에 유리할 것이다. 대시보드에서 눈에 확 띄는, 번쩍이는 동글동글한 크롬 장식은 내 나이에 조금 망설이게 되지만 미니만의 개성은 소중하다.

뒷바퀴굴림을 고집하고, 50:50의 무게 배분을 앞세우던 BMW가 앞바퀴굴림으로 바뀐 건 큰 변화다. 작은 차 X1이 앞바퀴굴림으로 바뀐 효과는 뒷자리 공간과 트렁크 공간으로 보상됐다. 키가 큰 차는 공간 효율에서 유리하다. X1은 높이 앉을 수 있어 시야가 탁 트인다. 미니보다 앞으로 다가온 헤드라이너 아래에 드넓은 유리창이 펼쳐진다. 시트 높이가 적당해 타고 내리는 것도 편하다. 상대적이지만 X1 운전석이 좀 더 푸근하다. 미니의 운전석은 스포츠카처럼 사이드 볼스터가 몸을 꼭 잡아주는 식인데, X1은 좀 더 부드럽고 크게 느껴진다. 식당 의자처럼 앉는 자세가 공간을 크게 하고 장거리 운전에도 편하다. 특히 넓적다리를 받쳐주는 보조 쿠션이 나를 편하게 한다. 미니의 쿠션은 조금 짧아 엉덩이로 전해지는 압박이 컸다. 반면 X1은 운전석의 높낮이 변화가 커 기분전환이 된다. 미니는 낮게 앉아 즐겁고, X1은 높이 앉아 즐겁다.

X1은 대시보드 가운데 알루미늄 장식을 댔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BMW의 가장 아랫급 차인 만큼 간단하고 소박하다. 최소한의 장비로 꾸민 실내는 실용적으로 다가선다. 너비에서 여유로운 차는 뒷자리 공간도 구형보다 한결 넉넉해졌다. 키가 큰 만큼 여유가 커진 화물칸은 바닥 밑으로 또 다른 화물공간을 만들었다. 쓸모가 커 보인다. 클럽맨도 같은 식인데 X1의 것이 더 크다.

BMW의 막내 BMW SUV의 막내 X1은 오렌지색이 돋보이는 깔끔한 계기반과 기어레버를 달았다. 8단 자동변속기는 클럽맨과도 함께 쓴다. 시승한 X1 x드라이브 20d와 쿠퍼 SD 클럽맨의 엔진은 똑같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뿜어대는 디젤 엔진은 최상급 스펙인 만큼 강력하다.

미니의 맏형 미니의 맏형 격인 클럽맨은 다른 미니 모델과 똑같은 계기반과 기어레버를 달았다. 국내에 출시된 클럽맨 디젤 모델은 모두 두 종류인데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지만 세팅을 달리해 출력이 다르다. 쿠퍼 D 클럽맨의 최고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는 33.7kg·m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X1은 정말 재미나다. ‘역시 BMW구나’ 싶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휘청거리는 차체가 스릴을 더한다. 같은 플랫폼이라도 오프로드에 맞게 튜닝한 탓이다. 키가 큰 만큼 클럽맨보다 휘청거리지만 그런 만큼 더 들러붙는 느낌이 강했다.

BMW처럼 달리는 클럽맨
클럽맨과 X1의 엔진은 똑같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뿜어대는 디젤 엔진은 최상급 스펙인 만큼 강력하다. 그런데 디젤이라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반응이 빠르다. 저속에서 넉넉한 토크는 운전을 쉽게 한다.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는 고속으로 매끄럽게 가속하지만 시속 200킬로미터에 가까워지면서 가속이 더뎌진다. 디젤 엔진이기에 이해가 되는 속도 영역이다. 두 차는 무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최고속도가 시속 200킬로미터를 넘고,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이 7초대다. 무척 빠른 차들이다.

무게중심이 낮은 클럽맨은 승용차처럼 달린다. 고속에서 안정되지만 평범하다 싶었는데 구불거리는 길에 들어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확 달라졌다. 완전히 다른 차가 돼버렸다. 바닥에 들러붙어 돌아나가는 클럽맨은 스티어링이 민감하다 못해 날카롭다. 빠르게, 하지만 부드럽게 돌아가는데 접지력이 뛰어나 바닥에 찰싹 들러붙는다. 이제까지 미니와 차원이 다르다. 너비가 넓고 납작한 덕에 코너에서 마구 밟아댈 수 있다. 과거의 미니에서 불가능했던 한계점으로 미니를 몰아간다. 클럽맨은 스포츠 왜건으로 보아 마땅하다.

클럽맨이 인상적인 건 앞바퀴굴림차인지 알아채기 힘들다는 점이다. 레이스 트랙이 아닌 일반도로에서는 극한 상황을 만들 수 없기에 앞, 뒷바퀴굴림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만큼 몸놀림이 균형 잡혀 있다. UKL2는 앞으로 BMW에서 나올 많은 앞바퀴굴림차를 담당할 플랫폼인 만큼 정성을 다해 만들고, 만족할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다. 새로운 미니에서 드라이빙의 참맛을 알아간다. BMW처럼 달리는 미니, BMW와 플랫폼을 나눈 미니는 운동성능에서도 진정한 BMW의 가족이 됐다.

드라이브 트레인이 같지만 X1의 달리기 감각은 조금 다르다. 몸무게가 160킬로그램 남짓 무거운 차는 ‘제로백’이나 최고속도에서 클럽맨에 조금 못 미친다. 스티어링휠은 잡는 느낌이 크고, 차가 무거운 만큼 묵직하다. 네바퀴굴림에서 오는 구름저항이 없지 않아 좀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비교하자니 그랬다. 하지만 구형보다 40킬로그램 남짓 가볍고,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면서 구름저항도 줄었다. 새로운 서스펜션도 무게와 공간, 그리고 비용을 줄였다. 190마력짜리 엔진은 차를 가볍고 부드럽고, 조용하게 몰아간다. X1은 핸들링과 접지력이 좋아 코너에서 돌아가는 감각이 만족스럽다. BMW SUV는 ‘스포츠 액티비티 비이클’이다. X1은 그 이름값을 한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X1은 정말 재미나다. ‘역시 BMW구나’ 싶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휘청거리는 차체가 스릴을 더한다. 같은 플랫폼이라도 오프로드에 맞게 튜닝한 탓이다. 키가 큰 만큼 클럽맨보다 휘청거리지만 그런 만큼 더 들러붙는 느낌이 강했다. SUV가 뭐 이러냐 싶게 코너마다 차를 던져버릴 수 있었다. 작은 SUV가 유쾌하고 경쾌하게 달린다. 완벽하게 균형 잡힌 섀시에서 ‘토털 밸런스’를 맛본다.

네바퀴굴림은 전자제어 멀티클러치를 뒤 차축에 단 할덱스 방식이라 무게를 더하지만 승용차처럼 움직인다. 미니에서 앞, 뒷바퀴굴림 차이를 찾을 수 없듯 X1에서 네바퀴굴림과 앞바퀴굴림의 차이도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완벽한 섀시를 즐길 뿐이다. X1은 아주 재미난 BMW가 틀림없다. 작은 크기 덕에 갖고 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클럽맨과 X1 모두 땅바닥에 찰싹 들러붙는 모습에서 BMW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걸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같은 듯, 다르게 느껴지는 주행감각이 모두 만족스럽다.

엎치락뒤치락 X1과 클럽맨은 모두 BMW의 UKL2 플랫폼을 사용한다. 그래서 휠베이스가 똑같지만 길이는 X1이 186밀리미터 길고, 높이도 X1이 21밀리미터 높다. 뒷자리 무릎 공간은 둘 다 비슷한데 X1의 뒷자리가 좀 더 고급스럽다. 뒷자리 암레스트를 내리면 컵홀더도 나타난다.

에필로그
오늘 시승이 X1과 같은 플랫폼의 클럽맨이 아닌 액티브 투어러였다면 좀 더 헷갈렸을지 모른다. 모양이 비슷한(?) 두 차를 타면서 ‘이 차는 SUV니까 거칠게 달릴 수 있겠다, 저 차는 미니밴이니까 더 부드러울까?’ 같은 생각을 먼저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X1과 클럽맨을 타면서 나를 세뇌할 필요는 없었다. 두 차는 겉보기에 전혀 다른 차인 것은 물론 주행성능까지 달랐다. 두 차의 플랫폼이 같다는 것을 아는 게 나만의 비밀인 양 즐거웠다. 두 차가 같은 플랫폼이라는 건 호기심을 자극할 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이건 BMW가 바라는 바일 것이다.

공간이 커지면서 실용성이 커지고, 운동성능까지 높아진 X1은 아우디 Q3와 메르세데스 벤츠 GLA에 맞서 경쟁력이 돋보이는 차가 됐다. 클럽맨은 뛰어난 운동성능이 미니에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과거의 미니가 카트처럼 달리는 재미로 즐거웠다면, 클럽맨은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처럼 달리는 재미를 전한다. BMW 앞바퀴굴림 플랫폼의 재미가 이럴진대 앞으로 나올 1시리즈는 또 어떨까?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된다. 에디터/서인수

BMW X1 XDRIVE 20D
기본 가격 5810만원(M 스포츠 패키지)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90마력, 40.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665kg 휠베이스 2670mm 길이×너비×높이 4439×1821×1598mm 0→시속 100km 가속시간 7.6초 복합연비 14.0km/ℓ CO₂ 배출량 136g/km

MINI COOPER SD CLUBMAN
기본 가격 483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6도어 왜건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90마력, 40.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505kg 휠베이스 2670mm 길이×너비×높이 4253×1800×1441mm 0→시속 100km 가속시간 7.4초 복합연비 15.3km/ℓ CO₂ 배출량 123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