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큰 것이 주는 은혜로운 기쁨을 탐닉하기도 한다. 단지 인원과 물자를 많이 실을 수 있는 물리적 혜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크기가 주는 당당한 존재감은 작은 차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물론 차체가 크다고 해서 모든 차가 위압감을 갖는 건 아니다. 그 차를 만든 브랜드가 걸어온 역사와 차를 만드는 철학 등이 긍정적 이미지로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 차는 더 크고 당당하게 보이니까.

아우디의 2세대 Q7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이러했을 것이다. 이 차는 무척이나 커 보였다(실제로도 크다). 엄청나게 긴 휠베이스 위의 보디는 사람의 키를 훌쩍 넘겨 올려봐야 한다. 옆모습에서는 창이 굉장히 커 보인다. 실제로도 모든 필러가 얇고 창이 넓다. 쿼터 글라스도 이렇게 큰 차는 보기 드물다. 3열 시트에 앉아서도 충분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의 대형 그릴은 앞차를 꿀꺽 삼켜버릴 듯하고, 그릴에 비해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헤드램프도 영롱한 빛을 낸다.

신형 Q7은 분명 크기가 주는 위압감이 있다. 차체 길이가 5미터를 넘고 높이도 2미터에 가까운 차는 부피적 존재감을 지닌다. 그런데 이 차는 디자인적으로도 더 크고 웅장한 느낌을 내기 위한 요소들이 많다. 볼륨감을 준 엄청 큰 싱글프레임 그릴은 차치하더라도, 그릴에서 시작된 네 개의 후드 캐릭터라인이 아주 깊고 뚜렷하다. 후드가 더 길어 보이는 효과를 내며 차체에 날렵한 이미지를 더한다. 옆은 에지를 더욱 강하게 넣은 라인이 헤드램프에서부터 리어엔드까지 곧게 이어진다.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뚜렷한 시각적 각인을 만든다. 뒷모습에서도 세 개의 직선이 차폭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한다.

신형 Q7은 휠하우스를 감싼 면을 제외하고는 구붓한 선이 없다. 모두 직선이다. 그것도 아주 앙칼지고 날카롭다. 이렇게 에지를 강하게 주면서 입체감까지 살린 차체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알루미늄판(Q7은 철판이 아닌 알루미늄을 보디 패널로 사용한다)을 다중 프레스 공법(찍어서 구부리고 구부러진 선을 몇 번 더 찍어서 에지를 강하게 주는 방식)으로 만든다. 아우디가 마음먹고 기술력을 뽐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신형 Q7은 이전 모델보다 길이는 37밀리미터, 너비는 15밀리미터 짧아졌다. 에지를 강하게 준 여러 직선이 이전보다 차를 더 커 보이게 만든 것이다. 아우디 디자이너들의 재기가 돋보인다.

크다는 것은 공간적인 효용성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분명 크기가 주는 부담감도 있다. 그래서 아우디는 이전보다 길이와 너비를 약간씩 줄이면서 물리적으로 부담감을 조금 덜어냈다. 크기가 주는 부담감의 가장 큰 불편은 주차다. 하지만 신형 Q7은 큰 걱정 없다. 일렬이든 평행이든 스스로 주차공간을 인지해 자동으로 주차한다. 차를 앞으로 주차하다가 후드 길이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애먹는 일도 없을 것이다. 신형 Q7은 전면주차 중이라도 버튼을 누르면 그때부터 앞뒤로 넣고 빼기를 반복하며 알아서 주차한다. 이제 ‘차가 커서 주차가 힘들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주차뿐만 아니라 운전 중이라도 크기가 불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휠베이스가 긴 차는  회전반경도 크기 마련인데 신형 Q7은 뒷바퀴가 최대 5도까지 조향된다. 저속(시속 50킬로미터 이하)에서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조향되면서 회전반경(11.4미터)을 줄이는데, 이는 좁은 곳에서의 운전뿐만 아니라 후진에도 도움을 준다. 반대로 시속 80킬로미터 이상의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가 조향되면서 빠른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 실제로도 고속에서 뒤가 잘 따라와 휠베이스가 긴 차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키가 크면 으레 그렇듯 좌우 롤이 생기는데, 신형 Q7은 롤도 상당히 억제된 상태로 차분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쿵더쿵 도로에서도 예의 그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다. 그 느낌이 사뭇 최고급 세단의 그것과 같다.

스피커가 19개
Q7 45 TDI의 트렁크 용량은 770리터다. 2, 3열을 모두 접으면 1950리터가 된다. 보스의 3D 사운드 시스템은 19개의 스피커가 588와트의 출력을 낸다. 조용한 실내와 어우러져 또렷하고 웅장한 소리를 낸다. 버추얼 콕핏은 시인성이 좋고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앞뒤 모두 멀티링크 타입 서스펜션과 에어서스펜션이 들어간다. 가로축으로 힘이 작용할 때 서스펜션이 딱딱해지고 세로축 힘이 강할 때는 부드러워지는 특성을 지닌다.

신형은 이전 모델(앞뒤 모두 더블 위시본)과는 달리 앞뒤 모두 멀티링크 타입 서스펜션과 에어서스펜션이 들어간다. 가로축으로 힘이 작용할 때 서스펜션이 딱딱해지고 세로축 힘이 강할 때는 부드러워지는 특성을 지닌다. 무게는 이전보다 액슬을 포함해 67킬로그램이나 줄었다. 리어 스티어링 시스템이 들어갔음에도 말이다. 알루미늄 사용량을 늘린 덕분이다. 속도와 노면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전자식 댐퍼가 감쇄력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스스로 차고를 높이고 낮춘다.

부드럽되 낭창거리지 않는 승차감에 기분이 좋다. 새로운 전자식 랙앤피니언(이전에는 유압식이었다) 스티어링은 자연스럽고 빠르며 노면 피드백을 아주 잘 전달한다. 뒤가 빨리 쫓아오고 코너에서는 노즈가 밖으로 밀리지 않으니 큰 차를 운전한다는 느낌은커녕 내 몸에 잘 맞는 차를 운전하는 느낌이다.

무게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 모델보다 무려 325킬로그램이나 줄였다. 보디에서 71킬로그램, 앞뒤 액슬과 서스펜션 67킬로그램, 연료탱크 시스템 46킬로그램, 도어 24킬로그램 등 차체 모든 면에서 감량이 이뤄졌다. 아우디는 “다년간의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 경험과 경량 기술 덕분”이라고 밝혔다. 성인 남자 3명의 무게를 덜어냈으니 연료효율성이 좋아진 것은 물론, 가속과 제동성능에서도 유리하다.

공간은 논쟁이 될 수 없다
신형 Q7은 어느 곳이듯 공간이 부족할 리 없다. 모든 부분이 넓고 높고 길다. 2열 시트는 4:2:4로 접혀 활용성이 좋다. 다양한 시트 베리에이션이 가능하다. 세 시트 모두 유아용 시트 고정장치(ISOFIX)가 달렸다. 세쌍둥이도 문제없다.

실제로 Q7은 크지만 결코 둔하지 않다. 3.0리터 V6 디젤 엔진이 만든 61.2kg·m이나 하는 높은 토크가 1500rpm의 낮은 구간에서부터 3000rpm까지 꾸준하게 이어진다. 일상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니 빠른 반응과 가속에 유리하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6.5초에 달리니 충분히 준족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고 이 차가 스포츠카처럼 토크를 예민하고 날카롭게 쏙쏙 뽑는 건 아니다. Q7은 어디까지나 프리미엄 SUV다. 무게감 있는 토크가 진득하고 꾸준하게 차체를 밀어주며 편하고 안락한 주행을 유도한다.

쾌적한 주행에는 ZF에서 공급한 8단 자동변속기도 한몫을 한다. 운전하면서 변속기가 신경 쓰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주행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유연하면서 빠르고 정확하게 변속이 이뤄졌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보통 1500rpm 이하를 유지하면서 변속이 이뤄지는데, 패들시프트를 당기더라도 엔진 사운드나 rpm에 큰 변화가 없다. 기어를 8단계로 잘게 쪼개서 세밀하게 엔진을 컨트롤하는 덕분이다. 이 변속기는 진동을 흡수하는 장치까지 있어 엔진 진동을 상쇄한다.

신형 Q7은 소음도 아주 잘 틀어막았고 엔진과 변속기의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특히 뒷자리에선 엄청나게 큰 윈도 덕분에 세상 모든 것이 다 보이는데, 실내는 더없이 조용한 상태로 공간을 이동하니 마치 ‘시공간이 슬립을 일으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구동계는 평상시에는 앞뒤 구동력을 40:60으로 나눠 돌리다가 주행환경에 따라 최대 앞뒤 70:30, 15:85퍼센트까지 구동력을 배분한다. 독립식 토크벡터링 시스템이 좌우 바퀴의 회전차를 만들어 빠른 회전을 가능케 하고 낮은 속도(시속 2~10킬로미터)에서 회전할 때 장애물이 생기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운다. 차가 막히는 길에서는 스스로 가고 서기를 반복하며 운전대를 돌리고, 고속에서도 차간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고 차선을 따라 운전대를 돌려준다(일정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또 장애물과의 충돌이 예상되면 운전대를 더 꺾어 사고를 피한다. 이 모든 시스템은 사용이 쉽고 적절한 시기에 적확히 작동한다. 아우디의 기술발전 속도가 더 큰 걸음을 옮겼다.

앞으로 프리미엄 SUV 시장은 지금보다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질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모두 이 시장에 뛰어들어 이미 새 모델을 출시했거나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 아우디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 모델을 세상에 선보이는 데 11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신형 Q7은 아우디가 제안하는 럭셔리 SUV의 가치와 철학이다. 이성과 감성이 고루 분배되고, 최첨단 논리와 작용이 빈틈없이 연동되는 훌륭한 결과물이다.

신형 Q7으로 인해 아우디 브랜드에 대한 신뢰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아우디의 지난 11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뒷자리에선 엄청나게 큰 윈도 덕분에 세상 모든 것이 다 보이는데, 실내는 더없이 조용한 상태로 공간을 이동하니 마치 ‘시공간이 슬립을 일으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SPECIFICATION

THE NEW AUDI Q7 45 TDI PREMIUM
기본 가격 1억123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7인승, 5도어 왜건 엔진 V6 3.0ℓ DOHC 터보 디젤, 272마력, 61.2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247kg 휠베이스 2994mm 길이×너비×높이 5052×1968×1740mm 복합연비 11.4km/ℓ CO₂ 배출량 176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