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3

겨울에 전기차 타기 힘드네
한파가 전기차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겨울철에 외부 기온이 떨어지면 다양한 이유로 i3의 주행가능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영하 10도의 날씨에서 i3의 주행가능 거리가 평소의 6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니까 당황스럽다.

나는 매일 집에서 회사까지 왕복 100킬로미터를 달린다. 하지만 최근 들어 i3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절반 정도다. 그런 이유로 지난 몇 주간 운행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i3의 주행가능 거리는 제원상 상온에서 132킬로미터, 저온에서는 75킬로미터다. 하지만 나는 i3를 살 때 그냥 132킬로미터란 데이터만 봤지 저온에서 75킬로미터라는 것은 보지도 못했고, 보려고도 안 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더니, 나에게 i3는 132킬로미터를 주행하는(해야만 하는) 자동차여야 했던 것 같다.

어쨌든 올겨울 몰아닥친 한파는 전기차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평소 i3로 130~150킬로미터를 주행하면서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완충 시 표기되는 주행가능 거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주행가능 거리 110킬로미터 정도 나오다가 나중에는 90킬로미터로 표시되기 시작했다.

i3는 주행모드(컴포트, 에코, 에코플러스 모드)를 바꿔가며 전력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주행거리를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행가능 거리 90킬로미터에서 히터(습기 제거)를 틀면 실제 주행가능 거리가 60~70킬로미터로 줄어든다. 시트 열선은 사치다. 차에 담요를 가지고 다니며 어떻게든 버텨봤지만, 이번 한파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그런데도 주행가능 거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회사에 도착하면 남은 주행거리가 2킬로미터일 때도 있다. 중간에 차가 멈출까 히터도 못 켜고 추위에 벌벌 떨며 가슴 졸이며 운전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러다 조만간 길에 차가 멈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전기차를 타면서 고속도로에서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돼 멈춘 경험이 있어 또다시 그런 일을 경험하기가 두렵다. 그래서 결국 같이 일하는 직원과 겨울 동안 차를 바꿔 타기로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날이 따뜻할 때까지 i3를 정상적으로 탈 수가 없기에 당분간 디젤차를 운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왜 겨울철에 전기차 주행거리가 이렇게 짧아질까?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증상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스키장에서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금방 닳듯이 날씨가 추우면 전기차도 배터리의 충전 효율이 떨어지고 방전이 급격히 빨라진다. i3도 이런 증상을 피하지는 못했다. 아무튼, 이번 겨울에는 손발 시리도록 i3를 탔지만 결국에는 주행을 포기하고 말았다. 어서 봄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가격 6340만원 레이아웃 뒤 모터, RWD, 4인승, 4도어 해치백 엔진 AC 동기식 전기모터, 170마력, 25.5kg·m 변속기 1속 자동 무게 1195kg 휠베이스 2570mm 길이×너비×높이 3999×1775×1578mm 전력 소모량 5.9km/kWh CO₂ 배출량 0g/km 구입 시기 2016년 1월 총 주행거리 2320km 평균연비 5km/kwh 월 주행거리 229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3만8510원(충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