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순찰대라고 하면 현란한 추격전부터 떠오른다. 하긴 고속도로순찰대는 뉴스보다 영화, 한국보다 미국의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래서였다. 충남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제2지구대 이효민 경장을 만나니 너무 평범한 경찰복이라 오히려 낯설었다. 최소한 선글라스 정도는 끼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데 그는 최근 20여 킬로미터의 추격전 끝에 수배범을 잡은 주인공이다.

여느 때처럼 순찰 중이던 이 경장은 홀로 탄 채 버스전용차로를 주행하던 미니밴이 있어 갓길로 세우라고 신호를 줬다. 그런데 그 차는 오히려 앞으로 내뺐다. 뭔가 수상하다 싶어 차량 번호를 조회해보니 벌금 수배자로 나왔다. 재차 갓길로 나오라며 창밖으로 몸을 빼 수신호를 했는데 용의자는 차선을 넘나들며 도주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쪽에 다른 순찰차가 있었다. 한 차가 앞을 막고 다른 차가 옆으로 밀어내 갓길에서 잡았다. 우연히 수배범을 추격해 검거한 소식은 종종 들린다. 하지만 이렇게 몇십 킬로미터씩 도주하는 일은 꽤 드문 경우라고 했다. 그 말을 하는 이 경장의 입꼬리도 씩 하고 올라갔다.

추격전은 보기보다 더 위험하다. 운전도 운전이지만 수신호를 할 때 범인이 인식하고 있단 걸 확인하기 위해 몸을 밖으로 빼 눈을 마주쳐야 한다. 시속 100킬로미터도 넘는데…. 단순히 뒤쫓는 것도 위험한데 서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런 것도 영화 같은 삶이긴 하겠다.

추격전이 시작되면 거의 100퍼센트 검거한다고 한다. 그런 거 보면 운전을 따로 배우진 않을까 싶을 만큼 잘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다만 매일 순찰 도는 구간이기에 길 자체에 대해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 추격에 유리한 면은 있을 거라 했다. 하지만 추격전은 가끔이다. 갓길에 세워진 차량을 이동시키고 사고 발견 시 안전하게 조치하는 등 순찰 업무가 기본이다. 순찰 중에는 황당한 일보다는 안타까운 일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졸음 쉼터에 차가 3일이나 서 있었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더니 운전자가 사망해 있었다. 목적지에 차마 도착하지 못하고 떠난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순직 대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충남청 고속도로순찰대 제2지구대 대원이 사고 처리 중 순직했다. 이효민 경장은 아는 분이라며 갑자기 하늘을 보고 눈을 껌뻑였다. 그로부터 불과 3개월 후에도 경기청 고속도로순찰대 대원이 단속 중 순직했다. 모두 후방에서 오는 차에 받혔다. 눈에 잘 띈다는 불꽃신호기를 설치하고도 이 같은 변을 당했다.

그렇다고 업무에 소홀할 순 없다. 난폭운전 단속도 시작됐다. 이 경장은 아직 뉴스에 나오는 것 같은 무서운 보복운전은 거의 없다고 했다. 갑자기 끼어들어 상향등을 켰다는 걸로 감정이 상해 싸우는 게 대부분이라고. 잘 중재해 화해시키면 악수하고 간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 아직 착한 것 같다며 이 경장이 웃었다.

요즘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다. 일선엔 아직 대부분 이런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 고맙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안전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인데 너무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부디 늘 안전하길!

슥 한 번 볼까? 고속도로순찰대는 단속보다 지도 활동에 비중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