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가 젊어지겠노라 선언했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에서 ‘메르세데스 미’를 벌이고 청춘과의 소통에 나섰다. 애피타이저로 왜건 모델 C 클래스 에스테이트를 공개하며 젊은 보헤미안의 입맛을 자극했다. 지난 연말의 SUV 풀 라인업 공개는 수프와 샐러드 격이었다. 젊은 층의 입맛은 GLA로 돋웠다. 그리고 이제 막 따끈따끈한 메인 요리가 나왔다. 새로운 A 클래스다. 지난 2013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3세대 A 클래스가 안팎을 다지고 젊은이들을 유혹하러 거리에 나왔다.

‘무엇이 바뀌었을꼬?’ 새롭게 바뀐 A 200을 주차장에 세워놓고 이전 모델의 사진을 스마트폰에 띄운 채 ‘다른 그림 찾기’ 하듯 한참을 번갈아가며 봤다. 가장 많이 바뀐 건 앞모습이다. 그릴 안에 미늘 판자처럼 생긴 두 개의 가로줄이 하나로 줄면서 디자인이 간결해졌다. 그릴은 더욱 촘촘해지고 범퍼 하단엔 크롬을 덧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헤드라이트는 ‘LED 하이퍼포먼스 헤드램프’로 업그레이드됐다. 뒤는 배기구 모양만 바뀌었을 뿐 기존의 ‘가늘고 희미하게 눈을 뜬 왕도마뱀’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엘바이트 그린 메탈릭’을 주력 컬러로 내세웠다. 이색적인 색으로 젊은 층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다.

첫판을 깨고 다음 스테이지로 옮겼다. 두 번째 판답게 실내는 더 어려웠다. 직물과 가죽이 섞인 새로운 스타일의 시트 말고는 도저히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센터페시아 중간의 버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주행 모드를 바꾸는 ‘다이내믹 셀렉트’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컴포트’, ‘스포츠’, ‘에코’, ‘인디비주얼’ 네 가지 주행 모드로 바뀐다. 그 옆에 또 다른 버튼을 발견했다. 정차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주는 오토 스타트/스톱 버튼이 새로 추가됐다.

실내는 젊은 운전자의 고급스러운 취향에 맞췄다. B 클래스와 똑같이 ‘허니콤 룩’이라고 부르는 육각 벌집 모양의 트림이 적용됐고 문 안쪽을 장식한 직물 소재와 스타일도 멋졌다. 다른 메르세데스 벤츠와 다름없이 기어 레버는 스티어링휠 오른쪽에 붙여 센터페시아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공간을 시원하고 말끔하게 뽑아냈다. 그래서 이 작은 해치백에는 컵홀더 말고 동전 트레이로 쓰기 좋은 재떨이와 스마트폰이 쏙 들어가 덮이는 작은 수납공간이 더 있다. 지붕 전체를 뚫어놓은 듯한 파노라마 선루프는 이 차의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문득 A 200의 캐릭터가 궁금해졌다.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게 단순히 ‘고급스럽고 세련된’ 소형 해치백으로 태어난 걸까? 궁금증이 풀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바퀴굴림 방식의 A 200은 1.6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에 듀얼클러치 7단 변속기를 물렸다. 5300rpm에서 최고출력 156마력을 내며 1250~4000rpm 범위에서 최대토크 25.5kg·m의 힘을 낸다. 폭스바겐 골프 1.4 TSI를 모는 나에게 익숙한 사양이다. 출력은 A 200이 16마력 더 높다. 두 차의 수준은 비슷하지만 달리기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서 A 200이 추구하는 본심을 알 수 있다.

도로에 나온 A 200은 항상 흥분돼 있다. 고속도로에서 엔진회전수는 대부분 3000~4000rpm 영역에 머물러 있다. 멈췄을 때 혹은 저속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변속기는 2단에서 엔진회전수가 최소 5000rpm을 넘겨야 3단을 허락한다. 엔진은 실내로 연신 소프라노 아리아를 들려주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절정에 다다른다. 앞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에 위시본을 덧대 노면 스트레스를 분산시켰고 댐퍼는 꽤 단단하게 세팅했다. 그만큼 부드러운 승차감은 덜어냈다. 앞 시트의 헤드레스트와 등받이는 하나로 합쳤는데 목 부분에 구멍이 나 있다. 이는 경주용 차에서 쓰는 4점식 안전띠를 거는 용도다. A 200을 사서 4점식 벨트를 매고 트랙에서 타는 운전자는 실제 매우 드물겠지만 A 200이 추구하는 캐릭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A 200은 겉은 세련된 비즈니스 캐주얼 슈트를 입었지만 속내에는 운동 잘하는 엘리트로 보이고 싶은 사회 초년생의 서투른 욕망이 담겨 있다. 이 차의 롤모델은 결국 A 45 AMG 4매틱이 아닐까?

‘메르세데스 벤츠’ 하면 떠오르는 부드럽고 안락하면서 역동적인 승차감의 자격은 이 집안의 막내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내비게이션도 없고 뒷좌석은 성인이 타기엔 좁다. 운전석의 위치는 전동으로 조절되지만 옆 좌석은 수동이다. 나름 ‘벤츠’라고 기대하는 누구를 옆에 태웠을 때 민망할 수도 있다. 부가세를 포함한 이 차의 가격은 3640만원이다. 국내에서 파는 메르세데스 벤츠 모델 중 가장 싸지만 젊은 고객층을 확 끌어안기엔 경쟁해야 할 차가 많다. 하지만 곧 디젤 모델 A 200 d가 출시를 앞두고 있으니 A 클래스의 인기가 어떨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 새로운 A 200은 딱 메르세데스 벤츠가 불로초를 얻고 싶은 욕망만큼 나아졌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364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1.6ℓ DOHC 터보, 156마력, 25.5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공차중량 1430kg 휠베이스 2699mm 길이×너비×높이 4805×1770×1445mm 복합연비 12.3km/ℓ CO₂ 배출량 140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