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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方流行_Stars&People

우리는 이솜의 분위기를 사랑해

이솜의 주위를 자기장처럼 두르는 오묘한 기체, 모두를 매혹시키는 그녀의 ‘분위기’에 대하여.

2016.02.29

 

한 줄기 빛은 한 줄기 빛 / 발아가 이루어지면 한 포기 난초와 한 떨기 장미로 피어난다 /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엄습하는 것들을 사랑해 _오은, ‘아이디어’ 중

 

 

뷰파인더 앞에서 능숙하게 서성이는 이솜을 보며 콧노래처럼 떠오른 오은의 시. 머리 위에 해처럼 뜬 조명 빛을 받고 난초의 인색한 꽃봉오리처럼 천천히 피어나는 이솜을, 장미 잎사귀 같은 발그레한 볼을, 저 차가운 허공을 데우는 꽉 찬 몸짓을, 그녀가 만드는 분위기를,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솜의 분위기에 가장 먼저 매혹된 건 패션계다. 2008년, Mnet의 모델 선발 프로그램 <체크 잇 걸>에 등장한 19세 소녀는 단박에 그 세계의 아이콘이 됐다. 그다음 세계는 새 얼굴에 늘 목마른 영화계다. 영화 <푸른 소금>의 이현승 감독은 고만고만한 인물 사이에서 날카로운 눈, 둥글고 뭉툭한 코, 장난기 가득한 덧니를 가진 신선한 얼굴을 발견한다. 그리고 마치 약속된 수순처럼 그녀 앞에 펼쳐지는 무수한 시나리오들. <하이힐>, <산타바바라>를 포함해 6편의 영화를 지나온 이솜은 마침내 <마담 뺑덕>의 임필성 감독을, 그녀에게 신인상을 안긴, 그녀를 ‘배우’로 자리매김시켜준 ‘덕이’를 만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1편의 영화와 2편의 드라마를 필모그래피에 채운 이솜은 덕이에게 따라붙었던 ‘파격’, ‘음울’, ‘치명적’과 같은 수식들로부터 잠시 몸을 숨긴다. 전작의 긴 여운을 씻기 위해 휴식에 젖은 이솜을 다시 꺼낸 이는 박현진, 유아인과 이미연, 최지우와 김주혁, 강하늘과 이솜의 ‘블록버스터급 로맨틱 코미디’ <좋아해줘>의 감독이다. 덕분에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평범한 이솜의 분위기와 재회한다. 그녀를 만난 이, 그녀를 찍는 이, 그녀에 대한 글을 쓰는 이들이 모두 불문율처럼 입 모아 하는 말, ‘오묘하고 신비로운 얼굴’은 여전히 생기 탱천했다. 십 수 개의 미디어가 이미 묻고 쓴 새 영화 얘기 대신 꽉 찬 살구 같은 여자와 한담을 주고받았다. 하얀 침묵과 까만 정적 사이, 이솜처럼 가볍게 떠다니던 정리되지 않은 말들, 그 말들에 조각조각 배어 있는 이솜의 지금 마음.

 

 

 

네이비 오버올 원피스와 그레이 부츠는 모두 Low Classic, 블랙 브리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백 오픈 화이트 원피스는 Soulpot Studio 제품

 

 

제가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무조건 저를 그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런 틀을 갖고 싶지는 않아요.

 

 

 

네이비 오프숄더 톱과 블랙 절개 스커트는 모두 Low Classic, 블랙 버클 로퍼는 Perche 제품

 

 

Q SNS를 보면 유독 여자애들한테 사랑 고백을 많이 받아요. 그 애들은 왜 이솜 씨한테 사랑한다고 할까요?  
A 음. 저도 궁금해요. 친근한 느낌이라 그런가?


Q 어디가 친근해요?
A 외모? 히힛.


Q 친근하지 않아요. 오히려 선뜻 다가가기 어렵지. 여자라면 한 번쯤 갖고 싶은 분위기를 가졌잖아요. 길고 마른 몸, 예쁘지만 흔하지 않은 얼굴, 오묘한 눈빛 같은 것. 레아 세이두 같은.
A 히힛. 저 레아 세이두 좋아해요. 롤모델이에요. 지금 얘기하셨던 그런 느낌들은… 그녀가 다 가지고 있죠. 음… 그런데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봐줄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Q 자기한테 좀 냉정한 편이에요?
A 음. 반반인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엄격하기도 하고, 나를 사랑하기도 하고.


Q 어떤 면에 박하고 어떤 면을 좋아해요?
A 모델로 활동할 때 화보를 찍으면 스태프들이 “아, 예쁘다. 잘한다” 이런 말을 해줄 때가 있어요. 저는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안 믿어요.


Q 진심이 아닌 것 같아서요?
A 아뇨. 설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녜요. 그냥 그런 말에 혹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 자신을 위해서요.


Q 영화 <좋아해줘>에서 일상을, 평범한 또래를, 밝은 성격을 연기해서 좋았다고 했어요. 전작 <마담 뺑덕>의 ‘덕이’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A 그런 건 아니에요. 이전에 했던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어두운 캐릭터였어요. 사연이 있거나, 집착하거나. 그래서 좀 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싶었어요. <좋아해줘>의 평범한 ‘나연’이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지만 저한텐 되게 새로웠어요. 그간 작품에선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제 평소 모습을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Q 평소 모습은 어때요?
A 사람들은 저를 새침할 거라고 생각해요.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그런데 안 그래요. 밝아요. 흥도 많고요.


Q 막 소리도 질러요? 광분하기도 하고?
A 저 소리 잘 질러요. 기분 좋으면 춤도 추고 그래요.


Q 클럽 같은 곳에서요?
A 그런 데는 잘 안 가요. 그냥… 촬영하면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집에서, 뭐 아무 데서나요. 감정을 막 참거나 숨기지 않아요.


Q 언제부터 ‘언젠가는 연기를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A 모델 활동 할 때 ‘연기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제가 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 할 수 없지 않을까? 연기는 어려워요, 너무. 그런데 지금 하고 있네요.


Q 11편의 영화와 2편의 드라마를 찍은 연기자한테 이런 질문은 새삼스러울 수도 있지만… 두려운 점은 없었어요? 갑자기 직업을 바꾸는 일이요. 편견이 있잖아요. 모델 출신이라 연기를 잘 못할 거야.  
A 그런 시선들이 좀 두렵긴 했죠. 그런데 사실, 두려울 것도 없어요. 왜냐하면, 맞는 말이니까요. 어쩔 수 없어요. 그것도 저니까. 받아들였죠.


Q 극복이에요, 체념이에요? 아니면 자신감인가?
A 딱히 극복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연기가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제가 열정이 생겨서, 그런 시선이나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연기하는 일이 좋아요. 점점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요.


Q 연기 말고 또 뭐 좋아해요?  
A 극장을 좋아해요.


Q 공간을? 영화를?
A 둘 다요. 모르는 사람들이랑 같은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게 좋아요. 같은 영화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그 분위기요.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고.


Q ‘좋아하는 것’이 그 사람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 그 고유함은 DNA에 있는 정보가, 그러니까 예쁘거나 잘생긴 얼굴이 결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누군가에게 이솜을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분위기’ 때문이라고 대답해요. 이솜은 뭘 좋아해요?
A 음. 고종의 아침이요.


Q 뭐라고요?  
A 동네에 있는 커피숍이에요. 커피가 아주 맛있어요. 핸드 드립을 잘하죠. 제가 커피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Q 더 얘기해줘요.
A 연기자가 된 후, 모델로 활동할 때보다 ‘관계’가 많아졌어요. 전에는 거의 없었거든요. 사회생활을 잘 못했어요. 모델 친구도 별로 없고. 으헤헤. 그런데 지금도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이 좋아졌어요. 현장이 너무 좋아요.

 

Q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한번 꽂히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일 것 같아요.
A 단순해요. 단순해지기 위해 파고드는 것 같아요.


Q 아직 못 본 모습이 훨씬 많아요. 뭘 더 하고 싶어요?
A 저는 사실, 저를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를 알고 싶어요. 이런 캐릭터도 연기하고, 저런 캐릭터도 연기하면서요. 제가 저를 찾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Q ‘아직 나 자신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괴로운 표정을 짓거든요? 근데 이솜 씨 표정은 어떤지 알아요? 되게 설레 보여요. 여행이나 데이트 전날의 신나는 얼굴 같아요.
A 모른다는 건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저를 확정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에요. 제가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무조건 저를 그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런 틀을 갖고 싶지는 않아요.


Q 그럼 속으론 자기만 아는 답을 갖고 있어요?
A 사실 그런것도 없어요. 아직은 답을 정하지 않을래요.

 

 

 

데님 재킷과 데님 절개 스커트는 Recto, 잭슨 로퍼는 Repetto 제품

 

 

저는 사실, 저를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를 알고 싶어요. 이런 캐릭터도 연기하고, 저런 캐릭터도 연기하면서요.

 

 

 

수트 재킷과 셔츠 슬릿 팬츠는 모두 Recto, 블랙 버클 로퍼는 Perche 제품

 

 

By Ryu Jin, Feature Editor
Styling by Park Sejun
Hair by Hong Hyunjung
Makeup by Jeon Miyeon

 

CREDIT

EDITOR / 류진 / PHOTO / Kim Youngjun / 東方流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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