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오는 4월 말까지 서울 신사동 현대 모터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미디어 아트 작품 ‘유니티 오브 모션(Unity of Motion)’을 전시한다. 일본의 비주얼 아티스트 그룹 와우(WOW)의 작품으로 기계와 인간, 자연의 조화로운 움직임을 표현했다. 작품은 인간을 상징하는 센서 조각 ‘하트’,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머신’, 자연과 생명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거대한 디스플레이 ‘네이처’ 세 가지 장치로 구성됐다. 실제 현대차의 엔진 피스톤으로 만들어진 ‘하트’에 손을 대면 센서가 사람의 심장박동을 감지한다. 이어서 삼각 모양으로 펼쳐진 ‘머신’ 디스플레이에 새, 물고기, 나비 등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기계의 운율적이고 규칙적인 움직임을 사람의 심장박동과 결합해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 동시에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커다란 디스플레이 ‘네이처’는 기계와 생명이 하나 되는 순간을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다. 내 주변을 둘러싼 대형 화면들에서 멋진 그래픽이 쏟아져 나오는 조화와 융합의 메시지였다.

지난 1월 13일 현대차는 이 작품을 감독한 유키 다자키와 함께 미디어 아티스트 고헤이 나와를 게스트로 초청해 한국 관객과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작품 설명 외에도 미디어 아트, 인간, 기술 그리고 미래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현대차 아트디렉터 이대형 차장의 말이다. “자동차를 분해하면 정말 많은 구성 요소가 있는데 이것들을 예술적 관점으로 보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와우와 함께 기술과 인간성의 미래에 대한 공통된 지향점을 찾아 예술로 표현했습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1월 10일까지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움직임의 미학’ 전시회를 열고, 현대차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전시했다. 하이라이트는 수학자이자 키네틱 아티스트 루벤 마골린이 만든 ‘헬리오 커브(Helio Curve)’였다. 양 끝의 아날로그 기계가 복잡한 수학 법칙으로 만든 무한 파동이 400개의 나무 블록을 각각 다른 패턴으로 움직였다. 멀리서 보니 마치 바닷속에서 고래가 느긋하게 유영하는 모습이 연상됐다. 벽면 디스플레이에는 루벤 마골린의 인터뷰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무언가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전부입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그런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렇다. 두 전시회에서 경험한 예술 작품들은 모두 놀랍고 아름답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차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지는 않았다. 예쁜 찻잔에 담긴 향긋한 차를 마시긴 했는데 무슨 차인지 아리송한 느낌이다. 자료를 보면 현대차가 예술 작품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는 알겠다. 과제는 대중과의 ‘공감’이다. 예술은 어디까지나 커뮤니케이션 수단 혹은 기업이 가져가고 싶은 페르소나다. 중요한 건 예술이란 그릇 안에 담기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다.

현대차는 지난 2014년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11년 동안 후원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또한 10년간 국립현대미술관에 총 120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3월에는 LA 카운티 미술관과도 10년 동안의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길고 넓은 시각에서 현대미술을 후원하는 것은 좋다. 예술가와 함께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멋있다. 그런데 그 안에 좀 더 명확한 현대차의 모습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으로 제네시스의 숙제이기도 하다.

키네틱 아트 ‘헬리오 커브’는 기계적인 파동으로 항상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1 ‘유니티 오브 모션’의 작가 유키 다자키. 2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4월 말까지 ‘유니티 오브 모션’을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