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자정을 앞두고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는 <더 랠리스트> 마지막 생방송 준비가 한창이었다. 최종 후보에 오른 강병휘, 박규승, 오한솔, 임채원의 모습이 보였다. 스튜디오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방송이 끝나면 넷 중 한 사람은 2년간 유럽으로 랠리 연수를 간다.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WRC 드라이버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경쟁의 최종 우승은 임채원 씨가 거머쥐었다. 그리고 20일 후 그는 가족과 지인, ‘더 랠리스트 톱21’ 멤버들의 응원을 받으며 독일로 떠났다.

그가 떠나기 전날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는 ‘더 랠리스트 윈터 캠프’가 열렸다. 랠리 드라이버 교육을 위해 방송에서 진행한 커리큘럼을 일반인에게도 제공하자는 취지다.

<더 랠리스트>에서 실제 교육에 쓰인 현대 i30 랠리카로 짐카나, 긴급 제동, 트랙 주행을 체험했다. 랠리 드라이버를 위한 교육이라기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 운전 기술과 트랙 주행 요령에 가까웠다. 최종 4인 중 한 명인 강병휘 씨와 톱 15까지 올라갔던 정재순 씨가 인스트럭터로 참여했다.

운전석에 앉기 전 트랙에서의 주의 사항과 코스 설명, 기초 운전 교육이 진행됐다. 강병휘 인스트럭터의 마찰원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타이어 접지력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타이어가 버틸 수 있는 힘 이상으로 가속하면 접지력을 잃어 헛돌게 되고 너무 강하게 제동을 해도 노면을 잡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돌리면 타이어의 접지력도 분산된다. 가속과 제동을 위아래에, 스티어링휠 회전을 양쪽에 두고 원을 그리면 타이어 접지력의 영역이 나타나는데 이를 마찰원이라고 한다. “타이어를 이 원 밖으로 내보내선 안 됩니다. 스티어링휠 아래와 가속페달을 밟는 발끝이 실로 연결돼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돌릴 때마다 발이 위로 당겨지죠? 그 느낌을 기억하세요. 운전을 정교하게 하려면 손과 발이 하나로 움직여야 합니다.”

밖에 나가 짐카나부터 시작했다. 실제 랠리에도 드라이버의 기본기와 핸들링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짐카나를 꼭 집어넣는다. 참가자들은 ‘톱21’ 멤버를 뽑을 때 사용했던 코스를 똑같이 체험했다. 슬랄럼, 직선 가속, 8자 주행 등이 얽혀 있어 다양한 운전 스킬과 무엇보다 코스 숙지가 우선이었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코스를 떠올리며 힘껏 출발했다. 정재순 인스트럭터가 일러준 요령에 따라 스티어링휠을 바삐 움직였다. 순간 국내 유수의 레이서들도 여기에서 대거 탈락했던 방송 모습이 떠올랐다. 나 역시 두 번째 주행에서 코스를 이탈하고 말았다.

트랙으로 이동해 제동 요령을 배웠다. 코스마다 제동 포인트를 표시하고 러버콘으로 좁은 길을 만들었다. 해당 코스를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지나가려면 표시된 곳에서 감속하고 빨리 탈출하라는 뜻이었다. 오후엔 랠리카로 개조된 현대 i30와 쌍용 코란도로 트랙을 마음껏 달렸다. 강병휘 인스트럭터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가이드가 차 안의 무전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연속된 세 개 코너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처음 두 개는 천천히 돌더라도 마지막 코너를 빨리 탈출한다면 랩타임 기록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가속페달은 직선 구간을 만들어놓고 밟으세요. …SUV처럼 롤링이 심한 차들은 브레이크 페달을 미리 밟고 코너에 진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랠리카는 트랙에 어둠이 깔리고서야 멈췄다.

<더 랠리스트>의 진액만 정제해서 만든 초고농축액을 단숨에 들이켠 기분이었다.
 

1 트랙 주행 요령을 설명하고 있는 강병휘 인스트럭터. 2 랠리카로 개조된 현대 i30 실내. 현재 인제스피디움에서 렌트해 타볼 수 있다.

더 랠리스트 윈터 캠프는 3월까지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참가자에게는 전원 인제스피디움 서킷 라이선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