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은 이동수단의 발전에서 거듭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이며 혁신적인 발명으로 바퀴(BC 4000년경으로 추정)가 평가받는 것은 동그라미 하나가 세상에 큰 변화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수레가 만들어지고 더 많은 짐과 인원을 더 빠르게 옮길 수 있게 됐고 증기와 석유를 사용한 내연 기술이 더해지면서 더 빠르고 안전한 기차와 자동차가 개발됐다. 더 먼 곳까지 가기 위해 배를 만들어 띄우면서 문화와 문명은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더 빨리 움직이는 방법을 고안하다가 급기야는 하늘을 날게 됐다.

이동수단의 발달은 단순히 인원과 물자 수송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인류가 새로운 대륙에 정착했으며 과학문명의 발전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문명과 문화를 발전, 전파시켰다. 지금은 자동차의 최고속도가 시속 300킬로미터를 훌쩍 넘고, 고속전철이 시속 600킬로미터, 비행기가 시속 1000킬로미터로 날면서 부지런히 인원과 물자를 나른다. 과거에 비하면 실로 엄청난 속도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도 속도에 대한 목마름을 표출하고 있다. 그 목마름의 근원은 바로 효율성이다.

이동수단 효율성의 척도는 아주 간단하다. 많은 인원 또는 물자를 더 빠르게 이동시킬수록 효율적인 이동수단이 된다. 인류가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자동차는 효율적인 이동수단일까? 자동차는 집과 사무실, 때로는 그 외의 먼 곳까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으니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동차의 최대 단점은 바로 도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를 덮고 있는 수많은 도로는 모두 엄청난 건설비용이 들어갔다. 또 그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는 대부분 한두 명이 타고 있다. 차간 거리를 생각하면 일반도로에서는 100미터당 5~10명의 인원이 움직이는 꼴이다. 고속도로에서는 100미터당 1~2명에 불과하다.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수단이지만 면적 대비 수송량으로 보면 아주 비효율적인 이동수단이다.

배는 어떨까? 많은 인원과 물자 수송에 유리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공간적 제약이 따르고 속도도 느리다. 현재 인류의 가장 빠른 이동수단인 비행기는 이동 가능한 공간의 효율성이 높지만 시간적 제약이 많고 경제적 효율성도 낮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고속열차는 현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광역 이동수단이다. 빠르고 정확하며 공간효율성도 높기 때문이다.

역대 가장 빠른 고속열차는 일본의 추호신칸센 초전도자기부상열차가 가지고 있다. 2015년 4월 시속 603킬로미터로 달려 2003년 신칸센 XML1이 세운 시속 581킬로미터 기록을 갈아치웠다. 프랑스 TGV-P와 중국의 상하이 자기부상열차도 시속 50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서울-부산을 1시간 안에(KTX 2시간 40분) 주파할 수 있는 실로 엄청난 속도다. 그런데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는 시속 600킬로미터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시속 1220킬로미터로 달리는 하이퍼루프(Hyperloop) 열차를 제안했다. 거의 음속(1224킬로미터)에 가까운 터무니없이 빠른 속도다. 그런데 하이퍼루프는 일본의 신칸센, 프랑스 TGV 등과는 기술구조가 많이 다르다.

왼쪽의 프로펠러가 있는 곳이 앞이다. 엄청나게 큰 컴프레서가 앞쪽 공기를 흡입해 뒤와 아래로 빠르게 내뱉으며 추진력을 얻는다. 열차가 떠 있기 때문에 마찰 저항도 없고 소음도 최소화된다.

우선 하이퍼루프는 철로가 없다. 쉽게 말하자면 이 초고속 슈퍼트레인은 사람들을 태운 캡슐을 원통에 넣어 시속 1220킬로미터로 쏘는 거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원통은 거의 진공상태로 만들고 캡슐이 원통에 닿으며 생기는 마찰저항을 줄이기 위해 압축공기를 바닥으로 내뿜어 캡슐을 띄운다. 그러면 공기저항과 마찰저항이 줄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덕분에 캡슐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열만으로 충당할 수 있다. 이게 일론 머스크가 2013년에 구상하고 제안한 내용이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의 600킬로미터 구간에 하이퍼루프를 건설하는 데 60억 달러(약 7조5000억원)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는 고속열차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했다. “600킬로미터의 거리를 비행기를 타지 않고 30분 만에 갈 수 있습니다.”

그의 제안은 정말 혁신적이다. 많은 이들이 경탄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의견도 많았다. “기술 숙성도가 아직 이에 이르지 못했고 건설비용도 터무니없이 낮다”며 무리한 구상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2015년 1월 머스크는 “텍사스에 8킬로미터에 이르는 하이퍼루프 테스트 트랙을 건설할 것”이라 밝혔다. 그의 성격대로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하이퍼루프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하이퍼루프는 순항하고 있다. 머스크가 민간 우주여행 사업을 위해 세운 기업 스페이스X의 제트엔진 기술자 브로건 밤브로건이 하이퍼루프 테크놀로지(HT)를 설립했다. HT는 머스크의 구상도를 기술로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원통은 완전한 진공으로 만들지 않는다. 공기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캡슐 앞쪽의 컴프레서가 공기를 빨아들여 압축한 후에 바닥으로 분사해 캡슐을 띄운다. 애초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캡슐을 띄우는 방법으로 자기부상 방식이 고안됐으나 100미터당 약 45억원이나 하는 건설 비용은 비현실적으로 높았다. 그래서 압축공기 방식을 사용하게 됐다. 공기도 일반 기압의 1000분의 1로 줄였기 때문에 저항값도 아주 낮다. 하지만 문제는 남았다. 캡슐과 원통이 완벽하게 딱 들어맞으면 마찰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고 캡슐 앞뒤 압력차가 생겨 저항값이 커진다. 그래서 HT는 원통 직경을 캡슐의 두 배로 키웠다. 그렇게 캡슐 앞에 있는 공기를 뒤로 원활하게 보낼 수 있다. 즉 지금 머스크와 HT가 구상하는 하이퍼루프의 최대 기술적 난제는 공기 흐름을 얼마큼 원활하게 하느냐에 있다. 앞에 있는 컴프레서가 공기를 얼마큼 빠르게 흡입하고 압축해서 아래로 배출하는가, 또 앞쪽에 있는 공기를 얼마큼 유연하게 뒤로 흐르게 하면서 저항값을 줄이는가가 하이퍼루프의 속도와 직결된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대중화에 가장 선도적인 인물이었다. 전기차 기술을 세상에 무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에서도 테슬라의 족적은 뚜렷하다. 그리고 그는 스페이스X 프로그램으로 인류의 꿈인 우주여행에 도전하고 있다. 또 하이퍼루프로 인간을 초음속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인류 이동수단의 패러다임 혁명을 가져올 아이디어다. 현재 민간 항공기는 시속 900~1000킬로미터 속도인데, 그것보다 빠른 속도로 지상에서 이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 원통은 물속으로도 뚫을 수 있어 대륙 간 이동에도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일반 고속열차보다 건설 비용이 10분의 1밖에 되지 않고 심지어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만약 하이퍼루프가 실현된다면 시간적, 공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이 될 것이다.

인류는 언제나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을 위해 과학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물로 자동차, 철도, 항공, 선박이 오랜 시간 동안 인류의 교통 및 이동수단이 됐다. 그런데 머스크가 새로운 이동 혁명을 제안했고 그 제안의 실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어쩌면 자동차, 철도, 항공, 선박이 오랫동안 점유해온 이동과 물류의 프레임도 단숨에 바뀔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100년의 내연기관 자동차 역사가 마무리되고,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유인차에서 무인차로 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불어 하이퍼루프라는 음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 혁명도 꿈틀대고 있다. 우린 지금 이동의 격변기를 살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이 초고속 슈퍼트레인은 사람들을 태운 캡슐을 원통에 넣어 시속 1220킬로미터로 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