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헤이딜러(Hey Dealer)가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헤이딜러는 온라인 중고차 경매 서비스로 중고차 딜러와 개인 판매자를 잇는 중개 방식으로 운영된다. 누군가 자신의 차를 팔고 싶을 때 헤이딜러 홈페이지나 앱에 차 사진과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끝이다. 그러면 여러 중고차 딜러가 중고차 입찰에 참여해 비공개로 가격을 제시한다. 이용자는 제시 가격과 딜러 프로필, 거래 후기를 보고 마음에 드는 조건의 중고차 딜러를 선택하면 된다. 가격 흥정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제값 받고 차를 넘길 수 있다는 편리함이 헤이딜러의 장점이었다. 이 서비스는 2014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12월까지 인기를 누렸다. 누적 거래 500억 건. 30만명 이상 고객과 1500명의 딜러가 이용한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4개월만인 지난해 12월 28일, 새로 통과된 자동차 관리법 개정으로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처지가 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오프라인 자동차 경매장을 보유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경매하는 사업자’에 대한 벌칙 조항이 신설됐다. 사실 이전에도 자동차 경매 사업자는 특정 크기 이상의 주차장과 경매장 등 설비 기준으로 승인을 받아야 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전자거래를 통한 경매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헤이딜러 같은 온라인 경매 서비스도 규제 대상이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서비스가 중단되자 당연히 많은 사용자의 반발이 이어졌고, 언론도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측은 “온라인 업자 규제가 아닌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개정”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즉각 보완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개정안은 국토교통부의 정부안을 김 의원이 대신 발의한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마침 김 의원의 지역구도 서울 강서구였다(대규모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콜버스(CallBus)가 대표적이다. 콜버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심야에 버스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다. 즉 야간에 일이 없는 전세버스와 교통편이 필요한 이용자를 잇는 중개서비스다. 사용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고 승차 가능 시각과 정류장, 버스 번호를 볼 수 있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미리 요금을 결제하면 스마트폰으로 탑승코드를 보내주고, 이를 티켓으로 활용해 버스를 탄다. 도착지는 사용자의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이다.

같은 시간대에 이동 경로가 비슷한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모아 택시 요금의 3분의 1 가격으로 교통편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 서비스의 장점이다. 이 서비스는 심야 시간의 택시 부족 현상과 비싼 할증 요금 문제를 보완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서비스가 시작되자 택시업체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그들은 콜버스의 불법 가능성을 제기했고, 결국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의뢰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정의한 전세버스는 ‘일대일 계약을 통해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콜버스란 개념은 ‘다중계약’이라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노선이나 배차 간격 등이 정해져 있지 않아 노선버스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콜버스가 속하는 법령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콜버스랩의 박병종 대표는 “콜버스는 운수사업자가 아닌 전세버스와 승객들이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중개하는 서비스”라며 “이런 형태는 운수업 인허가 사항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2014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우버(Uber)가 그랬다. 우버는 자가용을 가진 운전자와 택시 같은 운송수단이 필요한 사람을 이어주는 중개서비스다. 그러나 기존 택시 사업자의 반발로 서울을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 퇴출당했다. 물론 우버를 둘러싼 찬반론은 여전히 정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반면 우버가 온전히 자리 잡아서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은 도시도 많다. 특히 도심 지역을 제외한 교외 지역에 택시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은 미국에서 우버는 이미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새로운 개념으로 시작해서 하나의 정식 교통수단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업체들이 새로운 서비스와 공존하는 사례는 없을까? 쏘카를 예로 들자. 쏘카(Socar)는 ‘카셰어링’ 개념으로 주차장에 놀고 있는 차와 잠깐씩 차가 필요한 사람을 이어주는 중개서비스다. 그러나 사실 사용자 입장에선 단기 렌터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분류도 렌터카 사업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쏘카도 창업 초기에 불필요한 틀에 얽매여야 했다. 보유 자동차 대수를 100대 이상 채워야 했고, 불필요한 지역별 영업소 사무실과 차고지도 갖춰야 했다. 그러나 다행히 쏘카는 업계에서 온전하게 자리를 잡았고, 현재 많은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사업으로 발전했다. 지역 중소 렌터카 업계는 여전히 무인대여소를 이용하는 쏘카가 불법 사업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업계 4위인 SK렌터카가 속한 SK그룹은 쏘카를 막을 궁리를 하는 대신 오히려 590억원을 투자했다. 기존 사업과 겹친다고 생각하지 않고 시장 확장 개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온라인 사진 서비스인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프로그램인 왓츠앱을 페이스북이 인수한 것과 비슷한 사례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이렇게 최근에 등장하는 IT 기업 중에는 중개업이 많다. 서로 닿지 않던 자원을 기술로 연결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의 효율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도 발휘한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기존 중개업자들의 영역을 잠식하고 오프라인 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니 기존 사업자의 반발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이들을 무조건 법으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존 사업자를 위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혜택을 그만큼 막기 때문이다. 1977년 설립되어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 된 택시 회사 ‘옐로우캡’이 곧 파산신청을 할 것이라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우버 본사가 위치한 도시다. 이처럼 새로움에 저항하는 혁신 저항은 전 세계 어디서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당장 법이나 기득권으로 제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소비자를 무시하고 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까지 막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