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김제호 나이 26세 직업 대학생 특기 꼬리만 보고 비행기 기종 맞히기

사내아이들이 자동차나 버스, 비행기에 관심을 보이고 좋아하는 것을 부모는 대견스러워한다. 자동차 이름을 맞히고, 비행기 종류를 줄줄 외는 것을 사람들 앞에서 자랑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릴 때 얘기다. 중학생이 됐는데도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부모는 걱정스러워하다가 타이르고, 협박하고, 혼을 낸다. 이런 것을 꿋꿋이 참고 견디며,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이어나가야 비로소 온전한 덕후가 될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진주만>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그런데 영화에 등장하는 전투기가 너무 멋진 거예요. 주인공이 탄 전투기가 뭔지 찾아보다 보니 종류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같은 전투기인 줄 알았는데 다 달랐어요. 그런 걸 발견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전투기와 비행기를 찾고, 조사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는 자신을 비행기 덕후라고 소개했다. 그가 가져온 책 중에는 <비행기 식별하는 법>이라는 책이 있다. 수백 대의 비행기와 전투기 기종을 어떻게 구별하는지가 자세히 나와 있지만 그 책은 더 이상 그의 바이블이 아니다. 이미 다 외웠기 때문이다. “비행기 꼬리만 보고 기종을 맞히는 건 저 말고도 많이들 해요. 어려운 게 아니죠.” 그는 요즘 비행기 사진을 찍는 것에 취미를 들였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 가 사진을 찍는다. 비행기를 찍으러 일본에 간 적도 있다.

“일본 공항에는 펜스에 카메라를 넣을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어요. 워낙 비행기 덕후가 많아서 그들이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놓은 거죠. 그런 게 정말 부러웠어요. 비행기 덕후도 종류가 참 많아요. 비행기 사진이나 동영상만 찍는 사람도 있고, 노선이나 좌석표를 외우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이 바닥이 좁아서 그런지 결국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는 지금까지 탄 비행기 티켓을 모아놓고 있다. 2010년부터 로그북이란 작은 수첩에 꼼꼼히 정리했다. 남들은 어디에 가려고 비행기를 타지만 그는 비행기를 타는 게 목적이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소리, 시동을 걸 때 엔진에서 들리는 소리,  착륙할 때 나는 소리가 다 다른데 그 소리를 들으면서 지금 비행기가 어떤 상황인지 예측해보는 게 재미있어요. 소리에도 다 뜻이 있거든요.”

그의 목표는 항공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다. 그가 보내온 이력 사항에는 항공사진이나 영상과 관련된 수상 경력과 활동이 A4 용지에 빼곡하다. 자가용조종사와 항공무선통신사, 사진기능사, 항공교통안전관리자 같은 자격증도 땄다. 그가 ‘덕업일치’를 이루게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