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우리 생활의 풍경도 많은 게 달라졌다. 디지털카메라, CD 체인저와 여러 장의 CD, 지도 등은 여행 가방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자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대신하고 있다. 머잖아 자동차의 실내공간도 그리 될 수 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테슬라 모델 S 대시보드엔 도화지만 한 터치스크린 액정만 있다. <모터 트렌드>가 ‘올해의 SUV’로 꼽은 볼보 XC90도 태블릿 PC 모양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기존의 부수 장치를 대신하고 있다. QM3도 빼놓을 수 없다. 르노삼성은 2016년형 출시와 함께 P2C라는 태블릿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마련했다. 이 작은 크로스오버는 아예 태블릿 PC를 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상반기에 출시한 8인치 태블릿 갤럭시 탭 액티브다. 애초부터 산업현장에서 쓰일 것을 고려해 개발한 제품이라 큰 충격에 노출되는 차에 써도 될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게 르노삼성의 설명이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QM3 대시보드에 덧대어진 사진 액자 형태의 프레임에 태블릿을 끼워 넣으면 끝이다. 기기가 프레임 안에 꼭 맞게 장착되면 자동으로 P2C라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면서 태블릿 화면이 전용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으로 바뀐다. 메인 화면은 T맵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오디오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멜론 플레이어, 음향 제어, 사진 같은 기능이 타일식 구성으로 배치돼 있다. UI는 내비게이션과 메인 화면, 기타 장치, 설정 기능을 담은 4개의 커다란 카드가 겹쳐진 형태다. 메인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면 내비게이션 카드가, 왼쪽으로 넘기면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설정 카드가 나타난다. 직관적인 디자인이라 다루기 편하고 반응도 꽤 빠르다. 라디오나 후방카메라 같은 차내 기능과의 연동도 무난하다. 하지만 완벽하게 차에 녹아든 모습은 아니다. 내비게이션 화면에선 다른 경로, 경로 취소, 주행 설정 등의 기능을 담은 퀵 메뉴가 메인 화면으로 돌아가는 가상 키에 가려져 있어 거의 사용할 수 없다. 운전대 뒤에 놓인 오디오 리모컨과의 연결도 아직 불안정하다. 리모컨 볼륨 스위치를 누르면 소리가 두어 단계씩 성큼성큼 커지고 작아지기 일쑤다. 태블릿 기기 자체의 내구성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차(또는 커넥터)와의 연결도 그만큼 단단한지는 다소 의심스럽다. 움푹 팬 노면을 세게 밟고 지나가자 기본 홈 화면으로 바뀌었다가 P2C 앱이 재실행되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 태블릿 PC나 끼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액자 형태 프레임은 갤럭시 탭 액티브에 맞춤 제작돼 있고, T2C 애플리케이션도 구글의 앱 장터인 플레이 스토어에 올라 있지 않다. 신차 구매 때 T2C 전용 액세서리를 추가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게다가 SK텔레콤의 회선 없이는 T2C 액세서리는 장착조차 할 수 없다. 테더링으로 내 회선의 데이터를 끌어다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고스란히 차로 들어온 태블릿 PC에서 다른 내비게이션 앱을 쓸 수 없는 것도 조금은 아쉽다.

차에 대한 얘기를 너무 안 했나? 엔진이 EU6 기준으로 바뀌었을 뿐 차진 핸들링과 활기찬 승차감 같은 예의 장점은 고스란하다. 빈약한 출력(90마력)을 바지런함으로 상쇄하는 듀얼클러치 변속기, 대충 밟고 다녀도 리터당 15킬로미터 이상은 내주는 기특한 연료효율, 그리고 작아도 너무 작아서 당혹스러운 컵홀더도 마찬가지고.

SPECIFICATION 기본 가격 2580만원 T2C 액세서리 가격 10만원(SE와 LE는 4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1.5ℓ DOHC 터보 디젤, 90마력, 22.4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공차중량 1305kg 휠베이스 2605mm 길이×너비×높이 4125×1780×1565mm 복합연비 17.7km/ℓ CO₂ 배출량 108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