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시한 쿠가는 포드가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디젤 SUV다. 날로 판매량이 늘고 있는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포드가 내놓은 처방으로 인지도와 판매량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이스케이프 대신 유럽에서 개발·생산한 쿠가에 디젤 엔진을 얹어서 국내에 들여온 것이다. 포드의 선택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휘발유 SUV 판매량은 극도로 낮고, 수입차 시장에선 유럽산 SUV 판매량이 아주 높으니까. 실제로 포드세일즈코리아는 지난해 9467대가 팔려 수입 SUV 판매 1위에 오른 폭스바겐 티구안과의 경쟁구도를 원했다.

하지만 티구안은 노쇠했다. 출시한 지 벌써 8년이 넘었고 올 연말에 새 모델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가 맞대결한다면 2013년 출시된 쿠가의 제품력이 좋게 평가될 확률이 높다. 애초 <모터 트렌드>는 이 점을 감안해 티구안 대신 기아 스포티지와 맞대결을 기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드는 내심 티구안을 원하는 듯 보였다. 포드세일즈코리아는 노쇠한 티구안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흡수하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풀모델 체인지를 앞둔 제품에 대한 소비저항이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쿠가의 국내 론칭 시점도 참 절묘하다. 출시와 동시에 티구안의 가장 강력한 경쟁 모델로 떠올랐으니까.

이번 <모터 트렌드> 헤드 투 헤드는 오래된 티구안과 젊은 쿠가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짚어보고자 했다. 풀모델 체인지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감수하고서라도 기본기가 탄탄하고 시장 반응과 평가가 좋은 티구안을 사야 할지, 아니면 티구안을 잡기위해 작정하고 유럽에서 개발·생산한 젊은 쿠가를 사야 할지,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했다.

주행품질과 핸들링
두 모델은 다른 듯 매우 비슷하다.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길고 세련된 느낌의 포드 쿠가에 비해 티구안은 짧고 키가 큰 스타일이다. 실제로 쿠가는 디자인에 눈길을 끄는 디테일이 풍부하고 티구안보다 길이와 휠베이스가 모두 9센티미터가량 길다. 반면 티구안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가로선과 각진 얼굴을 강조한 앞모습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수수한 모습이다. 실내 역시 역동성과 화려함이 강조된 쿠가에 비해 티구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수수하다.

포드 쿠가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상당히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엔진의 진동이나 소음을 잘 차단했을 뿐 아니라 차체와 내장재의 조립품질 등 짜임새가 좋다. 게트락과 함께 개발해 포드가 생산하는 파워시프트 6단 듀얼클러치는 클러치를 연결할 때나 기어를 바꿀 때의 충격이 거의 없다. 일반 자동변속기에만 익숙했던 소비자들도 쉽게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즉 승객들의 안락함을 최대한 고려한 세팅이다.

이런 쿠가의 성격은 동력의 전달 과정이나 서스펜션 세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앞서 말했듯이 파워시프트 변속기는 변속충격이 거의 없다. 또한 디젤 엔진의 진동이 느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엔진 회전수를 2000rpm 전후에서 주로 사용한다. 서스펜션도 탄탄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것은 댐퍼의 감쇄력에 의한 것일 뿐, 스프링 자체는 부드럽다. 그래서 짧은 코너나 차선 변경 등에는 차체가 자세를 잘 유지하는 반면 긴 코너에서는 차체의 롤링이 결코 적지 않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차체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크게 다가오고 노면의 정보나 일체감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급차선 변경이나 고속 슬라럼 등에도 주행 안정성이 흐트러지지는 않는데, 이는 235/50R18 규격의 콘티넨탈 스포츠 콘택트 5 SUV 초고성능 타이어와 우수한 ESC 프로그램의 덕택으로 보인다.  

티구안은 공회전 시에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쿠가보다는 실내로 많이 전달된다.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차 앞부분에 어떤 성격의 엔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라고나 할까. 보그워너와 함께 개발해 폭스바겐이 직접 생산하는 DSG 7단 듀얼클러치는 민첩한 변속으로 효율과 성능을 추구하는 쪽이라서 쿠가의 파워시프트보다는 출발할 때의 반클러치 감각과 변속 느낌을 운전자에게 더 많이 전달하는 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7단 DSG의 기어비이다. 보통 7단 듀얼클러치라면 7단은 아주 긴 기어비의 크루징 기어를 선택한다. 하지만 티구안의 7단 DSG는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1750rpm 정도를 보여 1800rpm의 쿠가와 거의 차이가 없다. 즉 기어를 촘촘하게 배치해 일상 영역에서 최대한의 성능과 효율을 얻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40마력의 최고출력 차이가 있음에도 티구안은 쿠가에 비해 느리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물론 속도가 높아질수록 분명 차이는 있지만 일상 주행에는 구동계의 저항감도 적고 경쾌하게 움직인다. 성능 계측 데이터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티구안은 쿠가보다 노면의 요철을 승객에게 더 전달한다. 요철 통과 시 하체에서 약간의 울림소리와 내장재 잡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솔직한 서스펜션 반응은 주행감각에 확실히 강점이었다. 티구안은 쿠가보다 차의 상태를 느끼기가 쉬웠고 이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운전자에게 확신으로 작용했다. 꽤 높은 속도의 고속 코너링에도 차체 롤링은 쿠가보다 훨씬 적었고 타이어가 노면을 잡고 있는 것이 보다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17인치 휠과 온로드 접지력을 희생하고 다양한 노면 적응력을 높인 브리지스톤 듀얼러 HP 스포트 타이어는 티구안의 한계 성능에 걸림돌이 됐다. 급차선 변경 테스트에서는 뒷바퀴가 좀 더 옆으로 미끄러진 뒤에 자세를 수습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낮은 무게중심과 탄탄한 서스펜션, 똑똑한 ESP의 덕택으로 위험 상황은 없었다. 만일 18인치 휠이 적용된 티구안 프리미엄 모델이었다면 훨씬 안정적인 조종 성능을 보인 반면 승차감이나 도로 소음에서는 좀 더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티구안은 수더분한 디자인과 아늑하고 기능적이지만 밋밋한 인테리어에 비해 훨씬 스포티한 조종성과 운전자 교감을 지녔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신모델의 도입을 기다리게 만든다. 이에 비해 포드 쿠가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부드러운 승차감, 세심하게 배려한 N.V.H 등으로 고급스러운 패키징을 보이지만 안락하지 못한 시트와 상대적으로 큰 차체 움직임 등으로 이미지보다는 생동감이 떨어지는 주행감각이 아쉬웠다.

그리고 조용한 줄 알았던 쿠가가 실제로는 오히려 시끄럽다는 계측 결과가 놀라웠다.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으면 급격하게 커지는 풍절음과 노면 진동에서 좀 더 세심한 엔지니어링이 아쉬웠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주행성능
티구안과 쿠가의 비교 테스트를 준비하며 결과가 약간 걱정됐다. 제원상 티구안이 불리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승차도 현재 판매되는 150마력의 EU6가 아니라 140마력의 EU5 엔진이었고 주행거리도 1만1900킬로미터나 됐다. 당연히 쌩쌩한 쿠가(주행거리 2614킬로미터)와 비교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것이 맞대결 비교 테스트 아니겠는가? 실제로 두 차는 예상을 뒤엎고 대단히 비슷한 계측 결과가 나왔다.

두 차는 엔진 출력과 무게, 변속기, 휠과 타이어의 크기가 계측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쿠가는 1997cc 디젤 엔진을 바탕으로 최고출력 180마력(40.8kg·m)을 발휘한다. 티구안은 쿠가와 압축비가 같지만 배기량이 29cc 적고, 엔진의 최대 회전 구간도 낮아서 출력이 140마력(32.6kg·m)이었다. 출력 면에서는 티구안이 분명 밀린다. 반면 변속기 구성과 몸무게에서는 티구안이 유리했다. 티구안은 7단 변속기를 쓴다. 따라서 첫 단과 마지막 단을 제외한 기어비 전반이 가속에 유리했다(기어비가 촘촘하고 짧다). 무게로 비교하면 쿠가가 1860킬로그램, 티구안이 1769킬로그램으로 티구안이 91킬로그램 가볍다.  

두 차의 가속력 계측 결과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에 쿠가가 10.22초, 티구안이 10.59초를 기록했다. 거의 우위를 가릴 수 없이 비슷한 성능이다. 사실 출발 직후 앞서나간 것은 티구안이었다. 시속 20킬로까지 0.42초, 시속 60킬로미터까지 0.8초가량 앞섰다. 순간 가속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와 민첩하게 반응하는 7단 듀얼클러치가 실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쿠가는 40.8kg·m라는 넉넉한 토크를 2000~2500rpm에서 꾸준히 뿜어내며 힘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엔진 출력의 차이는 고속에서 더 도드라졌다. 0→시속 130킬로미터 가속에서 쿠가가 17.06초를 기록하는 동안 티구안은 1.5초 뒤처진 18.56초를 기록했다. 소수점 단위의 근소한 차이였지만, 시속 60→90, 100→120킬로미터 추월 가속에서도 쿠가가 더 빨랐다.

반면 제동 능력에서는 티구안이 쿠가를 앞섰다. 시속 100킬로미터→0 테스트에서 3.04초(쿠가 3.05초), 시속 60킬로미터→0은 1.91초(쿠가 1.92초)로 약간 먼저 섰다. 티구안은 고속에서 급제동 때 쿠가보다 훨씬 가벼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235밀리미터 너비의 17인치 타이어는 같은 상황에서 횡방향으로 살짝 미끄러지며 다소 불안한 모습도 보였다. 18인치를 장착한 쿠가는 가속에서 불리했던 상황과는 반대로 제동 때 훨씬 안정적으로 타이어 텐션과 접지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두 차 모두 브레이크 성능과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곁들이고 싶다.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급제동한 후 모두가 브레이크 과열로 제동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두세 번의 연속 급제동에서 최고 기록보다 0.5~0.8초, 거리는 3~6미터 늘어났다. 김태영

티구안의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하고 7단 듀얼클러치와의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역시 명불허전이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기본 옵션만 챙긴 티구안 2.0 TDI(3860만원)와 각종 옵션을 담은 쿠가 2.0 티타늄(4410만원)의 편의장비를 비교하는 건 아이폰 6와 6S의 기능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결과가 뻔하다는 뜻이다. 티구안 2.0 TDI의 센터페시아에는 모니터가 없다. 당연히 내비게이션도, 후방카메라도 없다. 음성 인식은커녕 블루투스도 안 된다. 심지어 USB 포트도 없다(센터 콘솔 안쪽에 AUX 단자만 하나 있다). 반면 쿠가는 티구안에 없는 모든 것을 챙겼다. USB 포트도 두 개나 된다. 편의장비는 당연히 쿠가의 승리다. 만약 티구안 기본 모델이 아니라 최고급 모델이 왔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편의장비에 안전장비까지 더하면 쿠가가 티구안보다 낫지. 쿠가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까지 챙겼잖아.”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이다.

그렇다면 거주성은?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티구안의 거주성이 낫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두 차는 앞시트의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는데 티구안이 좀 더 편했다. 뒷시트는 말할 것도 없었다. “헤드레스트가 왜 이 모양이야! 이딴 데 머리를 대고 있으라고?” 이진우 기자는 쿠가의 손바닥만 한 헤드레스트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건 성인보다 아이들을 위한 시트야. 쿠션 부분이 짧잖아. 쿠션이 딱딱한 건 유아용 카시트를 안전하게 달기 위해서고.”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뒷시트가 불편한 이유를 애써 설명했다. “좁은 것 같진 않은데 이상하게 자세가 안 나와. 어떻게 앉아도 불편하네.” 고정식 기자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쿠가에서 내렸다. 나 역시 뒷자리가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무릎을 직각으로 세우면 허벅지 부분이 뜨고, 허벅지를 쿠션에 붙이면 발등이 앞시트에 걸렸다. 거주성은 티구안의 승리다.

쿠가와 티구안은 모두 앞시트에 열선 기능을 품었다. 그리고 둘 다 운전석만 전동시트를 달았다. 뒷시트 역시 둘 다 6대 4로 나눠 접을 수 있다. 쿠가는 뒷시트에 암레스트가 있는데 티구안은 암레스트 대신 가운데 시트가 통째로 젖힌다. 이렇게 하면 스키스루처럼 쓸 수 있다(쿠가에는 스키스루가 없다). 티구안의 또 다른 장점은 뒷시트가 10센티미터 남짓 앞뒤로 슬라이딩된다. 이렇게 해서 시트를 접지 않고도 트렁크 공간을 좀 더 넉넉하게 쓸 수 있다. 티구안이 다양한 짐을 싣기에 더 좋은 반면 쿠가는 쉽고 편하게 짐을 싣기에 좋다. 쿠가의 트렁크는 끝부분에 턱이 없어 짐을 싣고 내리기가 편하다. 발을 갖다 대면 저절로 열리고 닫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는 반응이 제법 빠르다. 참고로 티구안은 트렁크에 자동으로 닫을 수 있는 버튼도 없다.     

두 차의 계기반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렸다. 쿠가의 계기반이 복잡해서 싫다는 사람도 있었고,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장재 품질은 둘 다 수준이 비슷했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생각보다 쿠가의 조립품질이 좋은 것을 놀라워했다. 하지만 시속 120킬로미터를 넘으면 시트가 부르르 떨리는 게 옥에 티였다. 반면 티구안은 고속으로 달릴 때도 시트가 떨리지 않았다. 티구안의 주행거리가 1만 킬로미터가 넘는 것을 생각하면 주목할 만한 차이다. 쿠가는 티구안보다 훨씬 많은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를 챙겼다. 하지만 기본적인 승차감과 공간 구성 면에서 티구안을 넘지 못했다. 특히 불편한 뒷자리는 쿠가의 점수를 크게 깎아내렸다. 서인수

구매와 소유 비용
가격 스펙트럼은 폭스바겐 티구안이 더 넓다. 기본형 가격이 3860만원, 프리미엄은 4520만원, 최고 사양인 R라인은 4880만원이다. 포드 쿠가의 가격은 기본형 3990만원부터 시작한다. 기본형이 티구안보다 130만원 비싸지만 쿠가에는 내비게이션과 선루프가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취등록세가 티구안보다 90만원 이상 저렴해 두 모델 실제 구입 가격엔 큰 차이 없다. 쿠가는 기본형에 480만원을 더 얹으면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앰비언트 라이트, 파크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더해진다. 1월 현재 티구안과 쿠가를 대상으로 한 공식적인 할인 프로모션은 없지만 딜러사별로 자체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한편 포드는 수입차 최초로 72개월 장기 할부 프로그램을 시작해 구매 문턱을 낮췄다. 쿠가 트렌드 기준으로 선납금 30퍼센트를 내고 매월 46만1100원을 지불하면 된다.

보험료는 쿠가가 더 비싸다. 만 33세 남자 기준으로 보험료(자차 포함)는 쿠가가 130만원대, 티구안은 1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쿠가의 보험료가 더 비싼 이유는 이전 모델인 이스케이프의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커 자기차량손해 금액이 비싸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증 기간에도 차이가 있다. 폭스바겐은 3년·무제한, 포드는 5년·10만 킬로미터다. 부담 없이 오래 타기엔 쿠가가 더 낫다. 엔진오일 교환 주기는 티구안이 더 길다. 폭스바겐 2.0 TDI 엔진은 주행거리 3만 킬로미터, 포드 듀라토크 TDCi 엔진은 8000킬로미터마다 갈아야 한다. 주요 소모품 가격과 공임 모두 쿠가가 티구안보다 더 저렴한 편이다.

구매 비용과 유지비 면에선 쿠가의 승리다. 기본형 모델에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옵션인 내비게이션과 선루프가 있고, 상위 모델에서도 쿠가의 옵션이 더 풍부하다. 티구안보다 저렴한 취등록세도 장점이다. 주요 소모품 교체 비용도 전반적으로 부담이 덜하고 무엇보다 5년·10만 킬로미터 파워트레인 보증 기간이 매력적이다.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긴 하지만 보험은 설정할 수 있는 폭이 유연하다. 티구안의 시장을 뺏고 싶은 쿠가의 속내가 보인다. 조두현

쿠가의 엔진은 진동을 줄이기 위해 주로 2000rpm 언저리에 머문다. 6단 듀얼클러치는 변속 느낌이 아주 자연스럽다.

연비
두 차의 공인인증 복합연비는 지금 판매 중인 EU6 기준의 티구안이 리터당 12.7킬로미터, 쿠가는 리터당 13.0킬로미터다. 1년에 1만5000킬로미터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1년 동안 연료비(디젤 1256원)는 티구안이 148만3465원, 쿠가는 144만9231원으로 비슷하다.

공차중량이 쿠가가 1860킬로그램으로 티구안보다 91킬로그램 무겁다. 변속기도 같은 듀얼클러치 방식이지만 쿠가는 6단, 티구안은 7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차이를 부른 건 엔진과 인증 시기다. 쿠가는 EU6 기준을 충족시키는 엔진이고 티구안은 EU5 기준 모델이다. 아울러 쿠가는 연비 측정 기준이 강화된 2015년에 인증을 받았고 티구안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웠던 2012년에 인증을 통과했다. 여러모로 티구안에 유리했던 건 맞다.

하지만 실제 주행 시 효율을 높이는 모습도 티구안이 훨씬 적극적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코스팅 모드였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변속기가 알아서 기어를 중립에 놓고 관성으로만 주행하는 모드다. 티구안은 이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반면 쿠가는 이런 기능이 없다.

정속 주행 시에도 기어가 한 단 많은 티구안이 좀 더 유리했다. 시속 100킬로미터의 경우 쿠가는 6단에서 1780rpm 정도인 데 반해 티구안은 7단에서 1700rpm을 유지했다. 다른 영역에서도 티구안이 거의 100rpm 정도 낮았다. 변속 시점도 서로 달랐다. 티구안은 자연스럽게 가속할 때는 탄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엔진 회전수를 내내 2000rpm 부근에서 유지했다. 이때 순간연비는 리터당 6킬로미터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정속 주행 시에는 가능한한 엔진 회전수를 낮게 유지해 효율을 높였다.

쿠가는 자연스럽게 가속하면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만 2000rpm을 넘겨서 변속했다. 그 다음부터는 1900rpm, 1850rpm 등으로 점차 변속 시점을 낮췄다. 40.8kg·m나 되는 풍부한 토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때문에 가속 시에도 연비는 출발 시에만 리터당 10킬로미터 미만으로 떨어졌고 이후에는 그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정속 주행 시에는 쿠가 역시 엔진회전수를 되도록 낮게 유지했다. 그럼에도 순간연비는 티구안 쪽이 리터당 1~2킬로미터 높았다.

두 차를 가지고 일반 모드에서 변속기를 D에 놓은 뒤 연비를 살피며 주행해봤다. 왕복 22킬로미터 구간을 시속 60, 80, 100, 120킬로미터로 동일하게 정속 운행하면서 중간에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급가속하고 급제동하기를 3번 반복했다. 트립 컴퓨터상 연비를 보니 티구안이 리터당 14.8킬로미터, 쿠가가 리터당 13.3킬로미터로 나타났다. 연료효율은 모든 면에서 티구안이 앞섰다. 고정식

왼쪽 최첨단 편의장비가 가득하다. 하지만 조작이 어렵고 버튼이 너무 작다. 계기반도 복잡하다. 오른쪽 실내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모니터가 없는 시승차는 참 오랜만에 타본다. 그래도 각종 컨트롤러들이 직관적이어서 편하다.

최종 결론
이번 비교 테스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티구안이 다소 불리한 듯 보였다. 과거의 폭스바겐과 현재 포드의 비교가 될 테니까. 그런데 시승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쿠가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쿠가는 이번 비교 테스트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8년 전 모델과 붙었으니 당연히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패배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포드세일즈코리아는 이런 리스크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도 싱싱한 쿠가가 티구안을 멀찍이 따돌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2박 3일간 두 차를 시승한 여섯 명의 테스터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애초 기획대로 ‘소비자라면 두 차 중 어떤 차를 살 것인가?’ 결과는 네 명(나윤석, 이진우, 조두현, 고정식)이 티구안을 선택했고 쿠가 두 명(서인수, 김태영)이었다.

쿠가의 제품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에는 여섯 명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자동차의 기본기가 가치의 절대적 지표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것이라 하겠다. 쿠가는 최첨단 편의 및 안전장비를 그득하게 갖추고 있었지만 달리는 즐거움이 부족했다. 노면과의 직결감이 떨어지니 핸들링이 밋밋하고 주행감이 둔했다. 그리고 경쾌한 맛이 없었다. 엔진 출력이 180마력이나 되는데 힘이 부족한 느낌이었고 섀시에서 계속 미세한 진동을 일으켰다.

반면 티구안은 편의 및 안전장비가 부족하고 차체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승차감도 요즘 스타일로 보자면 너무 단단하고 직관적이다. 하지만 주행감에서는 마치 섀시와 보디가 일체형인 것처럼 꽉 조여 있었고 핸들링은 간결하고 감각은 또렷했다. 출력이 140마력밖에 되지 않았지만 경쾌하고 산뜻하게 움직였다.

<모터 트렌드> 두 번째 헤드 투 헤드, 폭스바겐 티구안과 포드 쿠가의 맞대결에서는 티구안이 승리를 차지했다. 쿠가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었는데, 이런 뜻밖의 결과는 우리도 놀랍다. 이진우

SPECIFICATIONS

FORD KUGA DIESEL  
파워트레인/섀시
레이아웃 앞 엔진, AWD 엔진  4기통, 알루미늄 블록/헤드 밸브트레인 DOHC, 실린더당 4밸브 배기량 1997cc 압축비 16:1 최고출력 180마력/3500rpm 최대토크 40.8kg·m/2000~2500rpm 레드라인 4500rpm 마력당 무게비 9.5kg 변속기 듀얼클러치 6단 자동 기어비 3.583/1.952/1.194/0.829/0.943/0.756 최종 감속비 4.533(1~4), 3.238(5, 6, R)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 멀티링크 스티어링 회전수 2.6 회전반경 11.1m 공차중량 1860kg 승차인원 5명 브레이크 앞, 뒤 V디스크, 디스크 휠 18인치, 알루미늄 타이어 235/50R18, 콘티넨탈 콘티스포츠 콘택트5   

소비자 정보
기본/시승차 가격 3940만원/4410만원 주행안정장치/트랙션 컨트롤 있음/있음 에어백 운전석과 조수석(정면, 측면, 무릎), 앞뒤 사이드 커튼  기본 보증 5년/10만 킬로미터  소모성 부품 보증 3년/6만 킬로미터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 6만 킬로미터(사고 시 무제한) 연료탱크 용량 60ℓ 연비 시내, 고속도로, 복합 12.0, 14.6, 13.0km/ℓ  CO₂ 배출량 146g/km(EU6)  

VW TIGUAN 2.0 TDI
파워트레인/섀시
레이아웃 ← 엔진 ← 밸브트레인 ← 배기량 1968cc 압축비 16:1 최고출력 140마력/4200rpm 최대토크 32.6kg·m/1750~2500rpm 레드라인 4400rpm 마력당 무게비 12.6kg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기어비 3.526/2.526/1.678/1.021/0.788/0.760/0.634 최종 감속비 4.733(1,4,5), 3.944(2,3,6,7)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 멀티링크  스티어링 회전수 2.6 회전반경 - 공차중량 1769kg 승차인원 5명 브레이크 앞, 뒤 V디스크, 디스크 휠 17인치, 알루미늄 타이어 235/55R17, 브리지스톤 던롭 듀랄 h/p 스포트
 

소비자 정보
기본/시승차 가격 3860만원/3860만원(2015년 기준) 주행안정장치/트랙션 컨트롤 ←   에어백 운전석과 조수석(정면, 측면), 앞뒤 사이드 커튼 기본 보증 3년/ 주행거리 무제한 소모성 부품 보증 3년/ 주행거리 무제한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 3년(사고 시 무제한)  연료탱크 용량 63ℓ  연비 시내, 고속도로, 복합 11.8, 14.0, 12.7km/ℓ CO₂ 배출량156g/km(EU6)

스포티지도 있었다
<모터 트렌드>는 애초 기획대로 기아 스포티지 2.0 4WD도 비교시승에 슬쩍 끼워 넣었다. 전문 계측장비까지 써가며 테스트하지는 않았지만 여섯 명의 테스터가 세 차를 번갈아가면서 시승했다. 스포티지의 가장 큰 강점은 파워였다. 최고출력 186마력은 어느 회전대에서든 힘을 쭉쭉 밀어 넣으며 차체를 경쾌하게 움직였다. 엔진 회전도 부드럽고 소음도 가장 적었다. 승차감도 앞뒤 모두 가장 편하고 부드럽다. 실내도 넉넉하고 편의장비도 가장 많이 담고 있었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변속기가 2단에서 1단으로 다운시프트될 때 충격이 올라왔다.
함께 달려보니 포드가 스포티지를 기피했던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파워뿐만 아니라 편의성, 안락성, 조작성, 기능성 그리고 운전의 즐거움까지 모든 면에서 스포티지가 쿠가보다 낫다. 티구안과 비교해도 티구안이 월등히 좋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그러면서 가격은 티구안과 쿠가보다 700만~800만원 낮다.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이런 말을 했다.
“이 급의 SUV를 사야 한다면 국산을 사겠어. 수입차를 살 이유가 없지.” 사실 소형 SUV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고서는 제품력의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시장은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이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무던히 애쓰기 때문이다.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격이 높다. 더 좋은 소재와 부품을 사용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기아 스포티지, 폭스바겐 티구안, 포드 포커스의 비교 테스트에서는 기아 스포티지가 압도적인 승자였다. 물론 이는 비공식적인 결과다. 글/이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