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브라질을 ‘미래의 국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지금 브라질의 경제와 부패한 정치를 보면 ‘도대체 브라질에 미래가 있는 거야?’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올 만하다. 나는 55년 전 브라질이 상상했던 찬란한 미래의 꿈에 어쩔 수 없이 휩쓸렸던 한 사람이다. 1961년 브라질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 최고의 비행기 생산 국가였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브라질 상황을 보면 나도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내가 자동차 업계에 뛰어든 지 60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은 계속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전기차는 미래다. 하지만 그 미래가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다.”

브라질의 미래가 언제 올지는 몰라도 난 전기차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전기차는 이제 환상도 아니고 두려움의 대상도 아니다. 테슬라 모델 S는 내가 몰아본 최고의 세단이었다. 3년 전 테슬라의 수석 디자이너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과 함께 일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아졌다. 이제는 네바퀴굴림에 루디크러스(Ludicrous, 터무니없는) 가속 모드까지 갖추고 다양한 자율주행 보조시스템이 함께한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테슬라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테슬라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브랜드들도 테슬라와 비슷한 차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포르쉐의 최신 콘셉트카 미션 E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는 차는 없다.

미션 E가 겨냥하는 건 미쓰비시 아이미브나 BMW i3가 아니다. 더불어 작은 보디에 묵직한 배터리를 얹고 출퇴근이나 할 때 타는 일본차도 아니다. 그냥 봐도 테슬라를 겨냥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 미션 E를 최종적으로 다듬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놀라운 능력을 지닌 엔지니어들도 힘을 쏟고 있다.

우리는 포르쉐의 아버지인 페르디난트포르쉐가 19세기에 엔진과 모터를 사용해 실제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어낸 걸 잘 안다. 그리고 그 후손이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을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하이브리드는 아무리 좋게 봐도 순수 전기차로 가는 길목의 징검다리 정도가 아닐까?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성이 뛰어난 배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몇몇 회사들이 도전하고 있는 진짜 친환경차는 수소연료전지차일지도 모른다. <오토모빌> 유럽 객원 에디터 게오르그 카처는 “향후 몇 년 안에 모든 포르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 말했다. 내가 보기엔 미션 E야말로 지금 자동차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아주 진지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션 E 디자인 책임자인 미하엘 마우어가 해낸 일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콘셉트카가 80년 전의 에르빈 코멘다(Erwin Komenda)의 디자인 철학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것이다. 이는 페르디난트의 손자인 부치 포르쉐로부터 훌륭한 디자이너 아나톨 라핀, 함 라가이, 미하엘 마우어로 이어진 결과일 텐데, 그중에서도 마우어의 공이 가장 크다. 마우어는 누가 봐도 포르쉐임을 알 수 있는 4도어 세단을 선보였는데 356시리즈부터 911까지 이어진 헤드램프 디자인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차를 만들었다. 새 헤드램프에는 4개의 LED가 자리하고 있다. 기존 모델과는 완전히 다르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주 절묘한 디자인이다. 만일 이 차가 테슬라와 함께 시장에 선보인다면 전기차는 마침내 현실이 될 것이다. 최초의 전기차 헤니 킬로와트에서 미션 E까지, 우리는 참 멀고도 먼 길을 달려왔다. 에디터/이진우

앞모습
1 기존 포르쉐 헤드램프와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다. 그러나 이 LED는 대부분의 포르쉐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 여전히 포르쉐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2 평평한 라인이 거의 수직에 가깝게 떨어지는 라인은 포르쉐 외관 디자인에 새로 등장한 요소다.
3 후드 가운데를 솟아오르게 한 것은 패널 강성에 약간 유리하다. 더불어 시각적 효과를 더해준다.
4 지붕 라인은 지붕 가운데가 낮아 보이는 효과를 노린다.
5 2도어에 3윈도는 코멘다의 911 디자인을 연상케 한다. BMW의 호프마이스터 킥처럼 포르쉐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터치다.
6 C필러가 보디보다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이는 차체 뒷부분이 더욱 넓어 보이고 스포티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7 앞뒤 바퀴 사이에 있는 사이드 패널이 아주 복잡하다. 공기흡입구와 배출구가 있고 에지가 강하게 들어간 직선이 이어진다. 뒷바퀴 앞에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유선형의 덮개도 있다.
8 세대를 거쳐 진화한 부드러운 인상의 앞쪽 디자인에 놀랍도록 날카로운 라인이 펜더 위를 지난다. 부드러운 범퍼 라인도 펜더 안쪽으로 파고들어 독특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9 날카로운 스플리터를 통해 공기를 브레이크로 유도했다.
10 전기장치들은 엄청난 열을 발생시킨다. 그래서 열을 식힐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해 보이는 두 개의 가로 바는 아주 기능적인 냉각 역할을 할 것이다.
11 F1 경주차에서 볼 수 있는 스플리터가 노즈에서부터 뒷바퀴까지 평평하게 이어진다. 아마 차체 밑바닥도 아주 평평할 것이다. 더불어 거친 노면으로부터 차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뒷모습
12 이 리어윙이 공기가 아래쪽으로 흐르도록 유도하지만 공기 흐름을 끊을 수도 있다.
13 두 장의 사진을 통해 리어윙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뒤 펜더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인상적이다.
14 앞 펜더의 평평한 윗부분이 어떠한 방식으로 직각으로 꺾여서 아래로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굉장히 입체적인 디자인이다.
15 앞바퀴 뒤의 엄청나게 큰 공기배출구가 사이드 패널과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러면서 점차 뒤로 갈수록 볼륨이 사라진다.
16 사이드 윈도 라인이 356/911과 아주 많이 닮았다. 물론 356보다 훨씬 더 길다.
17 뒷유리 라인과 모양이 911을 떠올리게 한다.
18 범퍼 라인은 차체 위아래를 선명하게 구분한다. 위는 안쪽으로 들어갔고 아래는 볼록한 볼륨감을 지녔다.
19 번호판은 어느 나라의 것이라도 붙일 수 있는 사이즈다.
20 디퓨저가 실제 기능을 발휘할까? 물론이다. 이 차는 포르쉐니까.
21 입체감을 준 이 부분은 928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다지 참신하거나 독특한 디자인은 아니다.
22 모두 예상했겠지만 이 구멍은 공기를 빼내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인테리어
23 이 차는 분명 세단이지만 스포츠카의 느낌이 아주 짙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아래부터 시작돼 센터터널과 도어 트림으로 이어지는 밝은색 조합이 아주 보기 좋다.
24 운전대가 스포츠카의 그것과 똑같지만 패들시프트가 없다.
25 계기반 전체가 부메랑 모양이다. 운전대가 가리는 부분이 전혀 없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다.
26 이 작은 토글스위치는 기존의 변속레버 모습과 전혀 다르다. 순수 전기차는 변속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Robert Cumberford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 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