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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方流行_Fashion

궁과 여인

조선 시대에 왕과 궁, 시대를 사로잡은 여인들이 있다. 권력욕으로, 혁혁한 총기로, 경국지색의 미모로 영욕의 삶을 살다 간 구중궁궐 여인들이 21세기 서울의 궁에 나타났다.

2016.01.20


이너로 입은 플라워 프린트 톱은 Zara, 블랙 롱 코트는 Bimba Y Lola,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의 톱과 팬츠는 Cos, 레이어드한 메탈릭 플리츠스커트는 Marco De Vincenzo by Boontheshop, 러플 디테일 네크리스는 Saveva by Boontheshop, 스웨이드 부츠는 Robert Clergerie, 레이어드한 머리 장식 모두 Miriam Haskell by The Queen Lounge, 유색 크리스털이 세팅된 링은 모두 Uno de 50, 레이어드한 볼드한 골드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수대비 [ 1437~1504 ]
조선 역사에서 강력한 권력과 지식, 부덕을 갖춘 여성으로 평가된다. 조선의 9대 왕 성종의 어머니이자 폭군 연산군의 할머니로,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했다. 빈틈없고 완벽한 성격으로 어린 둘째 아들을 왕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교의 영향으로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시대에 여성의 도리를 정리한 교육서 <내훈>을 쓰기도 했다.
“덕수궁은 세조가 남편을 잃고 궁궐을 떠나는 맏며느리 인수대비 한씨에게 준 개인 사저였어요. 그녀가 시아버지로부터 이 궁을 받고 입궐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상상해봤어요. 책임감이 얼마나 컸을까? 남편 의경세자를 잃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 궁과 자신을, 왕의 자손들을 지켜야 했으니까. 그래서 더 자신과 타인에게 엄격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왕가의 명예와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우노 초이 (주얼리 디자이너, 모델), 덕수궁 중화전 

 

 

 


러플 소매가 포인트인 톱은 Creatures Of The Wind by Boontheshop, 컵케이크 모양의 원피스와 프린트 플레어스커트는 The Centaur, 잠자리 모양 이어링은 Uno de 50, 트위스트 링은 Rem 제품

 

 

폐비 윤씨 [ 1445~1482 ]
성종의 후궁이자 조선의 10대 왕 연산군의 어머니. 실록에 ‘질투심이 강했다’고 기록될 만큼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이었다. 후궁을 독살하거나 주변 사람을 모략하는 일을 꾸미는 등 표독스러운 성품으로 유명했다. 결국 왕의 얼굴을 손톱으로 할퀴는 사건을 일으키고, 시어머니 인수대비의 격분을 사서 폐비되었다. 
“윤씨는 아마도 두려울 게 없었던 여인이었을 것 같아요. 단순히 왕의 총애만을 갈구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더 큰 목표와 야심이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녀가 끝내 폐비가 되고 사약을 받지 않았더라면 어떤 행적과 업적을 남겼을지 궁금해지네요.”
이윤정 (뮤지션), 경복궁 교태전 

 

 

 


퍼플 컬러 롱 드레스는 Lie Sangbong, 벨트는 Cos, 벨트 장식으로 연출한 컬러 플라워 브로치는 Zara, 드롭 이어링은 Dramaholic, 링은 Gripoix by Boontheshop, 볼드한 커프는 The Queen Lounge, 골드 뱅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장녹수 [ ?~1506 ]

장녹수는 조선왕조에서 파격적인 신분 상승을 이룩한 신데렐라다. 천민 출신, 노비와 혼인해 아들을 낳은 처지임에도 미모와 춤, 노래 실력이 뛰어나 연산군의 후궁이 됐다. 왕의 총애를 믿고 권력을 휘둘러 궁궐 안팎의 원성이 높았다. 연산군의 실정을 부추기며 결국 왕과 자신의 삶을 몰락의 길로 빠뜨렸다. 

“장녹수의 삶과 행적을 긍정하는 건 아니지만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그녀의 열정이나 에너지를 인정하고 싶어요. 불가능에 가까웠던 신분 상승을 이루기까지 주위의 시선이나 홀대, 무시에도 굴하지 않고 돌진했던 마음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상만 있고 실행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삶보단 비참한 최후일지언정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쟁취했던 그녀의 삶이 한편으론 멋지지 않나요?” 
정아름 (트레이너), 경복궁 

 

 

 


플라워 패턴 시스루 드레스와 메시 소재 트레인은 Jinteok, 손에 든 페더 장식 플라워 네크리스는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진주 장식 플랫 슈즈는 Flat Apartment 제품

 


인현왕후 [ 1667~1701 ]

조선 19대 왕 숙종의 비.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후궁 장희빈의 모략으로 폐위되었다가 남인이 실각한 갑술옥사 후 복위됐다. 두 여인의 대립 구도를 소재로 한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되었을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실록과 영화, 드라마 안에선 표독스럽고 영악한 장희빈과 대비되는 ‘현명하고 온유하며 인내심이 많은 성품’으로 묘사된다. 

“장희빈의 제물, 미덕의 여인. 권력의 승자들이 후대에 덧씌운 유교적 이미지 속에 인현왕후의 진짜 모습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그녀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둘리는 삶 속에서 외롭고 날카롭게 지금의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남궁선 (영화감독), 창경궁 통명전 

 

 

 


레드 드레스와 그 위에  레이어드한 나비 프린트 오간자 드레스 Lie Sangbong, 플라워 자개 헤어피스는 The Queen Lounge, 플라워 모티브 골드 링과 이어 커프, 나비 모티브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장옥정 [ 1659~1701 ]

조선왕조실록에서 유일하게 외모가 언급된 경국지색의 여인. 숙종실록 12년 12월조의 기록을 살펴보면 희빈 장씨의 외양을 두고 ‘용모가 자못 아름다웠다’고 묘사되어 있다. 미모를 무기로 조선 역사에서 궁녀 출신으로는 최초로 왕비가 됐다. 갑술옥사 후 다시 희빈으로 강등되었고, 인현왕후를 저주해 죽게 했다는 혐의로 사약을 받았다. 

“장옥정은 늘 시샘과 표독의 표본으로 묘사되잖아요. 그녀가 유교 이념이 예찬하는 전형적인 아름다움에서 벗어나서  그렇게 기록된 것 같아요. 만약 지금 태어났다면 특별히 나쁜 여자로 보이진 않았을 거예요. 누구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고,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요?”
성규리(아티스트), 창경궁 명정전 

 

 

 


퀼팅 브이넥 톱은 COS, 플로럴 프린트 자카드 톱은 Escada, 속에 매치한 오간자 소재의 후프 스커트와 메시 소재 스커트는 Jinteok, 헤어 장식으로 연출한 네크리스와 손 모양 드롭 이어링은 Bimba Y Lola, 헤어 장식으로 연출한 색동 이어링은 Jewel County, 골드 플라워 모양 헤어콤은 Heart of Gold by The Queen Lounge, 볼드한 화이트 원석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명성황후 [ 1851~1895 ] 

고종의 비, 명성황후에 대한 사료에서 그녀는 ‘영민한 두뇌, 뛰어난 판단력과 외교력, 높은 교양, 우아하고 근엄한 품성, 대쪽 같은 의지력’ 등의 수식어로 묘사된다. 시아버지 흥선대원군과 대립할 정도로 정치적 야심이 높았다. 대한제국을 식민화하려 했던 일본의 입장에서 그녀의 존재는 눈엣가시였다. 1895년 일본 정부의 사주를 받은 미우라 고로에 의해 시해됐다. 

“명성황후를 떠올리면, 저는 그녀의 ‘한’이 느껴져요. 특히 그녀가 생전에 머물렀고 일본 자객에게 시해당한 건청궁에 오니 더 그렇네요. 역사에선 그녀를 권력욕이 많은 여인, 국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강한 여성으로 묘사하지만 저는 그녀가 표출할 수 없었던 여성스러움, 여린 성품을 상상해요. 명성황후가 죽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흘렀을까요?” 
이정현 (배우), 경복궁 건청궁 

 

 

 


메시 소재의 코트는 Jinteok, 민트 컬러 스커트는 Mosca, 헤어 장식은 The Queen Lounge, 꽃 모양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혜경궁 홍씨 [ 1735~1815 ]

조선 시대 명문가의 딸로 고작 10세에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입궁했다. 남편은 ‘뒤주에 갇혀 죽은 왕자’로 알려진 사도세자다. 그 전에 첫아들을 잃고, 후에는 오랜 정적이었던 계부 정순왕후에 의해 동생까지 죽임을 당하는 등 비운의 삶을 살았다.  비상한 두뇌와 총명함, 다독가로 유명하며 조선 3대 궁중문학인 <한중록>을 집필했다. 

“역사나 영화 등에선 비운의 여인으로 묘사되지만 저에겐 홍씨가 ‘억울함이 많은 여인’으로 보여요. 훌륭한 집안에서 태어나 궁에서 교육을 받고 총명함이 남달랐던 만큼 야망이 얼마나 컸을까. 남편이 죽지 않았다면, 왕비가 됐다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았을 텐데.” 
박희현 (모델), 창경궁 경춘전 

 

 

 


코트와 리본 장식 모자는 Reneevon, 차이니스칼라 시스루 블라우스는 Paul&Alice, 컬러 블록 스커트는 Rabbiti 제품

 

 

덕혜옹주 [ 1912~1989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고종이 환갑에 얻은 딸로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일제 치하에서 12세의 나이로 볼모로 끌려가 동경 학습원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때부터 외로움과 향수병으로 인해 정신분열증을 앓았다. 1931년 일본인과 강제 혼인한 후 딸을 낳고 이혼했다. 1962년 38년 만에 귀국해 창경궁 낙선재와 연결된 수강재에 칩거하다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덕혜 옹주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지내던 시절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소녀였을 거예요. 그 기억의 힘으로 평생의 슬픔을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녀가 정신분열증으로 고통을 겪는 순간에도 그리워 할 수 있는 추억과 고향이 있어서 괴롭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엘리스 (모델), 덕수궁 정관헌 

 

Styling by Cho Yunehee 
Hair By Kim Seungwon, Kang Hyunjin
Makeup by Hong Hyunjung, Choi Sino
Fashion Assistant Editor Park Wonjung 
Feature Assistant Editor Park Minjung 

CREDIT

EDITOR / 류진 / PHOTO / 김욱 / 東方流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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