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응봉산 꼭대기에 오르는 이유는 한강 때문이다. 팔각정 전망대에 서면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의 관능적인 물줄기, 강 위에 거미줄처럼 엉킨 도로와 대교, 그 위에서 펼쳐지는 서울 사람들의 다이내믹한 하루를 한 장면에 담을 수 있다. ‘서울의 강’으로 알려진 한강은 사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황해북도까지 뻗어 나간다.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에서 한강은 유일하게 남과 북을 오갈 수 있는 존재다. 강의 여정을 상상하며 잠시 넋을 내려놓길 권한다.

남산

해발고도 81m의 응봉산은 243m 높이의 남산과 마주 보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이 도시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 엔서울타워가 보인다. 당신에게 쌍안경이나 성능 좋은 망원렌즈가 있다면, 혹은 그에 버금가는 시력을 가졌다면 엔서울타워 기둥에 매달린 괴생명체를 찾아보길 바란다. 정체는 고릴라로, 엔서울타워의 통제 공간이던 서울타워 플라자가 40년 만에 공개되는 것을 기념해 설치한 아트 벌룬이다. 2015년 12월 말에 공개된 서울타워 플라자에서는 남산과 어우러진 서울의 모습을 ‘공짜로’ 조망할 수 있다.

강변북로

한강변을 구렁이처럼 휘감으며 뻗은 저 길은 광진구와 마포구를 잇는 강변북로다. 그 사이사이, 동부간선도로와 올림픽대로가 혈관처럼 강 위를 휘젓는다. 당신에게 성능 좋은 카메라와 삼각대가 있다면 셔터를 오래 열어 달리는 차들의 궤적을 담아보길 권한다. 사진을 취미, 혹은 업으로 삼은 서울 사람 중 이곳에서 야경을 담아보지 않은 이는 별로 없다. 그 한 장의 파노라마 안에서 롯데월드와 잠실 종합 운동장, 청담대교, 성수대교, 무역센터와 같은 서울의 랜드마크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숲

육상 트랙처럼 보이는 도로 안에 갇힌 저 숲은 서울숲이다. 1000개의 숲, 1000개의 공원을 새 모토로 삼은 서울의 허파와 같은 공간이다. 약 115만 7,000m2(35만 평)에 달하는 녹지 안, 42만 그루의 나무가 도시인의 구원과도 같은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다. 서울 시민들은 이곳에서 꽃사슴, 고라니, 다람쥐와의 갑작스러운 조우를 즐긴다. 겨울에 숲을 찾는 이에겐 곤충 식물원으로 꾸며진 온실이 따뜻한 쉼터가 되어준다.

응봉산

관광객이 엔서울타워, 63빌딩 전망대에 올라 서울을 조망할 때 서울 사람들은 응봉산에 오른다. 고도 80m를 조금 넘기는 야트막한 둔덕이지만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은 이 도시 최고 마천루의 통창에 담긴 풍경 못지않게 아름답다. 팔각정까지는 걷기 좋은 나무 덱으로 연결되어 있어 밤에 오르기에도 무리가 없다. 해가 지면 응봉산 개나리 공원의 등을 모두 꺼 야경에 집중하기에 더없이 좋다. 야경이 슬슬 지루해질 때쯤엔 고개를 한껏 젖혀보자. 청쾌한 겨울 하늘에 총총 떠 있는 빛들과 마주한다. 응봉산은 서울의 별자리 관찰 명소이기도 하다.

A 13-1, Dokseodang-ro 60-gil, Seongdong-gu,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