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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方流行_Stars&People

황혜성의 딸들

한복려, 한복선, 한복진 세 자매는 한국의 ‘식’에 최초로 ‘문화’라는 지위를 부여한 요리연구가 故 황혜성의 딸이다. 세 자매는 어머니가 외롭게 개척한 길 위에서 궁중 요리와 전통 한식 문화의 맥을 잇는다. 먹는 행위의 격이 애매해진 시대에 3명의 전통 요리 연구가와 품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6.01.14

 

(좌) 실키한 소재의 블랙 드레스는 COS 제품, (중간) 울 소재의 그레이 드레스와 블랙 벌룬 팬츠는 COS 제품 (왼쪽부터) 한복진, 한복려, 한복선

 

Q 궁중 음식이란 뭘까요?
A 한복려 단순히 ‘궁에서 즐긴 음식’이 아니라 궁중의 식문화까지 포함된 개념으로 이해해야 해요. 유교 국가였던 조선의 왕실은 의례를 매우 중히 여긴 곳이었어요. 우리가 연구하고 전수하는 건 단순히 궁중 음식의 종류, 조리법이 아니라 궁궐의 음식 안에 담긴 의례, 문화, 특징 등을 모두 포함하는 콘텐츠지요.  
Q 신분제가 엄격하던 시대인 만큼 음식의 종류나 재료가 특별한 음식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통은 ‘왕은 무슨 재료로 만든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하는 1차원적인 궁금증을 갖잖아요.
A 한복려 궁궐에서 먹는 건 뭔가 특별하고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똑같아요. 같은 나라 사람이 같은 재료로 만든 걸 먹는 건 당연하지요. 왕도 고깃국, 미역국을 먹고, 고추장과 된장, 나물 등으로 만든 음식을 먹어요. 아주 희한하고 굉장히 아름답게 꾸며진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음식이 그랬던 건 아니에요. 왕에게도 ‘일상식’이 있으니까.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화려한 요리는  연회에서 제공되던 연회식이에요.
Q 우리나라에서 ‘전통’은 일상과 상당히 유리된 관념이에요. 저는 궁중 음식이 식 수준이 평준화된 요즈음에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왕의 음식을 ‘고급 음식’이라고 본다면 그런 건 이제 거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대잖아요.
A 한복선 궁중 음식에 깃든 정신, 문화가 지금 우리에게 이어져야 할, 그리고 오늘날의 라이프스타일에 접목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왕에게 바치는 음식은 가장 궁극적인 배려와 정성, 존중의 마음을 담아 만든 음식이에요. 궁궐의 주방이었던 소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상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음식이 얼마나 귀한 건지, 잘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가치를 알 수 있어요. 요즘처럼 품위 없는 식문화가 팽배한 시대에 기준과 모범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궁중 음식의 맥을 잇는 데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A 한복려 궁궐의 문화, 음식과 연관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해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에요. 특히 저는 음식을 통해 다른 문화와의 접점을 찾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창덕궁 낙선재에서 우리가 어떤 방식을 통해 궁중 음식을 전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지난해 경복궁에선 궁중의 부엌인 소주방을 공개했어요.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전시, 체험 등을 기획하고 채우는 것도 필요하겠죠. 해외 귀빈이 왔을 때 한국의 연회 문화와 궁중 음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일, 서울에 방문한 외국인이나 이 나라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올바른 메뉴와 조리법으로 만든 궁중 음식 전문점을 위한 자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Q 세 자매가 모두 한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한복선 어머니 황혜성 여사의 영향이지요. 저희 어머니는 끊길 뻔한 궁중 음식의 맥을 살린 분이에요. 대한제국이 쇠락하면서 왕실 음식을 담당한 소주방 나인들이 흩어지던 때 조선의 마지막 주방상궁 한희순 님을 찾아가 궁중 음식을 배우셨어요. 이후에 궁중 음식 인간문화재 1호로 지정되었고요. 그런 어머니가 궁중 음식을 연구하고, 만들고, 전수하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고 도우면서 이 길로 들어섰지요.

 

 

요즘 사람들이 이걸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밥’을 먹는다는 건 자기를 존중하고 아끼는 일이라는 걸요.

 

 

 

Q 세 분 모두 명함에 ‘궁중 음식 기능보유자’라고 쓰여 있지만 하는 일은 각자 달라요.
A 한복려 어머니가 하던 일은 궁중 음식 연구, 교육과 전수예요. 그 세 가지 분야를 나누어 전문적으로 하고 있지요. 저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 음식 기능보유자로서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실제 조리와 기능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한복선 우리 셋 모두 궁중 음식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는 요리연구가예요. 저는 좀 더 포괄적인 영역에서 한식 요리를 연구해요. 특히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한식 요리법, 한식 문화 등을 쉽게 전하는 일을 해왔죠. 그리고 한국의 전통 음식을 좀 더 쉽고 간편히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상품,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고요. 요즘엔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오랫동안 한길을 걷다 보니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음식을 읽는 눈이 생겼거든요. 한국 음식의 오감을 아우르는 글을 쓰는 것이 이제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음식 시집 <조반은 드셨수>를 냈어요.
한복진 저는 교육자로서 1988년부터 궁중 음식과 한식 문화를 다루고 있어요. 정규교육기관 최초의 2년제 조리학과, 4년제 한식전문학과에서 커리큘럼을 만들고 학생들을 양성해왔어요.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전주대학교는 단순한 조리사 양성이 아니라 전문적인 한국 음식 문화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한식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어요.
Q 저는 세 분이 한국 음식과 식문화의 격을 논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소위 ‘쿡방’으로 불리는 음식 관련 미디어의 범람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궁금해요. 지금 모두가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에 무서울 만큼 혈안이 되어 있잖아요.
A 한복진 그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있어요. 어떤 프로그램의 요리사, 게스트들은 정말 품위가 없어요. 요리를 만들다가 국자로 막 떠 먹고, 서서 손으로 음식을 게걸스럽게 집어 먹고. 음식을 먹는 건 자기 스스로를 대접하는 행위예요. 그래서 예의를 갖추고 정중히 만들고 차리고 먹어야 해요. 적어도 완성된 음식을 조신히 먹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특히 요즘처럼 밥상 교육이 희미해진 시대에 미디어가 그런 장면을 거르지 않고 내보내는 건 문제가 있어요.  
한복선 그런 프로그램이 유행하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행에 쉽게 휩쓸리는 건 음식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없어서예요. 음식 철학은 하루 이틀 만에 생기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궁중 음식이나, 한국의 전통 식문화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그거죠.
Q 한쪽에선 한식의 세계화를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위기를 논하기도 해요. 지금 ‘엄마’가 된 젊은 세대의 다음 세대에게 ‘집밥의 기억’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다음, 다음, 다음 세대 중에 김치를 담글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A 한복려 김치를 담글 줄 아는 사람이 없어질 수는 있어도 김치는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한식이 우리 식생활의 변두리로 사라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집밥에 대한 기억이 지금보다는 없어지겠죠. 결국 한국 음식을 만들어 주는 사람, 한식 셰프의 양성이 중요해져요. 그런데 요즘 음식을 배우는 학생은 한식을 전공하려 하지 않아요. 힘드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제대로 된 기본기를 갖춘 이들을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방송용 스타 셰프를 양성하는 학과가 생겼다는데, 저는 이런 부분이 정말 아쉬워요.
Q 한식의 세계화가 가능할까요?
A 한복진 한식이 세계 몇 대 진미에 포함되는 게 세계화가 아니에요. 외국인에게 한식을 강요할 순 없어요. 특히 우리 음식은 개성이 강해서 처음 맛보는 사람은 적응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나라의 음식 문화에 섞이기도 힘들고. 바게트 빵에 고추장을 발라 먹으라고 할 순 없잖아요. 지금과 같은 단계에서는 한식에 호기심을 가질 만한 계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세계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수치화해서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봐요.  
Q 그런데 한식이 세계화됐다고 평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요? 미슐랭의 별을 받는 것? 한식 스타 셰프가 많이 생기는 것?  
A 한복진 외국인이 ‘한국의 맛’을 하나의 ‘플레이버’로 인식하는 것. 그러니까 김치의 맛, 우리 음식의 양념 맛을 인식하는 정도만 되어도 한식이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 중 한 장르가 된 거라고 생각해요.
Q 외국인 중엔 한식 문화가 격이 없다고 평하는 이도 있어요. 이를테면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여럿이 나누어 먹는 일.
A 한복진 그건 고유한 한식 문화가 아니에요. 우리나라는 원래 반상기 문화예요. 가장 기본이 되는 3첩 반상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한 사람을 위한 밥과 국 또는 찌개, 김치를 비롯한 반찬 몇 가지를 놓은 차림. 식품영양학적 측면에서 볼 때 가짓수, 영양분의 조화 등에서 이상적인 건강식이자, 모범이에요. 저는 3첩 반상이 오늘날 다시 복귀시켜야 할 품위 있는 전통 식문화라고 생각해요.
Q 다른 문화권이 한식의 고유한 식문화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A 한복선 한국 잔칫상엔 김치도 오르고 갈비찜도 오르고 사과도 함께 올라요. 우리는 그걸 ‘공간 전개형 상차림’이라고 해요. 그러면 사람들은 거기에서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죠. 그 상에는 어른도 있고, 아이도 있으니까. 그게 바로 한식 문화의 ‘배려’예요. 일품이 순차대로 나오는, 그래서 내어주면 별로 당기지 않아도 먹어야 하는, 혹은 먹지 않고 멀뚱히 있어야 하는 서양 식문화에는 없는 요소죠.
한복려 ‘정’도 있어요. 우리에게 ‘정’이라는 정서는 주로 이런 말로 표출이 돼요. ‘밥은 먹었니?’ 어머니가 자식에게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담아서 가장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한 복선 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나라의 ‘밥’은 꼭 자리에 앉아 시간을 들여서 먹어야 하는 특성이 있어요. 이동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부러 마련해야 하죠. 저는 이 ‘밥 문화’가 요즘 현대인들이 자기를 스스로 대접할 수 있는 매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는 요즘 사람들이 이걸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밥’을 먹는다는 건 자기를 존중하고 아끼는 일이라는 걸요.  

CREDIT

EDITOR / 류진 / PHOTO / Yun Sukmu / 東方流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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