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KSWAGEN GOLF 1.4 TSI

해치백을 놓을 수 없는 이유
‘내가 만약 싱글이라면?’ 가끔 유부남 머릿속의 발칙한 상상이다.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는 순간 수많은 삶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상상만으로도 잠시 즐겁다. 자동차도 그중 하나다. 난 운전이 재미있는 작은 차를 좋아한다. 요즘도 미니 로드스터나 스마트 포투같이 작고 개성 강한 차를 탐낸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가 있는 유부남에게 그런 작은 차는 그림 속 미녀와 같은 존재다. 눈길이 머무는 시간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타협점이 해치백이었고 최종 결정이 골프였다. 골프는 작지만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으며 운전도 꽤 재미있다.

얼마 전 주말이었다. 아내의 친구가 어린이용 실내 미끄럼틀을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안 그래도 딸아이에게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는 웬일인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이유인즉슨 우리 차에 긴 미끄럼틀이 실릴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괜찮아, 뒤의 왼쪽 시트 하나 접으면 가능해.” 난 걱정하지 말고 곧 가지러 가겠다고 전하라고 했다. 차에 아내와 아이까지 태우고 그 집으로 향했다. 아내의 친구는 미끄럼틀을 갖고 나와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차가 작은데 이게 실리겠어?” 그녀 역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계단 부분과 분리된 고불고불한 미끄럼틀이 생각보다 길어 보이긴 했다. 순간 트렁크에 큰 짐을 싣고 문을 닫지 못한 채 위태롭게 달리는 세단의 모습이 생각났다. 도로에서 그런 차를 볼 때마다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해치백으로 그런 광경을 연출하고 싶지는 않았다. 얼른 눈대중으로 크기를 재고 뒤의 시트 하나를 접었다. 그러자 뻥 뚫린 공간이 만들어졌다. 딸아이가 이제 나도 미끄럼틀이 생긴다는 설렘과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아내와 아내의 친구는 저게 과연 들어갈 것인지를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미끄럼틀을 트렁크에서 운전석까지 쑥 밀어 넣었다. 아뿔싸! 그런데 미끄럼틀 끄트머리가 범퍼까지 튀어나오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자존심인 운전석 시트를 앞으로 최대한 밀었다. 그러고는 트렁크의 남은 공간에 계단같이 작은 부속품을 싣고 “탁” 하며 테일게이트를 닫았다.

“오!” 등 뒤에서 작은 탄성이 나왔고 아이는 신이 나서 차에 올라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난 초보 운전자처럼 스티어링휠에 찰싹 달라붙어야 했지만 마음은 든든했다. 물론 이런 공간 활용성은 SUV나 왜건에서 평범한 일이다. 하지만 해치백이 매력적인 이유는 작지만, 동시에 크다는 데 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도구가 아니라 운전자 하기 나름이다.
 

가격 367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1.4ℓ 터보, 140마력, 25.5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무게 1375kg 휠베이스 2640mm 길이×너비×높이 4255×1800×1450mm 연비(통합) 13.5km/ℓ CO₂ 배출량 128g/km
구입 시기 2015년 5월 총 주행거리 6900km 평균연비 13.1km/ℓ 월 주행거리 3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5만원(유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