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SCHE BOXSTER

기본형이 적당하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경험한 박스터 기본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적당하다’는 것이다. 적당하다는 표현은 뛰어나다는 평가보다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면’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가격 우선 대부분의 남성이 선망하는 포르쉐가 1억원 이하의 가격이다. 파나메라나 카이엔 같은 패밀리카가 아닌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품은 스포츠카를 말이다. 옵션은 꼭 필요한 것만 넣어도 된다. 예를 들면 눈부심 방지 거울이나 후방 감지 센서,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만 선택한다(수동변속기를 지향한다면 가격은 더 내려간다). 스포츠 플러스 패키지나 PASM 같은 추가 옵션에 한눈팔다 보면 가격이 훌쩍 올라가지만, 기본형의 매력에는 그런 장비가 필요 없다.

디자인 포르쉐 박스터(981)처럼 누구나 인정하는 디자인의 자동차는 흔하지 않다. 윗급인 포르쉐 911도 생각보다 디자인의 호불호가 갈린다. 동그란 눈망울이 멋지거나 귀엽다고 평가하는 이가 있는 반면, 순진하고 멍청하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981 섀시의 박스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잘빠진 보디라인 덕분에 어떤 각도에서나 보기좋다. 포르쉐의 소형 스포츠카 캐릭터가 잘 드러난다. 특히 톱을 열고 달릴 때의 이미지는 로드스터의 전형을 보여줄 만큼 아름답다.

성능 박스터 기본형은 2.7리터 엔진을 바탕으로 265마력(28.6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듀얼클러치와 조합을 이루면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5.5~5.7초에 주파한다. 스포츠카라는 점에서 볼 때 빠른 수치는 아니지만, 반대로 딱히 느리지도 않다. 섀시의 균형은 또 어떤가? 모든 브랜드의 스포츠카 세그먼트를 통틀어 이 차처럼 균형이 좋은 소형 로드스터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물론 넓은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소형 로드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박스터의 핸들링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곧바로 현실화한다. 그만큼 다루기 쉽다. 정교하고 안정적인 느낌도 선사한다.

편의성 2인승 구조의 스포츠카에서 편의성을 찾는다는 게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박스터는 이 부분에서도 동급 최고다. 실제로 추석 때 9개 정도 선물세트를 실은 적도 있다. 부피가 크고 길이가 긴 것은 앞 트렁크, 넓고 얇은 것은 뒤 트렁크에 담았다. 차체가 작은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쓰임새도 좋다. 주차가 편해서 출퇴근에 쓰기에도 큰 부담이 없다. 이렇듯 박스터는 소형 로드스터라는 조건에서 다재다능하다. 이제 ‘적당하다’는 말이 왜 칭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리면서 원하는 순간에 톱을 열어 청명한 하늘과 만날 수 있다. 그 순간 어떤 슈퍼카가 부럽지 않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가격 8720만원 레이아웃 미드십 엔진, RWD, 2인승, 2도어 컨버터블 엔진 수평대향 6기통 2.7ℓ 265마력, 28.6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무게 1410kg 휠베이스 2475mm 길이×너비×높이 4374×1801×1282mm 연비(통합) 10.2km/ℓ CO₂ 배출량 164g/km
구입 시기 2015년 1월 총 주행거리 1만2000km 평균연비 7.8km/ℓ 월 주행거리 5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50만원(유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