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달라졌다 BMW 3시리즈보다 더 재미있고 유쾌한 2016년형 쉐보레 카마로 SS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운전재미를 주는 차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쉐보레 카마로가 BMW 3시리즈보다 운전하기에 더 좋고 재미있는 차라니! 30년 이상 다양한 차를 시승하면서 몇 번인가 말 그대로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마쓰다 미아타는 가장 탁월하면서 정교하고 직관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전대미문의 스포츠카였다. 페라리 348은 유혹적인 붉은색의 유선형 차체 속에 심술궂으면서도 뜨거운 심장을 품고 있었으며, 포드 랩터는 주류 자동차회사가 만든 차 중에서 본질적인 개념을 가장 잘 살린 차였다. 탁월하면서도 유쾌한 주행 성능은 미국차 고유의 독창성과 전통을 그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내가 그동안 쉐보레의 포니카와 BMW의 전설적인 스포츠 세단을 같은 도로에서 연달아 몰아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영향도 크다. 솔직히 누구도 그런 시도를 한 적은 없을 거다. 하지만 2016년형 카마로 SS와 BMW 340i가 모두 ‘올해의 차’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됐고, 난  우연히도 그 과정에서 두 차를 연이어 몰아보게 됐다. 두 차를 두 번째로 다시 몰았을 때 상상도 못했던 일을 깨닫게 됐다.

순전히 숫자로만 비교해도 445마력짜리 6.2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를 얹은 카마로는 320마력짜리 3.0리터 6기통 터보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를 얹은 BMW를 압도한다. 그리고 실제 주행에서 카마로는 좀 더 느낌이 잘 전달되고 반응도 뛰어난 스티어링에 스로틀 반응은 즉각적이고 브레이크도 나았다. 고속에서도 탁월한 차체 제어 능력을 보였으며 섀시 균형도 매끈했다. 굽은 트랙을 춤추듯 돌아나가는데 그 움직임이 놀라울 정도로 가벼웠다. 코너를 파고들 때의 반응은 빠르고 믿음직했다. 전자 보조장치를 모두 끈 상태에서도 최고의 레이서가 운전하는 수준의 드리프트를 할 수 있다. 난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카마로에서 내렸다. BMW는 어땠냐고? 음,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실제 주행에서 카마로는 좀 더 느낌이 잘 전달되고 반응도 뛰어난 스티어링에 스로틀 반응은 즉각적이고 브레이크도 나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업데이트된 F30 3시리즈는 개선된 앞 서스펜션과 새롭게 설계한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을 갖췄다. 이름값은 하는 스포츠카다. 하지만 40년에 걸친 3시리즈의 역사에 비춰 볼 때 뭔가 진짜 중요한 게 빠져 있는 느낌이다. 6단 수동변속기의 느린 반응과 거기에 연결되는 무겁고 굼뜬 스티어링. 340i는 운전자를 안심시키는 정교함이 부족했다. BMW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기본적인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런 것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느낌이다. 차는 여전히 빠르고 성능도 뛰어나며 몰기도 쉽다. 그런데 그 전에 먼저 운전자의 역량을 더 많이 요구한다. 진짜 운전의 즐거움을 맛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카마로를 처음 몬 건 1989년인데 그때만 해도 지독한 느낌에 혀를 내둘렀다. 고속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엔진은 러닝머신 위의 노인처럼 숨을 헐떡였고 내려오는 길에 밟는 브레이크는 그야말로 불이 붙을 것 같았다. 차는 쉬지 않고 흔들리며 삐걱거렸고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나사못이 돌아나가듯 정신없이 이리저리 뒹굴었다. 차체는 며칠 묵은 빵 조각처럼 딱딱하기 이를 데 없었다.

2009년 선을 보인 이전 세대 카마로는 호주에서 만든 홀덴 코모도어와 함께 제타 플랫폼을 공유했는데 훨씬 제대로 된 느낌의 차로 변신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갔고 섀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발생하는 언더스티어에 휘둘렸다. 플랫폼 특유의 소리도 거슬렸다. 1989년에서 2009년으로, 다시 2016년으로 이어지는 카마로의 여정은 정말 놀랍지만 기술력까지 그렇다는 건 아니다. 2016년형 카마로는 말 그대로 환골탈태했다. 그런데 3시리즈는 2016년에 40세가 되면서 아저씨가 된 느낌이다. 쉐보레 카마로는 다시 태어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