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욕심쟁이다. 얼마 전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하더니 정초부터 또 친환경 전용 차종 아이오닉(IONIQ)을 발표했다. ‘고성능의 상징’이라는 뭔지 모를 여지를 남겨뒀던 N도 지난해 고성능 서브 브랜드로서의 운영을 확정했다. 이 정도면 ‘브랜드 쌍끌이’라 불러도 되겠다. 사실 아이오닉은 아직 브랜드가 아니다. 친환경 전용 차종일 뿐이다. 그런데 발표하는 방식이 꼭 브랜드 론칭하는 것 같다. 로고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고, 지향점까지 분명히 했다. 더불어 ‘블루 드라이브’처럼 현대의 다른 차 친환경 파워트레인 모델에 서브 네임으로 붙지도 않을 거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세 가지 차종에 미니밴과 해치백 스타일의 두 가지 파생 모델만 추가돼도 무려 9가지 라인업으로 늘어난다. 고객 반응이 좋으면 브랜드로 독립할 여지도 충분히 있는 셈이다.

아울러 플랫폼까지 전용으로 새로 개발했다. 일각에서는 신형 아반떼 플랫폼의 변형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크게 흠잡을 일은 아니다. 완성도 높은 플랫폼을 빌려 새로 고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현대는 전용 플랫폼을 통해 차체 강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였으며 무게중심까지 낮췄다고 한다. 심지어 현대가 사랑해 마지않는 고장력 강판뿐만 아니라 현대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알루미늄까지 썼다. 이 정도면 얼마나 공들여 개발한 건지 짐작이 간다. 현대가 아이오닉에 이토록 정성을 쏟는 건 단순히 친환경차로만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대는 아이오닉의 지향점을 미래 이동수단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능형 주행 보조 기능을 넣어 편리한 이동성과 편안한 거주성을 보장하는 미래 이동수단인 이른바 ‘넥스트 모빌리티(life-changing next mobility)’를 지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말을 풀어보면 현대는 아이오닉을 통해 자율주행차 전용 모델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고, 온갖 상상력이 더해진 미래 이동수단의 콘셉트를 발표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아이오닉의 확장 가능성 때문에 아이오닉 브랜드화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아이오닉의 성패는 현대에게 꽤 중요한 문제일 것 같다. 판매량이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하이브리드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든, 전기차든 지금 당장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다. 때문에 스스로의 기술력과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특히 국제 무대가 중요하다.  
 

아이오닉 블루 색상의 로고. Q 자의 독특한 형상은 도약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