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향하여 2016년형 370Z는 상품성은 높이고 가격은 낮췄다. 엑시지 S 로드스터는 자동변속기를 챙겼다. 이로써 둘 다 대중에게 한 뼘 더 가까워졌다.

로터스 엑시지와 닛산 370Z는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 나온 모델은 오래된 모델이 아니다. 최근 새롭게 얼굴을 매만지거나 새로운 변속기를 달았다. 엑시지 S 로드스터 오토매틱은 전혀 새로운 차가 된 것 같다. 엑시지는 레이스 트랙을 즐겨 찾는 고객들의 특별한 차로만 여겨졌는데 자동변속기를 달면서 누구나 타볼 만한 차가 됐다. 감히 접근하기 어렵던 차가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 닛산의 2인승 스포츠카 370Z는 막연히 비현실적이고, 비싼 차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에 값을 내리면서 새삼 그 가치가 새롭게 다가온다. 살 수 없던 차가 살 수 있는 차가 됐다.

고급스럽고 풍요로운 실내 370Z의 실내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난다. 스티어링휠 가운데 박힌 'Z' 로고가 장난스럽다. 모니터가 있을 자리엔 대신 수납공간이 들어앉았다. 그 위에 놓인 세 개의 계기 다이얼이 스포츠카 분위기를 낸다.

닛산 370Z
71학번인 나에게 닷선 240Z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자동차에 푹 빠져 있던 청년 시절, 자동차 잡지에 실린 240Z를 보는 순간 감동이 몰아쳤다. “무슨 일본차가 이렇게 세련됐지?” 240Z는 370Z의 시작이다. BMW 507을 디자인한 독일인 알브레히트 괴르츠가 디자인한 240Z는 완벽한 차 같았다. 재규어 XK-E를 닮은 것 같기도, 페라리 365GTB/4를 닮은 것 같기도 한 그 차는 장점만을 모아 만든 차로 보였다.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적절한 크기에 성능이 뛰어난 240Z는 내 눈에 완벽했다.

240Z는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명작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차였다. 일본차로는 큰 6기통 엔진을 얹었지만 값은 유럽산 경쟁모델의 절반에 불과했다. 난 일본차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던 애국청년(?)이었지만 닷선 240Z만은 예외로 두고 싶었다. 물론 학생이었기에 차를 살 돈이 없었고, 1970년만 해도 한국에서는 수입차를 꿈꿀 수도 없었다. 그래서 240Z는 한국의 젊은이에게 영원한 드림카로 남았다.

그리고 46년의 세월이 흘렀다. 닷선이 닛산으로 바뀌고, 직렬 6기통 2.4리터 엔진이 V6 3.7리터 엔진으로 바뀌어 닛산 370Z가 됐다. Z 카는 닛산의 자랑스러운 전설이 됐다. ‘롱 후드, 쇼트 덱’이라는 클래식한 스포츠카 실루엣의 370Z는 독특한 루프라인을 지녔다. 옆의 윈도라인은 240Z에서 가져온 것이다. ‘Z’ 자가 연상되는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가 멋지다.  하지만 240Z를 처음 봤을 때만큼의 감동이 밀려오진 않는다. 앞바퀴 뒤쪽에 붙인 Z 엠블럼과 도어 손잡이가 만화에 등장하는 차를 떠오르게 한다. 젊은 이미지가 고객의 나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오리지널 Z 카는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좋아한 차였다).

바퀴를 감싼 펜더가 불거진 건 근사하다. 스타일을 앞세우는 스포츠카인 만큼 실내공간을 넉넉하게 만들기보다 우람한 멋을 추구했다. 앞뒤 휠의 크기가 다른데 뒷바퀴 휠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디자인이 멋져 보인다. 370Z에 들어앉자 모든 것이 고급스럽고 풍요롭다. 두 사람을 위한 안락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운전자 앞으로 놓인 세 개의 계기 다이얼 중 가운데에는 태코미터가 자리하고, 속도계는 오른쪽으로 비켜 앉았다. 이 차는 스포츠카라는 뜻이다. 대시보드 위에 놓인 세 개의 작은 계기반은 240Z에서 유래한 것이다. 370Z는 240Z의 직계 자손임을 강조한다. 스티어링휠은 팝업이 안 되고 틸팅만 되는데 뒤에 달린 계기반과 함께 움직인다. 팝업이 안 되는 것을 보면서 닛산이 이 차를 경쟁력 있는 차로 만들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승차에는 대시보드 가운데 모니터가 없다. 대신 수납공간이 들어앉았다. T맵을 신봉하는 내게는 훨씬 나은 선택이다.

333마력의 DOHC VQ37 6기통 엔진은 5000만원 정도의 차값에 정말 과분하다.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것도 매력인데, 다음 모델은 4기통 터보를 얹을 듯하니 자연흡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둘러야 할 것이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이 5.2초인 이 차는 액셀러레이터를 짓이기면 곧바로 땅을 박차고 나간다. 7단 변속기의 움직임도 흠잡을 곳이 없다. 몸놀림도 적절해서 코너에서 원하는 궤적을 따라 달린다. 패들시프트로 기어를 낮추면 방방대며 회전수를 매칭하는 소리가 기분을 좋게 한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바깥 소음을 중화하고,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3000rpm부터 웅웅거리는 소리를 증폭시켜 스포츠카 분위기를 돋운다. 앞뒤 바퀴는 스트럿 바로 단단히 조여 맸다.
그런데 370Z의 주행성능이 조금 평범하게 느껴졌던 건 로터스와 번갈아 탔기 때문이다. 370Z는 GT 성격에 더 가깝다고 할까? 빨리 달리는 ‘승용차’ 같다. 엑시지에 비해 무게중심이 높아 휘청거리긴 하지만 부드럽고, 스티어링휠 감각이 조금 무디지만 편하다. 엑시지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값에, 고급스럽고 제대로 된 370Z는 상품성이 빛난다.

NISSAN 370Z 기본 가격 51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2인승, 2도어 쿠페 엔진  V6 3.7ℓ DOHC, 333마력, 37.0kg·m 변속기 7단 자동 공차중량 1545kg 휠베이스 2550mm 길이×너비×높이 4250×1845×1315mm 복합연비 9.0km/ℓ CO₂ 배출량 199g/km

로터스 엑시지 S 로드스터 오토매틱
세계적으로 스포츠카 시장에 자동변속기가 득세한 지는 오래됐다. 운전하기 쉬운 차가 아니면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페라리부터 람보르기니, 포르쉐까지 언제부터인가 슈퍼카들까지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포르쉐의 수동변속기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뒤꽁무니가 뒤틀리는 경험을 했다는 무용담은 아주 오랜 이야기가 됐다. 람보르기니 클러치가 트럭보다 무거운 것을 자랑하는 ‘싸나이’의 무용담도 오래전 이야기다. 요즘은 차를 팔아야 하는 것이 중요해서 슈퍼카라도 ‘운전하기 편한 차’가 돼야 한다. 게다가 국내 수입차 시장은 철저하게 자동변속기를 고집한다. 자동변속기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

스포츠카 마니아의 차 로터스는 자동변속기를 얹는 데 한참 걸렸다. 운전의 재미를 지상 목표로 하는 로터스에서 자동변속기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수동변속기를 조작하는 재미를 최고의 미덕으로 아는 나도 로터스에서 자동변속기 모델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거부감이 들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그런데 오늘 자동변속기를 얹은 로터스를 탄 결과는 의외다.

엑시지 S 자동변속기 모델은 수동변속기 모델과 같은 350마력짜리 토요타 엔진과 6단 아이신 변속기를 달고, 소프트웨어를 손봐 반응이 빨라졌다. 기어 간 변속이 부드럽고 파워 전달이 빵빵하다. 한순간도 힘의 손실을 느낄 수 없는 게 꼭 듀얼 클러치 같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패들시프트로 조작하면 컴퓨터의 간섭 없이 내 말만 따른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제멋대로 변속하지 않는다.

혹시나 운전의 재미를 잃고, 로터스의 의미를 잃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자동변속기는 아주 단단하고 짜임새 있게 처리됐다. 분명 토크컨버터 타입 변속기라고 했는데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이 3.9초로, 수동변속기 모델보다 0.1초 빠르다. 로터스에서 기대하는 재미와 성능은 그대로 간직했다. 이로써 운전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덜게 됐다. 엑시지는 운전자세가 낮고, 시야가 좋지 않아 운전할 때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데 기어 변속 하나라도 신경을 덜 쓰면 반가운 일이다. 변속이 필요 없어 재미가 덜한 게 아니라 또 다른 재미를 얻기 위해 한 가지 수고를 덜게 됐다. 로터스 고유의 스포츠카 성격이 그대로 살아 있어 성공적이다. 당장 로터스 판매가 늘어날 것 같다.

로터스 다이내믹 퍼포먼스 매니지먼트는 드라이빙 모드에 스탠더드, 스포츠, 레이스가 있는데 어느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스로틀 반응과 서스펜션, 배기음이 달라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코너를 돌아나갈 때 약간의 슬립을 허용해 재미나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트랙에서 최적의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춘 실내는 대시보드와 도어 안쪽을 가죽으로 감싸고, 바닥에는 카펫을 깔았다. 무게를 줄이는 데 목숨 건 로터스에게는 황송스러운 사치다. 자동변속기로 바뀌면서 달라진 건 센터콘솔에 기어 레버 대신 자동변속기 셀렉트 버튼이 자리했다는 거다. 버튼을 누르는 식이라 기어 레버는 아예 없다. 페라리 같은 슈퍼카의 공식을 따랐다. 발 공간이 좁은 엑시지는 자동변속기로 바뀌면서 왼발을 놓을 곳도 생겼다. 차를 타고 내릴 때 몸을 구겨야 하는 재미는 그대로다.

바닥에 들러붙어 달리는 로터스의 재미는 특별하다. 파워가 아닌 스티어링휠은 직접적이고 피드백이 강하다.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휠은 달리는 동안에도 상당히 무거웠다. 들썩이는 차체와 함께 타이어가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노면 타기가 심해 두 손으로 스티어링휠을 꼭 잡아야 한다. 가속페달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이라 굳이 패들시프트로 조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일반도로에서 레이스 모드는 위험하다는 생각에 난 스포츠 모드로 달린다. 백파이어가 펑펑 터지고, 타이어는 바닥을 훑고 달린다. 엔진은 언제나 울부짖도록 프로그래밍됐다. 실내는 소음과 배기음으로 가득하다. 엉덩이와 스티어링휠을 통해 노면 진동이 그대로 전해온다. 바닥에 들러붙어 달리는 차는 실제보다 빠르게 느껴진다. 강력한 브레이크가 있기에 더욱더 내지른다.

화끈한 심장을 얹고 엑시지 S 로드스터의 자동변속기 모델은 수동변속기 모델과 같이 시트 뒤쪽에 350마력짜리 V6 슈퍼차저 엔진을 얹었다. 가속페달을 짓이기면 울부짖는 소리가 그대로 차 안으로 들이친다. 화끈하고 짜릿하다.

에필로그
닛산 370Z는 데일리카로 쓸 수 있는 멋지고 편한 스포츠카다. 옛날에 240Z가 그랬다. 강력한 힘을 만끽하면서 무섭게 내지르고, 그 럭셔리함을 즐긴다. 하지만 정작 부러운 건 이런 2인승 차를 탈 수 있는 여건이다. 홀가분하고 자유분방한 젊음이 부럽다. 엑시지는 가벼운 데서 희열을 얻는다. 없는 데서 사치를 누린다. 스포츠카는 거칠고 ‘날 것’이어야 한다면 바로 이 차밖에 없다. 그런 차가 자동변속기를 달아 조금 더 편하게 됐다. 탈 수 없던 차를 타게 됐다. 엑시지는 370Z와 너무 다른 분위기가 값을 정당화한다. 두 차는 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고객도 다르다. 하지만 확실한 건 둘 다 흔하지 않은 스포츠카라는 사실이다. 에디터/서인수

LOTUS EXIGE S ROADSTER AUTOMATIC 기본 가격 1억4500만원 레이아웃 미드십 엔진, RWD, 2인승, 2도어 로드스터 엔진 V6 3.5ℓ DOHC 슈퍼차저, 350마력, 40.8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172kg 휠베이스 2370mm 길이×너비×높이 4084×1802×1129mm 복합연비 10.4km/ℓ CO₂ 배출량 222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