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ohol is Poop 
알코올이 효모의 오줌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기원전 5000여 년경 메소포타미아인이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인류 최초의 술은 발효주였다. 발효주의 알코올은 효모가 무산소 상태에서 설탕(당)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에탄올을 분비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신의 물방울’에서 신은 바로 효모다. 

Bar Étiquette 
싱글 몰트 바, 와인 바, 전통주 비스트로 등 전문점마다 에티켓도 세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싱글 몰트 바에서는 술을 보틀 단위로 주문할 수 없다. 싱글 몰트 바의 소구점이 희귀한 위스키를 상비한다는 것인데, 한 병밖에 없는 보틀을 당신이 다 마시면 그날 그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와인 바에 와인을 가져가 콜키지 타령을 하거나 호산춘을 파는 곳에서 참이슬을 찾는 것도 그다지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Calories 
‘좋은 사람과 마시면 0kcal’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술은 칼로리가 상당하다. 칼로리가 가장 높은 술(1병 기준)은 위스키, 보드카, 전통 소주 같은 증류주다. 이 술들은 병당 1000kcal가 넘어간다. 맥주는 500cc에 200kcal 정도. 그러나 글렌리벳 한 병을 마시는 것보다 500cc 다섯 잔을 마실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자. 막걸리(병당 410kcal), 와인(병당 550kcal)이 다른 술보다 칼로리가 높다는 것도 지나친 단순 비교다. 

Distillation 
우리가 아는 술들이 사실은 증류의 사슬로 이어진 친척 관계라는 사실을 아는가? 느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청주를 끓이면 소주(문배주 등), 맥주를 끓이면 위스키, 와인을 끓이면 브랜디(코냑 포함), 풀케를 끓이면 메스칼(테킬라)이 된다. 원리는 알코올과 물의 끓는점이 다른 걸 이용해 고농도의 알코올을 추출해내는 것. 참고로 우리가 마시는 일반 소주(참이슬, 처음처럼 등)는 물에 주정을 탄 화학주일 뿐 증류주가 아니다. 

Expiration Date 
술에는 유통기한이 없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위스키나 보드카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유통기한이 없지만 증류를 거치지 않은 술은 다르다. 막걸리는 보통 14일, 병맥주는 약 1년, 캔맥주는 9개월이 지나면 위험하다. 그러나 효모가 살아 있는 생주 중에서도 산화를 막는 성분을 첨가한 와인이나 멸균을 거친 사케(일본 청주) 중에는 유통기한이 없는 것도 있다. 아무리 급해도 이모저모 꼼꼼히 살펴본 후 마실 것. 

Festival 
술과 축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 술의 이름마다 축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테킬라는 티후아나에서, 샴페인은 샹파뉴-아르덴에서, 위스키는 스페이사이드에서. 축제는 그해의 농사와 관련이 깊다. 햇포도로 만든 와인의 출시를 기념하는 축제(보졸레 누보 축제)가 매년 1~2월에 열리듯, 햅쌀 수확이 끝나고 그 쌀로 빚은 막걸리와 전통주 축제가 열린다. 보통 막걸리가 10월에 먼저 나오고 이후 청주와 소주 축제가 뒤를 잇는다.  

Glasses 
잔이 헷갈린다고? 생각보다 쉽다. 대략 크고 넓은 일반적인 모양새의 와인잔은 레드 와인용이고, 비슷한 모양새지만 작고 좁은 게 화이트 와인용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뾰족하고 긴 잔은 기포가 뽀르르 올라오는 스파클링 와인의 차지. 싱글 몰트위스키를 멋지게 마시고 싶다면 장미 봉오리 모양의 노징 글라스와 물을 주문하라. 맥주잔도 천차만별인데, 술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한 해당 브랜드의 전용 잔에 마시는 게 진리다.

Heat 
보통 ‘사케’로 통칭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일본 청주 또는 ‘세이슈’(청주의 일본어)라고 부르는 게 맞다. 
사케를 마실 때 가장 고민되는 건 차갑게 마실 것인가, 뜨겁게 마실  것인가다. 내 경우 안주가 뜨거우면 차갑게, 또는 그 반대로 선택하지만 대부분 여름에는 차갑게, 겨울에는 뜨겁게 마신다. 그러나 등급이 낮은 사케는 잡미를 날리기 위해 적당히 뜨겁게 마시길 권한다.

International Standards 
왜 한국은 싱글 몰트위스키를 만들지 않는가? 코냑, 테킬라, 샴페인은? 이 술들은 하나의 ‘종류’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해당 산지나 국가의 브랜드여서 국제적으로 존중받고 있다. 예를 들어 샹파뉴 지방에서 나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Champagne’라고 표기할 수 있다. 테킬라의 경우도 여러 지방에서 나는 메스칼 중에 ‘테킬라’ 지방에서 난 것만 테킬라라고 부른다. 

Juice 
당이 있는 모든 과실의 주스는 술로 만들 수 있다. 당과 효모만 있으면 발효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머루주, 복분자주를 오래전부터 만들어 마셨다. 미식 칼럼니스트 신현호에 따르면 최근 뉴욕이나 포틀랜드 등지의 힙스터 사이에서 요새 가장 ‘힙’한 술은 사과로 만든 ‘사이다’라고 한다. 와인만큼이나 복잡한 맛이 난다는 이 사이다를 증류하면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칼바도스’가 된다. 면세점에서 눈에 띄면 무조건 카드를 꺼낼 것.  

Kind 
술의 종류마다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아는 건 일종의 예의다. 누군가에게 IPA 맥주를 대접했는데 “너무 쓰다”고 투정을 부리면 약간 마음이 상한다. IPA는 홉이 많이 함유돼 원래 좀 쓴 맥주다. 구하기 힘든 싱글 몰트위스키를 대접할 때 “가그린 맛이 난다”며 미간을 찡그리면 가슴이 아프다. 그걸 즐기려고 마시는 건데. 하여튼, 처음 마시는 술을 대접받았다면 마시기 전에 “이건 어떤 맛이 나나요?”라고 물어보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Lyrics 
그 나라 대중음악의 가사를 보면 그 나라에서 가장 싼 술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 밴드 ‘디바인 코미디’나 ‘마그네틱 필즈’의 노래에 등장하는 술은 그 나라에서 가장 저렴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싼 술인 ‘진’이다. 미국은? 앨런 잭슨과 미란다 램버트 등 컨트리 가수의 노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술, ‘버번위스키’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소주다. 청승맞은 기분이 들 때 비싼 술은 어울리지 않는다.

Mart 
해외에서 술을 살 때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은 동네 ‘리큐어 숍’에 가는 것이다. 일본, 유럽,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지다. 특히 관광지의 경우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주거지역으로 들어갈수록 가격이 눈에 띄게 저렴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면세점이나 남대문시장에 갈 게 아니라면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마트가 가장 저렴하다. 파주 등지의 아웃렛 꼭대기 층에 있는 주류점에서도 술을 창고형 마트 가격에 판매한다.

Nightcap 
잠들기 전 마시는 딱 한 잔을 뜻하는 ‘나이트캡’. 나이트캡으로 가장 멋진 한 잔은 뭘까? 샤워를 마치고 마시는 시원한 라거 맥주는 정말 좋지만, 침실의 책보다는 거실의 TV와 어울린다. 막걸리나 와인은 양치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탈락. 소주는 안주 없이 마시면 어쩐지 몸이 나빠질 것 같아 탈락. 역시, 가장 적합한 건 위스키다. 
그중에서도 ‘가그린 향’(토탄 향이다)이 나는 아일레이 계열의 싱글 몰트는 치아가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Oops, Don’t Drink ‘The Hair of the Dog’ 
해장술의 영어 표현은 ‘the hair of the dog’. 자주 쓰진 않지만 중세시대에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리면 그 개의 털을 상처 부위에 발라야 한다는 미신에서 나온 표현이다. 이보다 좀 더 자주 쓰이는 ‘Morning Draught’는 맑은 물이 귀하던 시절 차라리 맥주를 아침에 첫 잔으로 마시던 데서 기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해장술은 결국 술이 깨는 게 아니라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 효과만 있다는 점이다.

Peat 
‘피트’는 토탄(산화가 덜 된 석탄)을 뜻한다. 토탄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증류주를 만드는 데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다. 보리를 싹 틔워 분쇄하기 전에 말리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석탄으로 하느냐 토탄으로 하느냐에 따라 위스키 향이 달라진다. 소위 말하는 싱글 몰트의 특이한 향은 대부분 토탄에서 나온 것이다.

Quality 
퀄리티는 취향과 달리 객관적이다. 와인의 경우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그해의 포도 작황이, 위스키라면 증류 방식과 숙성 햇수, 오크통 종류에 따라 퀄리티가 갈린다. 우리 술(청주 또는 막걸리)에도 퀄리티를 가르는 좋은 기준이 있다. 밑술을 한번 빚은 단양주보다는 이양주나 삼양주가 질이 더 좋은 것으로 구분된다. 막걸리를 직접 만드는 집에 가서 “이양주냐?”고 물어보면 대접받을 수 있다. 

Ratings 
술이 뭔지는 잘 몰라도 상술에 속지 않고 좋은 술을 마시고 싶다는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레이팅이다. 일단 와인의 경우 로버트 파커의 포인트가 매대에 붙어 있기만 해도 광고할 만큼 점수가 높다는 뜻이니 안심해도 좋다. 위스키는 짐 머레이의 점수가 가장 권위 있다. 연남동의 수많은 맥주 마켓 중에서는 ‘레이트 비어’(ratebeer.com)를 참고하시라. 수많은 맥주 덕후가 정성 들여 매긴 점수라 나름 신뢰할 만하다. 

Spirits for Party 
파티에선 왜 보드카를 마실까? ‘스피릿’은 사전적으로는 증류주를 통칭하는 단어지만 좁은 뜻으로는 ‘화이트 스피릿’, 즉 보드카, 진, 럼 등 투명한 증류주를 일컫는다. 이 술들의 장점은 순도와 도수가 높고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아 저렴하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누가 EDM음악이 크게 나오는 클럽 한복판에서 와인을 음미하겠는가? 파티에는 파티의 술이 있는 법이다. 내 토닉에 그 보드카를 어서 부어라!

Trendy or Traditional 
전통과 최신 유행의 만남은 언제나 재밌다. 예를 들어 몇 년 전부터는 전통 소주를 화이트 스피릿처럼 사용한 칵테일이 유행이다. 강남의 전통주 비스트로에 가면 문배주로 만든 ‘블루문’이나 화요를 사용한 ‘화요토닉’ 등을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막걸리 브랜드 ‘월향’에서 파는 수박막걸리, 크랜베리막걸리 등도 마찬가지다.

University 
술의 지옥은 언제나 ‘대학’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 통계로 봐도 19세 이상의 또래 집단에 비해 대학생들이 2~3배 더 마신다. 아마도 공부가 가장 쉽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폭음(binge drinking)’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사망 사고가 일어날 정도로 심각하다. 생각해보니 서울의 술판은 모두 홍대, 연대, 건대, 대학로 등에 있다. 

Vino = Veritas 
술은 진리다. 그리고 이 진리를 가장 깊게 탐구한 사람은 윌리엄 포크너가 아닐까? 항상 술에 절어 살던 그는 “문명은 증류와 함께 시작됐다”, “나쁜 위스키란 없다. 그저 몇몇 위스키가 다른 것보다 좋을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물론 “마실 술이 없을 때를 빼고는 난 술에 기대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톰웨이츠의 명언도 빼놓을 수 없다. 

Water 
“물을 타지 않았다”는 한 한국 맥주 회사의 거짓말과 달리 와인을 제외한 모든 술에는 물이 들어간다. 예로부터 물 좋은 지방에 양조장이나 증류소가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물이고, 일본의 미야자키 현에 양조장이 많은 이유도 물 때문이다. 소곡주의 고향 한산면에 유독 양조장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

XX Meets XY 
우리는 왜 술을 마시면 사랑에 빠지는가? 술을 마시면 눈앞에 있는 이성, 심지어 동성도(연구에 있다) 예뻐 보이고 잘생겨 보인다. ‘맥주 안경(beer goggle)’이라는 표현까지 있을 정도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상대를 매력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25% 증가했다는 글래스고 대학교의 한 연구를 예로 들지 않아도 우리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술은 사랑의 문을 활짝 열어주지는 못해도 자물쇠에 기름칠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You May Be Alcoholic 
알코올중독에 대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만 있으면 중독이 아니다’라는 맘 편한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의 알코올중독’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간헐적으로 필름이 끊기고 집에서 혼자 술을 다섯 잔(폭음 기준) 이상 마신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내 경우 혹시 난 알코올중독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또 마시게 되기도 한다. 

Zero Alcohol 
다음 날 아침 일찍 수능을 봐야 하는데 브래들리 쿠퍼나 제니퍼 로렌스가 나타나 한잔하자고 했다 치자. 자, 취하지 않고 이 밤을 보낼 수 있을까? 재밌게도 어떤 무알코올 맥주가 가장 근사한지에 대해 실험을 한 매체가 많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크롬바커의 ‘알코올프라이’, 브루독의 ‘내니 스테이트’ (아마도 베이비시터용인 듯), 미켈러의 ‘드링킹 인 더 선 13’이라고 한다. 참고로 브루독과 미켈러는 요새 서울에서 가장 힙한 브루어리다.

By Park Sehoi(허핑턴포스트코리아 뉴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