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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方流行_Stars&People

술 빚는 아가씨, 이지아

전통주 양조는 젊은이들에게 금단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소주를 진하게 뽑아 한국식 뱅쇼를 만들고, 약주에 애플파이를 곁들이는 이 젊고 발칙한 전통주 강사 수수보리아카데미의 이지아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2015.12.15


은은한 회색 저고리와 스트라이프 한복 치마는 이노주단 제품 


 

 

젊은 나이에 전통주를 가르친다는 점이 신선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다가 삼해주 기능 보유자인 무형문화재 권희자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그분이 몸담은 연구 기관에 떡을 공부하러 갔다가 자연스럽게 전통주, 전통차도 배우게 됐다. 

그때 바로 술을 만들기 시작했나? 
졸업 후에는 전공을 살려 요리연구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홍콩 주재 한국대사관에 조리사로 가게 됐다. 귀빈들이 모이는 대사관 만찬에는 ‘만찬주’가 정해져 있기 마련인데, 한국은 딱히 만찬주로 지정된 술이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내가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받은 누룩과 현지 쌀로 술을 직접 빚어 만찬주로 대접했다. 

Q 반응이 대단했겠다. 
A 홍콩의 세계적인 음식평론가 차이란이 마침 그 만찬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 뒤 “오늘 먹은 음식 중 최고는 막걸리였다”고 평했다. 술 만드는 법을 배웠어도 그전까지는 조금씩 빚어 가족, 지인들과 나누는 정도였는데 누군가에게 직접 만든 술을 대접한 건 처음이었다. 굉장히 뿌듯했다. 

우리 전통주만의 매력은 뭘까. 
단조롭지 않다는 점. 어디까지나 기성품화된 술 말고, 나같이 개인 양조하는 술에 해당하는 얘기다. 흔히 와인은 신이 만들고 맥주는 과학이 완성한다고들 한다. 그 해의 작황, 포도 상태에 영향을 크게 받는 와인과 달리 맥주는 철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지는 술이다. 한국 전통주는 전자에 가깝다. 전통 누룩의 미생물이 체계화되거나 제품화되지 않아서 결과물이 들쭉날쭉한 편이다. 

Q 같은 레시피로 같은 사람이 빚어도 다른 맛이 나온다는 얘긴가? 
그렇다. 완벽한 결과물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취약점이기도 하지만, 직접 술을 빚는 입장에서는 그게 묘한 재미가 되기도 한다. 

여태껏 만들어온 술의 종류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 같다. 당신만의 레시피도 갖고 있나? 
그동안 기록해둔 나만의 레시피가 40~50가지 있다. 만들어본 것은 그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고 완전한 창조는 아니고, 고문헌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방식을 답습해서 조금씩 바꿔보는 수준이다. 

최근에 만든 것 중 기억에 남는 술이 있다면? 
빨간색 곰팡이를 띄워 만든 홍국주. 예쁜 핑크색을 띠는 술이다. 약간 시큼한 듯 상큼한 맛이 매력적이다. ‘밴드 오브 브루어스’ 행사에 초대받아 이 술을 빚어 갔는데, 그날 홍국주를 맛본 사람들이 자꾸 “그 술 언제 또 마실 수 있냐”고 묻는다.(웃음) 

각종 파티에서 러브콜이 많겠다.  
전시회에 선물한 적도 있고,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에 직접 빚은 술을 가져가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는 이들은 뭐니 뭐니 해도 시아버지 친구분들이다. 

‘한국의 술’ 하면 소주와 막걸리 정도만 떠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아쉽지 않나? 
A ‘한국 술=소주 또는 막걸리’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통주가 소외되는 부분이 있다. 잘 만든 소주, 약주 등 훌륭한 술이 너무나 많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실제로 화이트 와인인 줄 아는 술도 있다. 

요리를 배운 경력이 술을 만드는 데 도움이 많이 되나? 
술과 요리의 마리아주를 많이 고민하게 된다. ‘막걸리엔 파전’이라는 불변의 공식이 있지만, 막걸리는 달고 점성이 있어서 묵직한 음식과는 별로 안 어울린다. 오히려 심플하고 산뜻한 안주와 먹으면 좋다. 어느 날 약주에 애플파이를 곁들여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전통주에 애플파이라니, 완전히 새롭다. 
내가 일하는 수수보리아카데미에는 외국인 수강생이 많아서 그들에게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많이 얻는다. 최근에는 어떤 학생이 이화주를 넣어 티라미수를 만들었는데, 굉장히 상큼하고 맛있었다. 단오 때 ‘창포’를 주제로 연 술 빚기 대회에서는 한 외국인 친구가 ‘총명탕’ 처방 약재를 받아와 그 물을 달여 막걸리를 만들었다. 실제로 창포는 총명탕의 재료다. 

술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한다면,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기 마련일 것 같다. 
그렇다. 특히 손으로 치댈 일이 많은 우리 전통주는 ‘움직임의 과학’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성급한 사람이 만든 술에서는 그 성급함이 드러나고, 여유롭고 느긋한 사람이 빚은 술에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언젠가 누군가 전통주 장인 이상헌 선생님의 술을 마시고 “이분을 만나보면 성격이 매우 꼬장꼬장할 것 같다”고 트윗을 남겼는데, 이상헌 선생님은 실제로 그런 분이 맞다.(웃음)

당신이 만드는 술은 어떤 캐릭터를 지녔나.
사람들은 내 술을 ‘교과서 같은 술’이라고 평가하곤 한다. 굉장히 유니크하지는 않지만 밸런스가 맞는 술이라고 한다. 

어떤 술을 가장 좋아하나.
드라이하면서도 산도가 높은 술. 연잎으로 만드는 연역주는 잎에서 나오는 특유의 상큼함이 있어서 좋다. 제대로 만들면 화이트 와인과 흡사한 맛이 난다. 

요리처럼 술 만드는 센스도 타고나는 것인가? 
동시에 많은 일을 해야 해서 멀티태스킹 능력이 중요하다. 손으로 잘 치대야 하기 때문에 손맛도 관건이다. 

당신은 타고난 편인가?
A 글쎄다. 아마도 조금은 그런 것 같다.(웃음) 후각이 아주 예민한 편이어서 냄새를 금세 캐치한다. 술을 언제 걸러야 되는지 냄새로 그 타이밍을 알아맞힐 수 있다. 

도전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내 이름을 건 술을 만들고 싶다. 첫술만큼은 철저히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 만들고 싶다. 

첫술을 만들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맛 보여줄 건가? 
남편!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늘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준다. “모두가 네 술을 좋아할 거란 착각을 버려”라고 독설도 서슴지 않는 그다. 

 

 


술을 거르는 도구 용수

 


Hair&Makeup by Jang Haein

 

CREDIT

EDITOR / 전희란 / PHOTO / 윤석무 / 東方流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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