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東方流行_Stars&People

소주 빚는 장인, 김택상

새해 첫 ‘돼지날’, 새벽의 맑은 물과 고운 쌀, 누룩을 안치고 100일간 돌보며 익히는 귀한 술이 있다. 고려 귀족과 한양 사대부가 사랑한 명주, 삼해주다. 삼해소주가의 전통을 잇는 김택상 장인은 지금도 서울의 궐 밖, 북촌에서 삼해소주를 빚는다.

2015.12.11



Q 평양의 문배주, 전주의 이강주, 한산의 소곡주는 알았지만 서울에도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술이 있는 줄 몰랐다. 삼해소주는 어떤 술인가?

A 서울이 한양이던 시절, 사대부가에서 직접 담가 마시던 술이다. 정월 첫 해일, ‘돼지날’을 택해 약 100일 동안 정성스럽게 빚는다. 한 번 담가놓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세 번에 걸쳐 새 주료를 더하고 이전 술덧을 맑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양에 위스키 같은 고급 증류주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삼해소주가 있다. 

Q 어머니 이동복 여사의 뒤를 이어 삼해주 기능 보유자로 전통을 잇고 있다. 원래부터 집안 대대로 술을 빚어왔나? 
A
집안이 조선 시대의 세도 높은 반가였다. 사신을 비롯해 손님이 많이 들고 나는 집이었는데, 지금으로 치면 집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일이 잦았던 거지. 객을 접대할 일이 자주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양주(집에서 빚는 술)를 빚기 시작했다. 손맛이 좋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수하는 방식으로 몇 대째 이어지다가 나의 모친까지 전수됐다. 삼해소주가를 연 것은 어머니 때부터 일이다. 내 뒤를 따라 나의 아들도 기능 보유자가 되어 삼해주의 역사를 잇고자 한다. 

Q 삼해소주의 맛엔 독특한 평이 따른다. 45도 안팎의 독주인데도 풍미가 순후하다. 온유하지만 강단 있는 선비의 심성 같달까? 술 빚는 데 들이는 정성이 궁금하다. 
A
술을 빚기 전에는 늘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첫 물로 손을 씻는다. 쌀에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부드럽게 씻어내고, 여름엔 독 안에 이슬이 맺히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 조절에 섬세하게 관심을 기울인다. 매일 아침 항아리 뚜껑을 열고 색과 냄새를 살피는 것이 기본 일과다.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즐거운 마음’이다. 빚는 사람이 즐거워야 술맛도 돋는다. 술을 독에 담을 때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담는다.  

Q 변수가 많은 도시에서 일관적인 품질의 증류주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애로가 있다면?
A
술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전통주에 편견이 있다. 와인의 신맛은 존중하면서 우리 술이 시면 ‘쉬었다’고 한다. 위스키는 스트레이트로도 즐겨 마시면서 도수가 높은 전통 증류주의 품질은 얕잡아 본다.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면서 피크닉을 즐기거나 야외 공연을 보는 일은 자연스럽게 여기지만 막걸리를 들고 다니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우리 술에 대한 관심, 자부심이 없다.  

Q 근래에 새로운 술을 빚어 내놓았다. 포도로 만든 전통주라고 하던데, 와인의 일종인가? 
A
포도액을 원료로 한 증류주다. 몇 년 전 프랑스에서 포도주를 원료로 한 브랜디 코냑을 시음한 적이 있는데, 그 깊은 향과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었다. 그 후 나의 기술로 한국식 코냑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어떻게 만드나?
A
과정은 삼해소주를 만드는 것과 동일하다. 물 대신 포도액을 쓰는 점만 다르다. 우리 포도인 캠벨종을 제철에 사다가 알알이 깨끗이 씻는다. 씨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제거한 후 손으로 짜서 100% 포도액을 만든다. 열을 가하면 포도의 풍미가 약해져서 일부러 손으로 직접 짰다. 100여 일 동안 불순물을 거르고 새 재료를 더하고 발효시킨 것이 바로 ‘붉은 소주’다. 색은 투명하지만 맛은 붉다. 100L를 만드는 데 포도 100kg이 필요하다. 큰 독으로 두 개 이상 빚기 어려운 이유다. 

Q 붉은 소주와 코냑의 차이는 무엇인가?
A
코냑은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발효 기간이 짧아서 오크통이 필수다. 우리는 항아리에서 오랫동안 술을 익힌다. 그럼 색이 포도주같이 맑게 우러난다. 

Q 이미 다져놓은 쉬운 길을 두고 모험을 택했다. 새 술이 실패할 수도 있고, 명성에 누가 될 수도 있을 텐데.  
A
세월에 따라 사람도 바뀌고 삶의 모습도 바뀌고 사고방식도 바뀌고 있다. 이 안에서 전통은 불변을 고수해야 할까? 정체성은 지키되 시대에 맞는 변화를 보여주자는 생각이다. 전통주라고 해서 꼭 도자기에 병입하거나 전통 디자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서울을 상징하는 술, 삼해소주

 

 

 

Q 삼해주는 어떻게 마셔야 더 맛있을까?
옛날엔 지금처럼 한 번에 털어 넣는 ‘원샷’ 문화가 없었다. 조금씩 나눠서 마셨지. 빨리 마시거나 폭음을 하면 삼해소주가 본래 지닌 매력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고급 술은 본래 자체의 향을 느끼기 위해 걸쭉한 안주를 곁들이지 않는다. 어란, 과일, 채소 등의 깔끔한 안주와 즐기길 권한다. 

Q 어떤 술을 만들어보고 싶은가? 
A
삼해주는 겨울에 빚는다. 한겨울에 빚어 버들가지가 피어날 때쯤인 봄이면 술이 익는다고 해서 ‘유서주’라는 낭만적인 별명이 붙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사계의 술을 전부 만들어보고 싶다. 봄과 여름, 가을에 맞는, 계절의 순환에도 어울리는 우리 술. 그리고 고유의 전통주가 없는 지역에서 가장 자주 나는 식재료로 지역 술을 빚어보고 싶은 꿈이 있다. 

Q 좋은 술이란?
A
내게 술은 크게 두 가지뿐이다. 좋은 술과 더 좋은 술. 각자 자신이 만든 술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술을 ‘더 좋은 술’이라고 하지만, 나는 늘 ‘더 좋은 술’이 있다는 걸 잊지 않는다.

그렇다면 ‘더 좋은 술’은 어떤 술일까?  
A 전통술을 빚는 내게 ‘더 좋은 술’이란 옛날 술이다. 우리의 조상이 만든 술. 한 번도 그 맛의 경지에 접근해본 적이 없다. 

 

CREDIT

EDITOR / 류진 / PHOTO / 윤석무 / 東方流行

Twitter facebook kakao Talk LINE
  • · (주)가야미디어  
  • · 등록번호:인터넷뉴스사업자 서울, 자00454  
  • · 등록일: 2014년 3월 10일  
  • · 제호: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 · 발행인: 김영철  
  • · 편집인: 백재은  
  • ·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81길 6 06195  
  • · 연락처: 02-317-4800  
  • · 발행일: 2013년 8월 1일  
  •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재은  
  • · 사업자등록번호120-81-28164  
  • · 부가통신사업 신고 제 2-01-14-0017 호 통신판매신고 제 2009-서울강남-01075호  

Copyright kayamedia Corp.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