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빈터콘

나는 몰랐지만 물러난다
폭스바겐의 세계 정복 야망이 무너졌다. 마르틴 빈터콘 폭스바겐 그룹 전 회장이 지난 10월 23일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이어서 그 외에 맡고 있었던 모든 직책도 내려놓았다. 페르디난트 피에히 감독이사회 의장의 뒤를 이어 그 역시 그동안 회사에 박차와 채찍질을 가했다. 결과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1000만대 판매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고 중국을 정복했다. 미국만 남았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결국 사상 초유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의 오명을 쓰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폭스바겐 엔지니어들은 내부감사에서 빈터콘 전 회장의 무리한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증언했다. 빈터콘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올해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퍼센트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빈터콘은 이번 사퇴로 3200만 달러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게 될 예정이다.

톰 하디

진격의 하디
개인적으로 ‘올해의 영화’를 꼽는다면 단연 <매드 맥스>다.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자동차 액션 신이 돋보이는 영화였는데, 정작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샬리즈 시어런도 빨간 내복의 기타리스트도 아닌 맥스 역의 톰 하디였다. 국내에선 이미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악역 베인으로 인지도가 높았다. 영화 <로우리스>에서의 묵직한 카리스마도 기억에 선명하다. 톰 하디는 <매드 맥스>에서 주연인 맥스를 맡아 친근하지만 신비롭고, 거칠지만 나약하고, 따뜻하지만 위험한 이중적인 카리스마로 관객과 밀당을 한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임모탄의 여인들을 추격하는 워보이들의 액션 신이다. 이때 맥스는 워보이 중 한 명인 녹스의 차에 ‘링거’처럼 매달려 가는데,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스턴트맨들은 대역이 아닌 실제 워보이들을 직접 연기했다. 특히 차들이 사막을 달리며 장대를 이용해 공격하는 신이 압권이다. 스턴트 팀은 이를 위해 수개월 동안 <태양의 서커스>에서 활동했던 스티븐 블랜드의 감독 아래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톰 하디는 이미 <매드 맥스> 속편 계약도 마쳤다. 그리고 12월에 국내 개봉하는 영화 <레전드>를 통해 영국의 전설적인 쌍둥이 갱스터 크레이 형제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 역을 맡아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이다.

알베르트 비어만

M 다음 N
현대차가 올해 4월 알베르트 비어만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1983년 BMW 그룹에 입사해 주로 M과 모터스포츠 차량 개발을 맡았고 현대차로 오기 전 7년 동안 BMW M의 수장이었다. 그야말로 ‘고성능 장인’인 셈이다. 현대차가 비어만을 영입했다는 것은 생산차량 전반에 걸쳐 승차감과 주행성능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곧 출시할 고성능 브랜드 ‘N'의 개발에 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직접 콘퍼런스에 등장해 N에 대한 방향성을 내비쳤다. “현대 N은 이니셜 글자처럼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랠리카와 같이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운전 재미를 제공할 것입니다.” 내년에 나올 현대 N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가 지난 30년 넘게 어떤 차를 만들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마티아스 뮐러

벌써 나가라고?
마르틴 빈터콘 전 회장의 후임으로 마티아스 뮐러가 폭스바겐 그룹의 CEO에 올랐다. 그는 폭스바겐 그룹에서만 40년 동안 일했고 폭스바겐의 창업주 후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가문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출발부터 난조를 보이고 있다. 취임한 지 2개월도 되지 않아 주주들의 퇴진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일부 주주는 이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 신뢰를 다시 쌓으려면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경영진을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이전에 포르쉐 대표였는데 최근 포르쉐 3.0리터급 모델에서도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불거져 그 또한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폭스바겐 그룹 역사상 가장 짧은 임기의 CEO가 될지 아니면 이번 사태를 해결할 구세주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줄 비앙키

굿바이 비앙키
F1 마루시아 팀 소속 줄 비앙키가 25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지난해 10월 일본 스즈카 서킷에서 열린 F1 일본 GP에서 비앙키가 몰던 머신이 빗길에 코스를 벗어나 크레인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9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1994년 아일톤 세나가 영면한 이후 20년 만에 F1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F1에서 촉망받는 선수였단 사실이다. 페라리는 키미 라이쾨넨 자리에 비앙키를 염두에 두기도 했다. 이 참사로 F1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F1의 안전 규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비앙키가 사고 난 날은 일본열도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중계방송 시간 때문에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감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날씨가 궂어 경기 시작 후에도 세이프티 카가 너무 많이 등장했고 이 때문에 타이어 온도가 낮아져 접지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올해부턴 버추얼 세이프티카 시스템으로 바뀌어 타이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하랄트 크뤼거

크뤼거의 현기증
BMW가 젊어졌다. 올해 49세인 하랄트 크뤼거는 BMW 그룹 역사상 가장 어린 회장이다. 이를 두고 BMW를 소유한 콴트 가문은 소비자 취향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기 위한 세대교체라고 했다. 한편으론 이전 회장인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의 다음 행보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라이트호퍼 전 회장은 임기가 1년이나 남았지만 감독위원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독일은 내년부터 기업의 비상임 감독위원회 자리의 30퍼센트 이상을 여성으로 채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라이트호퍼가 의장이 못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덕분에 크뤼거는 BMW 그룹 최초의 40대 회장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그런데 너무 부담이 컸던 걸까? 크뤼거 회장은 지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기자회견 도중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올해 CEO로 취임한 이후 가진 첫 공식 자리였다.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고 휴식 후에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무엇이 그를 하얗게 불태운 것일까? 이번 해프닝으로 그가 짊어진 무게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벤츠 골프채 사나이

꽝, 쿵, 퍽
지난 9월 인터넷에서 시끌벅적 화제가 된 영상이 있었다. 영상 속에는 한 남자가 2억원을 호가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S 63 AMG를 골프채로 사정없이 때려 부수고 있었다. 이 남자는 계속 시동이 꺼진다며 매장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영상은 그 자체만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영상을 소개하며 이 사건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결국 메르세데스 벤츠 판매점은 구두 합의를 통해 신차로 교환해줄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사건은 이미 커진 뒤였다. 국토교통부는 바로 해당 차종에 결함이 있는지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ECU 프로그램 결함으로 주행 중 속도를 줄일 때 연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시동이 꺼질 수 있음을 알렸다. 결국 국토부는 2013년 5월 13일부터 2015년 9월 18일까지 제작된 메르세데스 벤츠 S 63 AMG 4매틱 555대를 리콜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제2의 골프채 사나이가 나오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빨리 시인하고 개선할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감추면 언젠가 걸리고 덮어놓으면 결국 썩는다.

정의선

고급을 말하는 남자
4년 만이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제네시스’를 들고 공식 자리에 모습을 비쳤다. 정 부회장은 11월 4일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행사에 나와 그동안의 성과와 비전을 또박또박 설명했다. 그는 이날 공식적으로 세계 유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에게 제품이 아닌 브랜드로서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중요한 발언을 정몽구 회장이 아닌 외아들이 했다는 것에 대해선 경영승계 준비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확대된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도 이를 뒷받침한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중요한 성장과제지만,
정 부회장에겐 가문의 과제다. 그런데 숙제가 조금 어려워 보이긴 한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합병 마니아
지난 3월 세르조 마르키온네 FCA CEO는 메리 배라 GM CEO에게 두 회사의 합병을 제안해 화제를 모았다. 제안은 비록 거절당했지만 그는 괘념치 않았다. 합병 제안을 GM에만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수년 내에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대규모 합병이 유행하리라 예측했다. 그의 이러한 예측은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그는 2004년 피아트에 입사했다. 2009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며 다 죽어가던 크라이슬러의 지분 20퍼센트를 인수하면서 크라이슬러 CEO가 됐다. 이후 피아트 그룹은 크라이슬러를 완전히 합병해 FCA라는 회사로 재탄생시키면서 마르키온네는 자동차 업계에서 합병을 통한 부활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제러미 클락슨

주먹 대장
오 마이 갓. 제러미 클락슨 없는 <톱기어>라니! 영국 BBC <톱기어>의 진행자 제러미 클락슨이 담당 프로듀서를 폭행한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제러미 클락슨은 지난 1988년부터 <톱기어>를 진행한 톱스타 MC다. 그는 자동차에 관한 재치 있는 통찰력과 거침없는 독설로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팬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2012년 중국인 비하 등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으며 지난 3월 초에는 뜨거운 음식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당 프로듀서를 폭행해 프로그램 2회분이 결방됐다. 클락슨이 하차하면서 동료 진행자 리처드 해먼드와 제임스 메이 역시 <톱기어>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결국 <톱기어>에서는 이 터줏대감 세 명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한편 리처드 해먼드와 제임스 메이는 BBC가 제안한 610만 달러의 재계약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