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클래스는 이번 세대(W205)에 이르러 비로소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안락함, 안도감, 고급감이 그것이다. 어설픈 짐작이 아니다. 한국에서 C 클래스 판매는 균형이 좋다. 디젤 엔진 모델(C 220 블루텍)의 인기가 좋지만 가솔린 엔진 모델(C 200) 판매도 그 못지 않다. 3시리즈의 판매가 디젤 엔진 모델(320d)에 집중돼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스포티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3시리즈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한층 크게 느껴진다. W205 섀시의 한계일까? 그럴 리 없다. AMG C 63 S는 W205 섀시를 매만져 고성능 스포츠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다만 C 63은 C 클래스의 스포티함을 상징하기엔 지나치게 특별하다. 지금 C 클래스 포트폴리오에 필요한 건 이 차가 스포츠세단임을 입증할 평범한(?) 리더다.
 

제격인 제품이 있다. C 450 AMG 스포트 4매틱(이하 C 450 AMG)이다. 과거의 작명법대로면 이 차는 진짜 AMG다. 하지만 AMG가 메르세데스 AMG라는 서브 브랜드로 정리된 지금 이 차는 진짜 AMG가 아니다. AMG의 후광효과에 기대어 마련된 AMG 스포트라는 새로운 제품 라인이다. 당연히 AMG의 본산인 아팔터바흐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엔진에 AMG 엔지니어의 서명이 붙는 일도 없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는 이 차를 “레이싱 기술을 물려받은 AMG C 63의 다운그레이드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도 스티어링과 프런트 액슬, 서스펜션 부품과 설계 등을 C 63에서 가져왔다. 그리고 그 효과는 이 차가 진짜 AMG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시답잖은 말싸움으로 여겨질 만큼 탁월하다.
C 450 AMG를 몰아본 건 지난 2월 말 포루투갈에서 열린 AMG C 63 시승 행사에서였다. 포루투갈 남부 공항에서 출발해 10분쯤 지나고 나서였고, 난 동승자에게 분명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가 딱 좋아! 진짜 기분 좋은 차야!” 우선은 367마력, 53.1kg·m의 파워를 내는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이었다. 회전은 부드럽지만 날카로웠고, 파워는 충분히 가득 차 있지만 철철 흘러 넘치는 일이 없었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 4.9초라는 제원이 말해주듯 속력(速力)은 위협적이기보다 세찼고 더할 나위 없이 후련했다. 스페인 남부의 굽이진 산길을 달리는 동안은 총명한 7단 자동변속기와 적당히 두툼한 배기 사운드가 운전에 청량감을 더했다.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매력은 4매틱 4WD와 섀시 튜닝에 있다. AMG C 63이 뒷바퀴의 LSD로 생생한 움직임을 연출한다면 C 450 AMG는 앞뒤 구동력을 33:67로 나누는 고정식 4WD로 그걸 가능하게 한다. 특히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아름다울 정도로 균형 잡혀 있고 유연하다. 부드러운 진입, 빠르고 깔끔한 회전, 망설임 없는 탈출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조금 세게 전하지만 C 63에서 가져온 가변 댐퍼가 반동을 여유롭고 민첩하게 다잡아 아무 불편이 없다. 오히려 생동감 넘치고 일체감도 충분해 운전하는 맛이 남다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 차를 두고 “AMG를 처음 경험하거나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AMG”라고 소개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C 450 AMG는 C 클래스의 진면목을 느끼고 싶은 사람을 위한 최상급 C 클래스다. C 220 블루텍이나 C 200을 타면서 가졌던 아쉬움이 이 차엔 없다. 지루하지 않은 진짜 스포츠세단이라는 얘기다. 국내 출시는 내년 1월, 가격은 미정이다.

MERCEDES-BENZ C 450 AMG 4 MATIC
기본 가격 TBA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0ℓ DOHC 트윈터보, 367마력, 53.1kg·m 변속기 7단 자동 공차중량(유럽) 1615kg 휠베이스 2840mm 길이×너비×높이 4702×1810×1434mm 0→시속 100km 가속시간 4.9초 복합 연비(유럽 복합) 13.1km/ℓ CO₂ 배출량(유럽) 178g/km 한국 판매 시기 2016년 1월

진짜 AMG는 아니지만…
스티어링 시스템과 프런트 액슬, 서스펜션 설계를 c 63에서 가져온 덕분에 주행감각이 살아 있고 움직임도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