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1차로에서 정속 주행하는 문제가 관심을 불렀다. 여기에 내 의견을 덧붙이자면 우리나라는 차로 지정에 문제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2차로가 승용차 주행차로인 것부터 이상하다. 텅 빈 도로에서 홀로 달리는 차가 길 한가운데로 달리면 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버스전용차로가 시행되는 곳에서도 2차로가 주행차로인 줄 알아 결국 추월차로가 없는 꼴이다. 조그만 안내 간판 하나 붙여놓고 운전자가 알아서 3차로로 옮기기를 바란다면 너무 많이 바라는 거다. 도로교통법은 역사가 오랜 외국의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만의 법을 새롭게 만들 필요는 없다. 차마다 새롭게 차로를 지정할 필요도 없다. 우리도 외국처럼 모든 차는 바깥 차로부터 채워나가면 된다. 편도 4차로의 경우 모든 차는 바깥 차로를 달리고 추월하는 순간만 3차로를 달린다. 3차로 달리는 차를 추월하는 차는 2차로를 달리고, 2차로의 추월차는 1차로를 달린다. 단, 버스나 트럭 같은 대형차는 추월이 3차로에 한정된다. 빠른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승용차처럼 행세하는 버스는 오른쪽으로 옮겨야 한다. 특수차가 몇 대나 되는지 몰라도 4차로를 배정해버린 탓에 4차로는 항상 비어 있다. 요즘 국도(편도 2차로)는 시설 면에서 고속도로와 별 차이가 없지만 법은 아직도 1차로는 승용차, 2차로는 트럭이 아닌가 싶다. 추월 개념이 없는 법이다. 법이 이런데 국도에서 승용차의 주행차로가 2차로인지 궁금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의 모든 도로는 차종에 관계없이 바깥 차로부터 채워나가야 한다. 간단한 상식을 법이 어렵게 한다.

2 지난번에 이어 미국에서 본 몇 가지를 얘기한다. 미국의 도로는 굽이치는 코너마다 구배가 심하다. 차가 안쪽으로 충분히 기울어 안정감이 뛰어나다. 특히 인터체인지에서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차가 기울어진다. 왜 우리나라 도로는 코너마다 구배를 안 주는 걸까? 많은 차들이 구배 없는 코너에서 미끄러져 사고를 낸다. 토건업이나 교통행정에 종사하는 많은 분이 미국 여행을 할 텐데, 하루빨리 ‘베꼈으면’ 한다. LA나 샌프란시스코는 공항을 빠져나오는 인터체인지부터 구배가 심하다. 우리나라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도로 개선이 시급하다.

3 고급 휴양지 라구나 비치를 달리면서 느끼는 것은, 고급차 위에 클래식카가 있다는 점이다. BMW 7시리즈가 그저 그런 차로 보이는 거리에서 클래식카는 차원이 다른 우아함을 보여준다. 클래식카 오너에게서 자동차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사랑이 넘쳐난다. 자동차를 제대로 즐기는 꼭짓점에 클래식카가 있었다. 우리도 자동차 문화가 깊어갈수록 클래식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리라 믿는다. 우리는 아직 클래식카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법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4 LA 거리에 쉐보레 스파크가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큰 차가 대부분인 미국에서 경차가 이렇게 받아들여지리라고는 생각 못한 일이다. 문득 기아 레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다. 기아 쏘울이나 토요타 bB(사이언 xB) 같은 차가 인기인 것을 보면 레이의 독특한 디자인은 상당한 관심을 모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동차를 장난감처럼 대하는 미국인의 취향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레이를 유럽에 수출하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레이는 일본 경(輕)밴과 또 다른 크기의 차로 상당한 매력과 가치를 지녔다. 레이를 유럽에 수출한다면 그 기능과 합리성으로 인기를 모으며, 틈새시장을 선점할 듯하다.

5 미국인의 픽업트럭 사랑은 유별나서, 정말 많은 픽업이 거리를 달린다. 그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짐차(?)를 타고 다녔다. 픽업트럭이 승용차로 여겨지는 미국에서 트럭 모델은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트럭은 모델이 단순해 지루하다. 올해 상반기 현대 포터는 5만대 이상 팔리며 전체 국산차 판매 1등을 했다. 그럼에도 모델은 한 가지뿐이다. 봉고 역시 포터와 같은 차로 보인다. 중형 트럭 마이티도 최근 15년 만에 바뀌었다. 모든 게 독과점 탓이다. 트럭시장에 좀 더 다양한 모델이 필요하다. 단순한 생계형 짐차가 아니라 젊은이의 개성 표현 수단으로서 트럭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