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SCHE 911 GT3 

포르쉐는 신형과 구형의 의미가 비교적 크지 않다. 그저 다 같은 포르쉐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911 시리즈는 더욱 그렇다. 구형이나 신형이나 모두 나름대로 자태가 있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997 GT3나 991 GT3나 날개 달린 포르쉐일 뿐이겠지만. 어쨌든 포르쉐에서는 현재 모델명을 다 외우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차를 만든다. 한국 포르쉐에서 선택할 수 있는 911의 모델은 홈페이지 기준으로 무려 24가지다. 이렇게 다양한 신모델이 계속 등장하니, 지켜보는 사람에겐 좋은 볼거리가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 오너들에겐 서운한 일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

내 지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새로 출시한 911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국내에 출시되기도 전에 자기 취향으로 꾸민 인디비주얼 옵션의 카레라 S를 출고했다. 하지만 신차 냄새가 빠지기도 전에 좀 더 넓은 리어펜더와 독특한 테일램프를 가진 4S가 나오더니 급기야 비싼 옵션들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한 GTS까지 출시됐다. 아끼는 애마가 구형이 된다거나 더 좋은 모델의 그늘에 가려지는 것은 오너 입장에서 슬픈 일이다. 

최근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겼다. 바로 911 GT3보다 엔진 출력이 높고 무게를 줄여 성능을 극대화한 911 GT3 RS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GT3만으로도 충분한데 뒤에 RS가 또 붙었다. 물론 RS는 ‘Racing Sport’를 의미하는 차로 노멀과 달리 레이싱카의 성격을 강조한 모델이다. 둘은 대단히 다르지만, 대단히 비슷하기도 하다. 

우선 RS에는 레이싱카에서 볼 법한 거대한 리어윙이 달렸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뒷유리는 폴리카보네이트로 바꿨다. 심지어 엠블럼조차 스티커다. GT3는 카레라 4 차체를 갖고 만든 반면, GT3 RS는 911 터보의 와이드보디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커다란 날개와 와이드보디 덕분에 존재감이 상당하다. 더불어 차고도 높아지고 덩치도 커졌다. 나란히 세워두니 911 GT3는 상대적으로 날씬해 보인다.

성능 차이는 수치상으로는 미미하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이 0.2초 줄었고, 무게는 10킬로그램 줄었다. 배기량이 3.8리터 4.0리터로 늘어나면서 출력은 25마력 높아진 500마력(46.9kg·m)을 발휘한다. 물론 모든 수치가 RS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배 아파하고 있을 GT3 오너에게 진통제가 두 알 있으니… RS는 최고 시속이 노멀보다 5킬로미터 낮다(거대한 리어 스포일러와 다운포스 기구들 때문). 또 엔진 레드존이 200rpm 낮아진 8800rpm이다. 스포츠카에게 수치적 성능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 바로 감성적 만족이다. 자연흡기 엔진의 최대회전수가 줄어든 건 운전의 감성적 즐거움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둘의 가격 차이는 약 3000만원. 우리나라에 25대 한정인 911 GT3 RS의 희소성을 생각하면 대다수에겐 RS가 더 멋진 차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서킷 주행보다 일상에서 더 많이 차를 타는 나에게는 GT3가 더 어울린다. 

가격 2억2500만원 레이아웃 뒤 엔진, RWD, 2인승, 2도어 쿠페 엔진 수평대향 6기통 3.8ℓ, 475마력, 44.9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무게 1505kg 휠베이스 2457mm 길이×너비×높이 4545×1852×1269mm 연비(통합) 6.8km/ℓ CO₂ 배출량 267g/km 구입 시기 2014년 12월 총 주행거리 8910km 평균연비 6.2km/ℓ 월 주행거리 2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20만원(유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