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인 대니얼 해머메시와 미시간 주립대학의 제프 버들 교수는 1993년 ‘아름다움과 노동시장’이라는 논문을 공동 발표했다. 그들의 연구에 의하면 못생긴 사람들은 보통 외모를 가진 사람들보다 소득이 낮았고, 보통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보다 소득이 낮았다. 못생겨서 얻는 손해는 5~10%로 예뻐서 생기는 이익보다 조금 더 컸다. 매력적이지 않은 여자들은 직업을 잘 얻지 못했고 교육 수준이 낮은 남자와 결혼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의 연구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짐작하던 외모의 경제적 효과를 계량한 것에 의미가 있다.

대니얼 해머메시는 2011년 출간한 저서 <미인경제학>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외모가 하위 15%에 해당하는 여성들의 소득은 평균적인 외모를 지닌 여자들의 소득보다 4%가 낮았다. 그리고 외모가 상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여성들은 평균적인 외모를 가진 여자들의 소득보다 8%가 높았다. 반면 남자들의 경우는 하위 15%에 해당하는 남성들의 소득이 평균적인 외모를 지닌 남성들의 소득보다 13%가 낮았고, 상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외모의 남성은 평균적인 외모를 가진 남성들의 소득보다 4%가 높았다. 즉, 남자의 경우 못생겼을 때의 손해가 컸고, 여성의 경우 아름다울 때의 프리미엄이 많았다.

외모로 인한 소득 격차는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지만 기간을 평생으로 확대해서 계산해보면 소득 격차는 상당히 벌어진다. 특히, 배우나 아나운서처럼 외모가 생산성의 일부(혹은 대부분)를 차지하는 직업에서는 외모가 나쁘면 직업 자체를 얻기 어렵다. 그렇다면 외모를 개선하기 위한 성형수술은 과연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까? 만약 성형수술의 편익을 외모의 개선으로 인한 소득 증가로만 생각한다면 결론은 부정적이다.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비용과 위험(성형수술은 늘 실패의 위험이 따른다)을 감안하면 성형수술을 통한 소득 증가는 충분히 크지 않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성형을 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데이트를 할 때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한다.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기준으로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여성은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생기는 글로벌한 현상이다. 남성은 다른 남성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를 원하고, 여성은 데이트 비용으로 남성의 능력을 파악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독립성이 높은 여자라고 해도 굳이 데이트 비용을 남성과 동일하게 부담할 필요가 없다. 모든 남성이 동일한 데이트 비용 전략에 동의하고 동시에 실천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을 불평해보았자 별 소용이 없다. 여성이라고 해서 이러한 상황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외모를 다른 조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중시하는 사회는 여성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준다.

여성이 가진 여러 조건 중에서 여성의 외모에 너무 큰 비중을 두는 사회를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의 노력으로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외모가 아닌 다른 매력에 의미를 두는 신중하고 진지한 남자는 대체로 일찍 결혼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공분을 느끼고 비판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옳지만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럴 때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하고 합리적인 선택은 외모로 드러나는 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때 성형은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아주 적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외모 개선 방법이다.

공정함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 미인의 존재처럼 인간을 좌절시키는 것도 드물다. 외모에 대한 엄청난 선호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외모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소득에도 상당한 격차를 불러온다. 만약 외모가 태어나면서 모두 결정되어버리고 어떤 경우에도 그것을 바꿀 수 없다면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예쁜 외모를 타고나지 않는 한 그 불행한 운명을 극복하는 것은 애초부터 원천 봉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간은 성형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타고난 것보다 훨씬 아름다워질 수 있게 되었다. 지극히 인간적이고 문명적인 역사의 진보다.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성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성형에는 형량할 수 있는 위험과 형량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모두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비싼 성형수술을 택한다고 해도 의도와 달리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이 더 안 좋아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쉽게 성형이라는 선택을 하기 어렵다. 이렇게 어렵게 얻은 아름다움을 인위적이라는 이유로 폄하하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우리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미인들’이 이미 거의 다 성형 미인인 시대에 살고 있다.

2013년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국제미용성형학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보도에 의하면, 한국은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인구 100명당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성형 산업의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한다. 성형 분야의 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강렬할 뿐 아니라 주어진 운명에 체념하지 않고 적극으로 노력해 불운을 극복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한국 다음으로 그리스, 이탈리아, 미국 등 미적 감각이 남다르고 집요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국가들이 뒤를 잇고 있다.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외모에 집착해 성형에 매달리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는 개선되어야 하지만, 성형을 통해서라도 외모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행복해지겠다는 노력 자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그런 적극성이야말로 한국이 자랑하는 역동적인 매력 중 하나다.

about 김동조는 전직 애널리스트이자 현직 트레이더다. 국내의 손꼽히는 경제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분석가의 눈으로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현상과 사안을 토론하길 좋아한다. 쓴 책으로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