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120d M Sport

뉘르부르크링부터 인제까지
나는 얼마 전 뉘르부르크링 서킷에 갔다. 북쪽 서킷인 노르트슐라이페(20.832킬로미터)를 달리기 위해서다. ‘그린 헬’이라 불리는 곳으로 자동차 환자들에게는 익순한 곳이다.

독일 출장의 기회를 잡아 꿈에 그리던 성지를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그곳에서 레이싱 게임으로 수없이 돌았던 서킷의 실체를 확인했다. 영상과 사진으로만 접했던 그곳에 발을 딛고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니 감동이 벅차올랐다. 서킷을 방문했던 당일은 평일이라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두 시간만 짧게 개방하는 날. 꿈에 그리던 서킷에 왔으니 본격적으로 체험 준비에 나섰다. 시로코 2.0 TSI를 빌려서 뉘르부르크링을 달렸다. 멀리 한국에서 날아온 초보 드라이버 티가 났는지 시작하기 무섭게 추월하는 차들이 많았다. 하필 비가 오는 바람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동영상이나 게임 화면으로 보던 익숙한 장면이라 친근한 마음이 들었다. 게임 속 노르트슐라이페는 고저차를 실감하기 어려웠으나 실제로는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고저차가 심했다. 블라인드 코너 역시 깊이의 차이가 있었으며, 불규칙한 노면 상황도 실제와 달랐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역시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것.’ 물론 다음 코너가 어떤 곳인지 숙지 정도는 가능하지만, 실제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더 빠르게 달릴 자신도 있었지만, 욕심은 금물. 사고는 곧 내 통장과 연결되기에 흥분을 가라앉혔다.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며 왜 전 세계 자동차 환자들이 이곳에 열광하고 찾아오는지 알 수 있었다. 녹색 빛으로 물든 산속 서킷을 달리면서 그 매력에 흠뻑 취했다. 정말 유럽에 살았더라면 주말마다 찾고 싶을 정도였다. 4바퀴 주행을 모두 마치고 나니 걸린 시간은 약 50분. 한 바퀴당 15분 정도 소요됐다. 온몸엔 땀이 흐르고 있었고 긴장이 풀리자 무사히 완주했다는 안도감에 뿌듯했다. 생각 외로 많은 체력이 소비됐다.

분명 좋은 경험이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한국으로 돌아와 강원도 인제에 있는 인제스피디움에 스포츠 주행을 신청했다. 인제스피디움 드라이버 라이선스도 신청했다. 라이선스 발급 비용은 10만원. 30분 정도 진행되는 이론 교육과 실전 주행을 마치면 라이선스를 발급해준다. 120d로 즐기는 첫 서킷 주행이라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한다.

인제 서킷은 고저차가 크고 타이트한 복합 코너가 많아 영암 서킷보다 더 짜릿했다. 트랙에서의 성능은 2리터 디젤치고는 무난했다. 해치백 특성상 공기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같은 출력의 쿠페보다 랩타임이 조금 떨어졌다. 물론 운전자가 가장 큰 문제였겠지만…. 순정 브레이크 성능은 연속되는 주행에 피로감을 나타냈고, 타이어 역시 열을 먹고 그립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두 타임 정도를 타고 나서는 몸에 힘이 없었다. 역시 체력이 가장 큰 문제다. 서킷 주행 후 정비할 목록이 추가됐다. 엔진오일과 브레이크 패드, 디퍼렌셜 오일을 교체할 예정이다. 앞으로 트랙을 자주 방문할 생각이다. 그렇게 오늘도 레이싱 브레이크 패드와 높은 고성능 타이어를 알아보고 있다. 이 지름신의 유혹은 도대체 언제쯤 이겨낼 수 있을까?

가격 467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2.0ℓ 터보 디젤, 184마력, 38.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365kg 휠베이스 2690mm 길이×너비×높이 4324×1765×1421mm 연비(통합) 18.5km/ℓ CO₂ 배출량 103g/km 구입 시기 2015년 2월 총 주행거리 5만5000km 평균연비 13.1km/ℓ 월 주행거리 15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40만원(유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