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A1의 경쟁모델로 지목한 대상은 당연히 미니다. 무엇보다 아우디도 A1을 미니처럼 트렌디한 브랜드로 자리매김시키려 한다.

아우디가 A1을 출시했다. 지난해 겨울에는 프랑스 모나코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 국내 미디어를 대거 초청했고, 국내에는 지난 4월 열린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국내시장 공식 출시는 지난 6월 22일 파티 형식의 론칭 이벤트와 함께였다. 하지만 A1에 기대할 수 있는 매출 규모는 당장 그리 크지 않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B 세그먼트 해치백 시장의 규모 자체가 작을뿐더러 그마저도 미니의 독무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우디코리아가 A1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공들인 것에 비해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 6~9월 넉 달 동안의 판매량은 138대로 한 달 평균 40대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첫 달인 6월에 신차 효과와 내부 수요(시승차)를 포함해 절반가량인 62대가 출고됐다. 7월에는 32대, 8월에는 24대에 불과하고 9월엔 20대 판매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수입 B 세그먼트 해치백 시장을 보면 다채로운 라인업을 갖춘 미니가 1817대, 단 하나의 라인업만 가진 폭스바겐 폴로가 630대, 푸조-시트로엥(208과 DS3)이 172대 팔렸다. B 해치백 시장에서 아우디 A1이 가져간 점유율은 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바꿔 말해 한국에 진출한 A1의 초기 판매 추이는 불안하다. 5퍼센트 남짓의 점유율도 아쉽지만 그보다는 모델당 판매량에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A1의 파워트레인은 1.6리터 116마력 TDI 엔진과 7단 S트로닉 변속기로 구성되는 30 TDI 한 가지다. 여기서 3도어 A1과 5도어의 A1 스포트백 두 가지 라인으로 나뉜다. 세부 모델로는 A1이 2가지, A1 스포트백은 5가지 라인이다. 이런 세부 라인을 무시하고 A1과 A1 스포트백 2가지로만 생각해도 A1의 라인별 월평균 판매량은 20대가 채 되지 않는다. 라인이 부족하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폭이 제한된다. 하지만 영업의 집중도가 향상돼 라인당 판매대수는 높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A1은 그조차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 폴로가 단일 라인으로 월평균 160대 가까이 팔린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아울러 9개 라인을 지닌 미니가 라인당 월평균 판매량이 50대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아우디 A1의 판매효율은 대단히 낮다. 물론 미니가 독립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A1 판매의 비효율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판매 추이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A1은 B 세그먼트 시장에서 경쟁하는 작은 모델이지만 3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를 갖추는 등 구성까지 초라하진 않다. 5도어 스포트백 모델은 2008년 소개된 같은 이름의 콘셉트카(오른쪽 사진)에 토대를 두지만 역동적인 테일램프 등 많은 부분이 간소화됐다. 

미니와 젊은 여성을 겨냥한다
아우디가 A1의 경쟁모델로 지목한 대상은 당연히 미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은 브랜드를 라이벌로 지목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무엇보다 아우디도 A1을 미니처럼 트렌디한 브랜드로 자리매김시키려 한다.

미니는 클럽을 연상시키는 쇼룸 디자인이 대변하듯 트렌디한 이미지를 통해 젊은 고객에게 어필한다. A1의 접근법도 비슷하다. 론칭 이벤트를 강남 한복판에 있는 복합문화 공간 쿤스트할레에서 파티 스타일로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개최한 퍼렐 윌리엄스 공연의 초대장을 활용하는 등 아우디는 미니보다 고급스러운 문화적 코드를 제시하려 애썼다.

그럼에도 집중도와 힘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차이가 있다. 미니는 그 자체가 브랜드이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트렌디한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A1은 아우디라는 브랜드 안의 모델 하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혼자만의 이미지를 내세우기 어렵다. 아우디가 지금까지 꾸준하게 밀어왔던 문화 코드에 트렌디한 A1을 접목하는 방법은 그래서 나온 절충안일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A1 브랜드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실제 A1 모델 라인업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혹시 이미지와 제품 사이에 부조화나 한계는 없을까? 아우디 A1 3도어는 3270만원부터 시작한다(30 TDI 스포트). 그 뒤를 30 TDI 스포트 프리미엄(3620만원)이 잇는다. 5도어의 경우 3370만원의 스포트백 30 TDI 디자인을 시작으로 스포트백 30 TDI 디자인 프리미엄과 스포트백 30 TDI 스포트 프리미엄(각각 3720만원)이 뒤따른다. 이 중 내가 만난 A1은 모두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가격이 가장 높은 A1 스포트백 스포트 스프린트 에디션으로 S라인 패키지가 적용돼 있었다. 두 번째 역시 5도어였고 두 번째로 비싼 A1 스포트백 디자인 스타일리시 에디션이었다. 이 차에는 순정 액세서리 보디킷과 데커레이션 스티커 등이 적용돼 있었다. 마지막은 3도어 모델인 A1 스포트 프리미엄 모델이었다.

A1은 작은 고급차다. 젊은 여성 고객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아이코닉함도 있다.

A1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은 고급스럽고 산뜻했다. 미니가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처럼 디자인에 악센트가 많은 편이라면 A1은 전체적인 디자인이 조화로워 마치 미니스커트를 입은 상큼하고 귀여운 아가씨 같은 느낌이다. 실내 디자인에도 이 같은 상쾌함은 그대로 이어진다. 왁자지껄하고 화려한 미니보다 단정하고, 모티프가 된 동그란 원으로 디자인 포인트를 줘 깔끔하지만 심심하지 않은 분위기다. A3와 TT 등 아우디 콤팩트 모델들이 사용하는 대시보드는 상위 모델들과 달리 앞유리 쪽으로 둥글고 낮게 물러나 있는데, A1에도 같은 디자인이 적용돼 실내 개방감과 쾌적함이 크다. 한 조각의 소프트 우레탄으로 덮여 있는 대시보드는 아주 비싼 공법의 제품이다. 그런데 그걸 모르더라도 고품질이 느껴진다.

S라인 패키지와 18인치 휠이 적용된 차량도 승차감이 거칠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탄력이 느껴지는 경쾌한 서스펜션이 인상적이었다. 스포티한 쪽보다는 젊은 감각에 더 가깝다. 116마력 TDI 엔진과 7단 S트로닉 조합의 파워트레인은 우수한 직결감과 매끄러움 덕분에 대단히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이 묻어난다. 하지만 스포티하다고 말하기엔 절대성능이 부족하다.

A1은 아우디 브랜드에 걸맞은 작은 고급차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품질, 그리고 기분 좋은 승차감과 파워트레인이 밝은 분위기를 빚어내는 모델이다. 라이벌인 미니에 비해 젊은 여성 고객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아이코닉함도 있다. 그런 A1에 ‘스포트’라는 명칭이 많이 쓰이는 건 분명 어색하다.

실내공간은 간결하고 직관적인 아우디 특유의 인테리어 감각이 고스란하다. 크기에 비하면 도어포켓과 컵홀더 등 수납성도 괜찮은 수준. A1은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 50만 대를 돌파했고 56퍼센트가 3도어 모델이었다. 5도어가 주력 모델로 나서는 한국과 다른 양상이다.

정확한 포지셔닝과 라인업 강화
앞서 말했듯 지금의 A1은 미니보다 여성적이다. 나쁜 뜻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이미지를 확장하기에 한계가 있다. 가장 큰 제약은 하나뿐인 엔진이다. 1.6리터 TDI만으로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갖기에 한계가 분명하다. 바로 이 점에서 다양한 파워트레인 구성을 갖춘 미니 해치백은 A1에 비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옵션을 조정해 3200만원대부터 4000만원까지 라인업을 만들었지만 결국은 하나의 엔진이다. 다른 미니 라인업에 대항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바꿔 말해 A1은 미니 쿠퍼 D의 경쟁 모델을 여러 개 갖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의 단일 엔진에 어울리게 라인업을 단순화해 젊은(혹은 젊어 보이고 싶은) 여성 고객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미니와 달리 다양한 크기와 가격대의 모델을 취급해야 하는 아우디 딜러들에게도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다. 다음 방법은 고성능 가솔린 엔진을 추가해 스포티한 제품군을 보강하는 것이다. 이는 한-EU FTA에서 합의된 ‘유로Ⅵ-EOBD 규정의 한국 규정 충족 인정’에 의존해야 한다. 그런데 이 합의사항이 실제로 적용되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모양이다. 따라서 아우디를 비롯한 유럽 브랜드들은 이 기본적인 사업환경의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우디 역시 A1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거다.

데뷔 당시 아우디 A1은 ‘The Next Big Thing’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A1은 실제로도 작은 고급차로 손색없다. 디자인과 품질의 완성도가 높고, 탄력이 느껴지는 주행감각도 인상적이다. 파워트레인이 한 가지뿐이라 기세를 떨치지 못하는 게 아쉽다. 트렁크 용량은 270리터를 기본으로 920리터까지 확장된다.

전략을 보여다오
BMW는 미니의 힘을 빌려 B 세그먼트를 공략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아예 B 세그먼트 모델을 갖고 있지 못하다(스마트는 별개로 생각하자). 반면 아우디는 하나의 브랜드로 B 세그먼트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강점이 뚜렷하다. 게다가 A1의 상급 모델인 A3는 세단과 해치백 두 가지 모델로 세련됨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중시하는 고객층과 스포티한 프리미엄 모델을 원하는 고객 모두를 잡고 있다. A3의 존재 덕분에 A1은 기존 아우디 고객들의 추가 구매 대상이 될 수도, 또는 아우디 브랜드로의 최초 진입 모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A1은 너무 빈약하다. 화려한 파티 몇 번이 모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없다. 엔진 하나에 옵션만 달리하는 방법 역시 진정한 라인업이라 보기 어렵다. 아우디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목표를 갖고 육성하지 않으면 A1은 크지 않은 시장에서도 마이너리티로 남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궁금하다. 아우디가 갖고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  에디터/김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