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LA모터쇼에서 닛산 디자인 아메리카의 타로 우에다 부사장과 잠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별생각 없이 말을 걸었는데 명함을 받아보니 그여서 ‘헉!’ 하고 놀랐었다. 당시 우에다 부사장은 앞으로 닛산의 디자인을 주목해달라고 했다. 닛산 디자인 아메리카에서 멋진 작품을 하나 만들고 있다고, 이게 어쩌면 닛산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작품은 그로부터 두 달 뒤 2014 북미오토쇼에서 베일을 벗었다. 스포츠 세단 콘셉트였다. 발표 전부터 이 차가 맥시마의 미리보기 모델이 될 거란 소문이 돌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멋지긴 했다. 다만 얼마나 현실에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대중 브랜드에서 대중을 설득하기 힘든 디자인을 선보이긴 어렵기 때문이었다. 스포츠 세단 콘셉트는 멋졌지만 솔직히 누구나 갖고 싶은 생김새는 아닌 것 같았다.

8세대 맥시마가 발표된 건 그로부터 1년 3개월 만이었다. 이른 시기보다 더욱 당황스러웠던 건 맥시마의 외모였다. 스포츠 세단 콘셉트가 거의 그대로 내려앉은 모습이었다. 파격적이었다. 우에다 부사장은 이 디자인이 한 차종에만 머물지 않을 거라 했었다. 알티마 등 세단은 물론 SUV도 이런 테마가 적용될 거란 의미 같았다. 실제 신형 무라노만 봐도 몇몇 요소가 눈에 띈다. 그래서 신형 맥시마의 안착 여부는 닛산의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 성공 가능성을 짐작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그 맥시마가 10월 한국에 출시됐다. 아시아 최초란 수식까지 붙었다. 한국 닛산의 다케히코 기쿠치 사장은 “한국에 소개되는 닛산의 첫 번째 기함인 만큼 고객층을 넓히고,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10월 12일 기준으로 초도 물량인 150대가 모두 계약됐고 향후 3개월 물량까지 매진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신차란 걸 감안해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맥시마 최고급 사양 모델을 들여왔단 걸 고려하면 4370만원이란 가격도 꽤 매력적이다. 수입차와 비교해서가 아니다. 쉐보레 임팔라나 현대 그랜저 등과 견줘도 경쟁력 있다. 한국 닛산의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는 기쿠치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기쿠치 사장은 한국 닛산이 지금보다 성장하기 위해선 준(準)프리미엄 이미지 확보가 필수적이라 판단하고, 이를 위해 후광모델(Halo Model)의 도입을 결정했다.

그러고 보니 맥시마의 성공 여부는 닛산자동차 전체에 꽤 중요한 일이 된 것 같다. 맥시마가 실패한다고 닛산이 흔들리진 않겠지만, 성공할 경우 분명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는 2012년 연간 생산량 800만대를 넘긴 이후 성장 속도가 더뎌졌다. 지난해에도 840만대 수준에 그쳤다. 이제 하나는 터져줘야 할 때다. 그게 맥시마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