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콘티넨털
아메리칸 플래그십이 부활을 알렸다. 캐딜락이 드빌의 후계자로 나설 CT6를 발표한 데 이어 링컨도 13년 만에 신형 콘티넨털을 들고 나왔다. 둘 모두 마치 짠 것처럼 2015 뉴욕국제오토쇼를 통해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고급 대형 세단의 부활을 선포했다. 좀 더 눈에 띈 쪽은 링컨 콘티넨털이었다. 콘티넨털은 2002년 이후로 여태껏 종적을 감춰왔다. 무려 13년 만에 다시 태어난 셈이다.

콘티넨털의 판매량은 단종 시기이던 2002년 1만5000대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3만5000대 수준이던 4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던 거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내 고급차 시장은 약 84만대에서 110만대로 확대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당시 출시 중이던 9세대 콘티넨털은 출시된 지 이미 7년째에 접어들었다. 단종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그래도 후속 모델을 10년 넘게 기다려야 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지난 2002년 열린 LA 모터쇼에선 콘티넨털 콘셉트카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콘티넨털의 빈자리는 사실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큰 덩치의 타운카와 스포츠 세단을 표방한 LS가 이미 출시된 상태였다. 하지만 1939년 데뷔해 링컨의 전통을 이어온 콘티넨털의 상징성까지 채워지진 않았다. 타운카도 실은 콘티넨털의 가지치기 모델로 시작된 차다. 새로 태어난 콘티넨털의 얼굴은 MKS와 MKZ를 통해 익숙해진 링컨의 패밀리룩과는 거리가 멀다. 활짝 펼친 날개 모양의 그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물론 콘티넨털은 한 번도 그와 비슷한 디자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최근 선보이는 링컨의 스타일은 콘티넨털이 행적을 감추고도 한참 뒤에야 탄생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콘셉트카라고 디자인적인 시도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역사적으로 볼 때 콘티넨털은 아주 보수적인 차였다. 파격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았다.
링컨의 디자인 디렉터 데이비드 우드하우스는 콘티넨털의 그릴에 대해 “강한 신뢰감을 주는 디자인”이라며 “이를 통해 미래로 발전하는 링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모터 트렌드>의 에드워드 로 편집장은 “여기서 이야기하는 ‘미래로의 발전’이란 바로 중국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은 전용 기사가 운전하는 대형 고급 세단이 최고의 차로 인정받는 나라”라며 콘티넨털이 기사가 운전하는 대형 고급 세단의 스타일을 지향했다고 말했다. 우드하우스도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결국 콘티넨털은 북미 대륙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까지 직접적으로 겨눈 모델이란 얘기다. 문득 대륙(Continental)이란 이름에 눈길이 간다.

파랗게 파랗게 물들었네 외관은 물론 실내까지 온통 푸른색과 크롬으로 꾸며졌다. 대륙의 취향이 존중된 구성이다.

콘티넨털의 차체 하단은 크롬으로 빙 둘러졌다. 우드하우스는 “차체 밑이 밝게 빛나는 것은 시각적으로 차의 무게감을 덜어주고 기능적으로 차체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짝에서 사라진 손잡이는 크롬으로 도금돼 창문 바로 아래 자리했다. 모양은 마치 날개 같다. 링컨은 이를 ‘E 래치(E-Latches)’라 부른다. 날개 아래 단추를 누르면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뒷자리는 문이 거의 90도로 열려 드나들기 쉽다. 링컨은 코치도어 방식도 고려했었다. 다만, 문을 더 활짝 열 수 있다면 코치도어보다 일반적인 문 구조가 타고 내리기 더 쉽다고 한다. 링컨이 뒷문을 활짝 열리도록 만든 이유다.

재밌는 건 이러한 뒷문의 설계에도 중국 시장에 대한 포석이 깔려 있단 거다. 이는 링컨의 수석 프로그램 엔지니어인 마이크 세렌티노의 고백에서도 드러난다. “뒷좌석에 타고 내리기 쉬운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국 시장만을 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중국 시장도 겨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넓은 뒷자리와 승하차 용이성이 중요했습니다.”

시한부 플래그십 캐딜락 CT6가 기함으로 자리하는 건 5년 정도다. CT8이 나오는 2020년까지.

뒷좌석 자체도 정말 신경 써서 다듬어졌다. 여객기 일등석처럼 꾸미기 위해 집중했다는데 빈말이 아닌 것 같다. 간단한 조작으로 조수석이 앞으로 접히고 뒷좌석 등받이가 뒤로 눕혀지며 풋레스트가 올라온다. 버튼 한 번으로 센터콘솔에서 크롬 케이스에 담긴 터치스크린이 올라오기도 한다. 팔걸이 아래는 샴페인과 잔을 넣을 수 있는 냉장고도 들어갔다. 앞좌석 도어 포켓에는 지퍼로 여닫을 수 있는 가방이 있는데, 장거리 여행용 소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일등석 부럽지 않겠다.

앞좌석도 만만치 않다. 시트에 11개의 에어쿠션이 허벅지에서 어깨까지 빼곡하게 채워져 무려 30가지 방향으로 시트를 조절할 수 있다. 시트 옆과 등받이는 적당한 탄성을 지닌 특수 보강 쿠션이 들어간다. 천장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처럼 전기로 유리의 명암을 조절하는 선루프가 들어간다. 과시용으론 거의 최고 수준이다.

나선형 스피커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스피커를 만든 곳은 오디오 전문회사 하만의 계열 브랜드 레벨이다. 링컨과 하만의 10년 인연을 기념해 레벨 울티마(Revel Ultima)라는 스피커를 만들어 콘티넨털에 넣었다. 19개의 스피커를 곳곳에 빈틈없이 배치했다.

대륙이 대륙에게 콘티넨털의 콘셉트는 애원이 아닌가 싶다.

링컨은 이 차에 적잖은 기대를 갖고 있다. 디자이너 우드하우스는 “콘티넨털은 대륙을 넘나드는 스타일”이라며 “미국만의 차가 아닌 진정 세계를 위한 차”라고 말했다. 쿠마 갈로트라 링컨 사장도 “콘티넨털은 아주 현대적인 차”라며 “이 차를 만들며 가장 중요시한 건 럭셔리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콘티넨털이라는 이름도 링컨의 최상위 모델임을 나타낸다”며 “링컨의 다음 목표는 이 기함을 링컨 최고의 세단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링컨 콘티넨털의 양산형 모델은 오는 2016년 1월 초 열릴 북미오토쇼를 통해 공식 데뷔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4만에서 4만5000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눈부시도록 빛난다 이 정도 크롬은 둘러줘야 대륙에서 먹히는 걸까? 반도에서 보기엔 좀 심하단 생각마저 든다.

캐딜락 CT6
캐딜락은 링컨만큼 플래그십의 공백이 길진 않았다. 캐딜락의 새로운 기함 CT6가 등장한 건 지난 2011년 DTS가 단종되고 딱 4년 만이다. 그동안에도 DTS보다 조금 작은 XTS가 기함 자리를 채우고 있긴 했다. 하지만 XTS는 플래그십이라기엔 멋쩍었다. 길이는 3세대 CTS보다 16.5센티미터나 길었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7.4센티미터 짧았다. 크기만 잔뜩 부풀린 채 중국과 북미, 중동 지역에서만 판매됐다.

반면 CT6는 캐딜락이 각오를 다져 완전히 새로 만든 차다. 아메리칸 플래그십이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치는 게 캐딜락의 목표다. 실제 미국 브랜드는 대형 고급차 시장에서 거의 전멸한 상태다. 그건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대형 고급 세단은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다. 2만5276대를 판매해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그 아래로 BMW 7시리즈와 6시리즈, 렉서스 LS가 차례로 순위에 올랐다.

캐딜락은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를 직접 겨냥했다. 중국 시장을 잔뜩 노리고 개발된 링컨 콘티넨털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전략이다. 캐딜락은 고급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브랜드들과 정면 승부에 나선다. 사실 CTS도 그랬고 ATS도 마찬가지긴 했다. 아직까지는 독일 브랜드에 비해 우위에 있진 못하나 수준 차가 꽤 좁혀지고 있다. 사실 고급 브랜드로서 독일 브랜드에 대항하지 못하면 글로벌 아이덴티티를 거머쥘 수 없다. GM은 지난 2013년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를 철수시킬 때도 캐딜락만큼은 남겨뒀던 바 있다. 실제 CT6도 내년 초 유럽 무대에 진출할 계획이다. GM이 캐딜락에 거는 기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플레이어로 나선다 캐딜락은 애초부터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를 직접 겨냥했다. 처음엔 허황되게 느껴졌지만 점차 수긍이 간다.

캐딜락 CT6는 DTS보다 약 9센티미터 짧지만 휠베이스는 17센티미터나 길다. 이를 통해 실내공간을 넉넉하게 뽑아내고 주행안정성을 높였다. 비례감도 좋다. 종전 캐딜락의 기함이던 DTS나 XTS는 길이에 비해 휠베이스가 짧아 억지로 범퍼만 늘려놓은 느낌이 들었다. 크기에 비해 실내도 여유롭지 못했다. 비례만 놓고 봐도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다.

겉모습은 CTS와 ATS로 이어지는 최근 캐딜락의 패밀리룩을 도입했다. 다시 브랜드의 전통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 긍정적이다. 다만 아래로 축 내려진 주간운행등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실내는 기함답게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이제 프리미엄에 한 발 더 다가선 느낌이다.

CT6는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7만5000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플래그십임에도 가격이 기대보다 낮다. 2020년쯤 CT6보다 상위 모델인 CT8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CT6는 캐딜락의 한시적 플래그십 모델이다. GM의 마크 로이스 부사장은 캐딜락 CT8을 일컬어 ‘(캐딜락의) 진정한 첫 번째 플래그십(The First True Flagship)’이라고 치켜세웠다. 물론 나와봐야 안다. 아울러 차기 미국 대통령 의전차의 외모가 DTS에서 CT6로, 혹은 CT8으로 바뀔지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