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SAN MAXIMA

맥시마는 개성이 강한 자동차다. 겉보기에도 그렇고, 감춰진 성능도 그렇다. 일단 개념부터가 독특하다. 닛산 세단 라인업의 기함을 담당하지만 점잖게 무게 잡는 ‘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결 적극적으로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고 나선다. 스포티한 성격을 추구하는 닛산 브랜드의 사고방식이 8세대 맥시마에 충실히 반영됐다는 의미다. 이런 접근은 경쟁모델과 차별화 전략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번에 국내에 선보인 맥시마는 8세대 모델로 과감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신형은 2014년 북미 오토쇼에서 선보인 ‘닛산 스포츠 세단 콘셉트’의 디자인을 기초로 한다. 콘셉트카의 그것처럼 약간 공격적인 느낌이 강한 것도 이런 이유다. 낮고, 넓은 비율을 강조한 차체에 에지를 살린 과감한 선으로 개성을 살렸다. 8세대는 구형보다 54밀리미터 길고, 높이는 30밀리미터 낮아지면서 안정감이 높아졌다(길이×너비×높이는 4900×1860×1435밀리미터). 최상급 기종답게 알티마와 비교했을 때도 덩치에서 분명 차이가 난다.

맥시마는 에너제틱 플로(Energetic Flow)라 불리는 프런트 디자인을 통해 흥미를 유발한다. 노즈가 앞으로 돌출된 형태로 V자 그릴과 부메랑 모양 LED 라이트로 포인트를 주었다. 한껏 부풀린 앞 펜더도 시각적으로 역동성을 더한다. 앞 펜더에서 시작해 A필러에서 낮아졌다가 B필러 이후로 다시 솟아오르는 측면의 과감한 캐릭터 라인도 새롭다.  플로팅 루프 디자인도 독특하다. A필러를 보디와 다르게 검정 패널로 마무리하고, C필러가 마치 끊긴 것처럼 만들어 멀리서 보면 루프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맥시마는 최근 닛산이 추구하는 디자인 언어를 잘 표현하고 있다. 나는 이 차를 보면서 ‘가지무침’ 요리를 떠올렸다. 이런 요리를 먹었을 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비슷해서다.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가 아니라 ‘독특하다’로 발상이 순간적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자주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신호로, 분명 긍정적인 반응이다.

맥시마의 실내는 겉모습과 달리 단순하고 잘 정돈됐다. 인터페이스는 단순하면서도 기능성을 높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대시보드는 굵은 ‘T’자 형태로 디자인됐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넓게 벌려서 한결 넓은 느낌이다. 센터페시아가 운전자 쪽으로 약 7도 기울어졌다. 그래서 운전자가 대시보드 상단 터치스크린 모니터(8인치)와 통합 제어 컨트롤러 등을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기어 레버의 위치도 운전자 쪽이 아니라 센터페시아 쪽으로 움직여서 수동변속 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다(자세가 편하다).

맥시마의 운전석에 앉으면 곧바로 차가 크고 묵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툼한 두께의 D컷 스티어링휠과 넓고 푹신한 시트가 만들어내는 감각일 것이다. 다이아몬드 무늬 디자인으로 꾸민 시트는 ‘보기와 다르게’ 장거리 투어링에 알맞은 세팅이다. 시트 쿠션과 헤드레스트의 면적이 넓어서 승객의 몸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한다. 뒷좌석은 패밀리 세단의 정석이다. 넓고 편안한 의자와 접을 수 있는 커다란 암레스트, 넉넉한 머리 공간을 확보했다. 센터터널의 높이가 낮아서 뒷좌석 가운데 자리의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별도의 엔터테인먼트나 독립형 공조장치의 부재가 실사용자들의 입장에서 아쉬울 수도 있겠다.   

맥시마의 테일램프에는 ‘4DSC’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4도어 스포츠카’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행성능에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이 차는 1981년 1세대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35년간 꾸준히 진화했다. ‘35년의 역사’란 곧 개발 프로세스의 완성도다. 맥시마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엔지니어 모두가 스스로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뜻이다. 데뷔 이후 줄 곧 6기통 엔진을 고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맥시마의 테일램프에는 ‘4DSC’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4도어 스포츠카’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행성능에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직렬 6기통인 1세대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모든 맥시마는 V6 엔진과 조합된다. 이런 배경에서 신형에 얹힌 VQ 3.5 엔진과 X트로닉 무단변속기의 완성도는 인정할 만하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303마력(36.1kg·m)을 발휘한다. 자료에 따르면 새로운 엔진은 이전과 비교해 약 61퍼센트 부품을 재설계했다. 응답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움직임은 묵직하지만 동시에 힘차다.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엔진에서 풍부한 토크가 발휘되면서 차체를 시원하게 밀어붙인다. 계기반 중앙에 있는 7인치 디스플레이에 ‘엔진 출력 게이지’를 달아서 남아 있는 출력과 사용한 출력을 표시해 알려주는 것도 재미있다.

VQ 35 엔진은 날카롭기보다 꾸준하고 듬직하다. 주행 상황을 판단하고 출력을 쓰임새 있게 나누는 쪽은 똑똑한 무단변속기다. 변속기의 빠른 반응은 스포티한 감각에 일조하면서도 직결감이 뛰어나 일상적으로 쓰기에 편하다. 프로그램상 7단으로 나뉜 무단변속기는 부드럽게 달릴 때 변속 충격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출력이 오르내리며 ‘꿀렁’이는 느낌도 크지 않다. 반면 수동 모드로 조작할 때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부드럽고, 절도 있게 반응한다. 테스트 결과 1단으로 달릴 수 있는 최고속도는 시속 80킬로미터, 2단으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달렸다. 그만큼 움직임은 여유롭다. D 모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로 주행할 때 엔진을 2000rpm 수준으로 머물게 해서 정숙성에도 크게 도움을 춘다.   

기어레버 하단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는 크게 2가지 모드(스포트, 노멀)를 지원한다. 모드에 따라서 스로틀 반응과 변속 타이밍, 스티어링휠 반응이 달라진다. 스포트 모드에서 액티브 사운드 인핸스먼트(ASE)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엔진 소리가 약간 더(?) 활기차지는 것도 특징이다.

엔진과 파워트레인 구성에 맞춰 하체도 잘 조율됐다. 기본적으로는 승차감을 우선시하는 세팅이지만 코너에서 보디 롤링을 억제하는 능력이 우수하다. 덕분에 앞바퀴굴림 구조에도 언더스티어가 심하지 않다. 오히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기 전에 자세제어장치가 유연하게 개입하고 가속 때 재빨리 빠지면서 코너를 깔끔하게 돌도록 돕는다.

닛산의 안전 철학인 세이프티 실드(Safety Shield)를 기반으로 첨단 주행 보조 장비를 대거 갖춘 것도 특징이다. 동급 최초로 사용된 ‘전방 추돌 예측 경고 시스템’은 앞차와의 거리를 레이더로 꾸준히 감지하고 추돌이 예상되면 소리와 불빛으로 운전자에게 강하게 경고한다.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의 반응성도 우수하다. 시속 30킬로미터 이상에서 활성화되고 앞차를 따라서 스스로 완전히 정차한다. 출퇴근 같은 정체구간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물론 어디까지나 운전 보조 시스템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 밖에도 운전자 피로 주의 경보, 사각지대 경고, 후측방 경고,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의 기능으로 자동차 주변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꾸준히 감시한다.

맥시마는 단 한 가지 트림으로 437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단다. 가격으로 따지면 혼다 어코드 3.5와 포드 몬데오 2.0(상위 트림), 크라이슬러 300C 3.6, 푸조 508 2.0 HDi, 토요타 캠리 3.5 등과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정조준하는 ‘맞불작전’으로 가지 않는다. 이들과 분명히 다른 목적을 가졌다. 그저 닛산 자동차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SPECIFICATION 기본 가격 437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5ℓ DOHC, 303마력, 36.1kg·m 변속기 무단변속기 공차중량 1640kg 휠베이스 2775mm 길이×너비×높이 4900×1860×1435mm 복합연비 9.8km/ℓ CO₂ 배출량 181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