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 트렌드> 패밀리데이에 참가한 자동차들. 재규어와 푸조, 포르쉐, 아우디, 지프, 메르세데스 벤츠와 만 트럭에서 40여 대의 자동차가 출동했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푸르렀던 10월, 인제스피디움에서 <모터 트렌드> 패밀리데이가 열렸다.

평소라면 한적하고 조용했을 인제스피디움이 아침부터 들썩였다. 주차장은 차로 꽉 찼고, 피트에는 자동차 브랜드가 마련한 라운지가 차려졌다. 피트 앞 넓은 공터에는 벤츠가  AMG 슬라럼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표시한 러버콘이 빼곡히 들어찼다. 만 트럭은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레이스가 열리는 날에만 켜지는 전광판에는 ‘MOTOR TREND FAMILY DAY’라는 글자가 들어왔다. 방송에서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푸르렀던 10월 8일, 인제스피디움에서 <모터 트렌드> 패밀리데이가 열렸다.

우리는 두 달 전부터 이 행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모터 트렌드>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자고 계획한 건 올해 초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를 진행할지 결정하지 못하다 인제스피디움에서 ‘오케이’ 사인을 보내면서 행사의 윤곽이 잡혔다. 자동차 브랜드와 독자들을 인제로 초청해 차를 구경하고, 타볼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는 거였다. 지금까지 서킷에서 이런 행사를 한 자동차 매체는 없었다. 그만큼 우리에겐 기대도, 부담도 큰 행사였다. 다행인 건 자동차회사들의 반응이 꽤 좋았다는 거다. 참가 브랜드가 결정되고, 9월호에 패밀리데이 안내문이 실리자 <모터 트렌드> 편집부는 더욱 분주해졌다. 참가 신청은 3일 만에 마감됐다. 독자들의 반응도 굉장했다.  

행사 전날인 10월 7일 오후, <모터 트렌드> 식구들이 모두 인제로 향했다. 행사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리허설을 하기 위해서다. 등록 데스크로 쓰일 13번 피트에 짐을 풀고 비품을 들여놨다. 각자 할 일을 한 번 더 체크하고, 서킷 상태를 살폈다. 날씨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행히 하늘은 우리 편이었다. 내일도 새파란 하늘을 보여줄 거란 예보였다. 어둑어둑해지자 참가 브랜드들도 속속 인제에 모였다. 재규어 피트에서는 트럭이 큼직한 짐을 쏟아냈다. 저마다 피트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지프는 피트에 캠핑장을 차렸다. 행사 당일 기자들은 ‘스태프’라고 적힌 빨간 티셔츠를 입고 각자 맡은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만큼은 기자가 아닌, 행사 진행요원이었다.

10:20 PIT LANE 첫 번째 프로그램인 ‘포르쉐 퓨어리스트’를 위해 피트레인에 다섯 대의 포르쉐가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다.

06:10 새벽 4시 50분, 인제스피디움 콘도에서 창문으로 보니 서킷이 칠흑처럼 어둡다. 안개도 짙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 없다. <모터 트렌드> 패밀리데이의 마지막 시뮬레이션 시간이니까. 포르쉐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아침부터 분주하게 프로그램 준비에 나섰다. 이 시뮬레이션 시간에는 모든 기자가 각자 맡은 프로그램을 실제로 경험하고 마지막으로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재규어 서킷 드라이빙과 푸조 택시, 메르세데스 벤츠 슬라럼과 아우디 드라이빙 등 프로그램을 조율하고 BMW 주니어 캠퍼스와 인모션모터스, 브리지스톤, 자이로드론의 준비를 도왔다. 담당자와 의견을 나눠 문제가 있으면 현장에서 바로 고쳤다. ‘꼬르륵!’ 갑자기 배가 고프다. 8시 30분,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김태영

07:30 B 코스 서킷 프로그램은 10시 30분에 카트 체험부터 시작된다. 아직 3시간이나 남았지만 B 코스를 찾았다. 리허설 때문이다. 처음으로 진행하는 독자 초청 행사라 예행연습을 꼭 해봐야 했다. 동선도 체크하고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지 대충이라도 그려봐야 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촬영도 함께 진행하란 지시가 떨어졌다. 독자들이 트랙 도는 걸 촬영하다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B 코스에서 진행되는 카트와 로터스 에보라, 만트럭의 주행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촬영을 마치니 피트로 복귀할 시간이 됐다. 리허설을 못해 큰일이다! 고정식

08:00 등록 데스크로 사용될 13번 피트 위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책상 두 개를 놓고, 참가 접수를 받을 서류를 정리하는데 책상 너머로 참가자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시계를 보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참가 등록은 9시 30분부터인데요.” “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미리 줄을 서 있어야 빨리 등록할 수 있잖아요.” ‘이 시간에 인제스피디움에 도착하려면 집에서 몇 시에 출발했을까?’ 부지런한 참가자들은 등록 데스크가 채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일찍부터 줄을 섰다. 서류를 준비하는 손이 바빠졌다. 서인수

1 911 타르가 4 GTS부터 박스터 GTS와 911 카레라 4 GTS 등 다섯 대의 포르쉐 GTS가 시승차로 나섰다. 2 BMW코리아 미래재단 주니어 캠퍼스의 커다란 버스가 패독에 들어섰다.

08:30 행사가 시작되기 전 B 코스의 리허설을 모두 마쳤다.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은 트랙을 만 트럭과 로터스 에보라, 카트로 미리 달려봤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트랙을 언제 이렇게 마음껏 달려볼 수 있을까? 비슷한 즐거움을 독자들이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이날 B 코스를 종일 달릴 택시 드라이버들도 코스가 익숙해질 때까지 충분한 연습을 했다. B 코스의 예열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두현

09:00 난 인제스피디움 컨트롤타워 2층에 있는 방송실로 투입됐다. 내가 방송실을 맡게 된 이유는 별거 없다. 멘트를 모두 내가 썼기 때문이다. 참 별걸 다 해본다. 방송실에 가니 수십 개의 모니터가 서킷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다. 패독은 이미 여러 명이 줄을 선 것이 보였다. 다들 부지런도 하다. 방송은 인제스피디움 직원이 해주기로 했다. 20대 초중반의 앳된 얼굴에 목소리가 낭랑하다. 방송 장비를 다루는 걸 보고 전문 아나운서인 줄 알았는데 구난요원이란다. 사고가 나면 그녀가 먼저 달려가 치료를 하는 거다. 처음 방송 멘트는 “신청 및 등록은 9시 30분부터 시작됩니다”였다. 원래 없던 멘트였는데 기다리는 참가자가 너무 많아서 현장에서 바로 썼다. 어째 오늘 하루는 계속 이렇게 멘트를 쓰게 될 것 같다. 이진우

09:30 접수가 시작되기 전부터 등록 데스크 앞엔 길게 줄이 늘어섰다. 잠시 후면 서킷을 씽씽 달릴 생각에 참가자들의 얼굴은 한껏 상기됐다. 물과 목걸이 명찰을 받아든 참가자들은 서둘러 원하는 브랜드의 피트로 달려갔다. 포르쉐 부스에는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긴 줄이 세워졌다. 포르쉐의 인기를 짐작할 만했다. 재규어 부스에도 어느새 줄이 길어졌다. 등록 데스크 너머로 보이는 벤츠 슬라럼 행사장에선 엔진 소리와 타이어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서인수

09:40 이날 자이로드론이 없었다면 내 발은 닳아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할 일은 1649제곱미터에 달하는 모든 피트와 셔틀 정류장, 슬라럼 코스 등을 순찰하며 진행에 이상이 없는지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일이었다. 이런 나에게 필요한 건 러닝화보다 바퀴였다. 전날 연습한 덕에 행사가 시작할 즈음엔 자연스럽게 탈 수 있었다. 드디어 현장 등록이 시작되자 등록 데스크에서 ‘ㄷ’ 모양으로 길게 늘어선 줄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줄 서 있는 독자들에게 난 무료함을 달래줄 신기한 볼거리였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신기함 반, 두려움 반의 눈초리로 발밑에서 돌아가는 두 바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인제스피디움에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햇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두현

11:10 B COURSE CIRCUIT 로터스 에보라 IPS가 B 코스 서킷에서 택시 드라이빙을 펼쳤다. 짜릿한 드리프트는 덤이었다.

10:00 난 멘트를 쓰고 안내를 맡은 멀티플레이어는 읽는 걸 반복했다. 한 시간 동안 방송 멘트를 열 번도 넘게 내보냈다. 그녀는 군말 않고 계속해서 읽어줬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음료수라도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커먼 현장 직원이 오더니 이제 멀티플레이어를 내놓으란다. 현장에서 그녀의 재능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렇게 멀티플레이어가 떠나고, <모터 트렌드> 에디터로 근무했던 김미한 기자가 방송실로 잡혀왔다. 우리 둘은 방송장비 사용법을 습득하고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이 일했던 후배와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방송하게 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이진우

10:00 패독 쪽은 이미 정신이 없었다. 일찍 온 독자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 그중엔 벌써 프로그램 신청을 마치고 B 코스로 넘어가겠단 사람들도 있었다. 셔틀 운행을 서둘러야 했다. ‘B코스로 가는 셔틀 운행 시작 바랍니다, 오버’라고 무전을 쳤다. 첫 번째 셔틀이 승차장에 들어왔다. B 코스에서 함께 진행할 스태프와 차에 올랐다. 출발하려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B 코스 가죠?” 독자였다. 미리 가서 연습을 해보려 했는데 같이 가게 생겼다. “가죠! 타세요!”  고정식

11:30 PADDOCK 아우디 모델이 패독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아우디는 서킷이 아닌 바깥 도로를 시승 코스로 잡았다.

10:10 등록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났지만 줄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다. 오히려 도착하는 사람들이 더해지면서 줄은 더 길어졌다. 뙤약볕에 오래 서 있던 사람들의 심기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와 같이 온 사람들은 더 신경이 쓰였다. 이러다 아이들이 칭얼대기라도 하면 불만이 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리고 감사하게도 큰 소리로 불만을 쏟아내지 않고 모두 차례를 기다렸다. 등록을 마치고 바쁜 걸음으로 프로그램을 신청하러 가는 이들의 얼굴에선 ‘아싸!’ 하는 표정이 보였다. 조두현

10:20 등록 데스크 앞에 벌써 많은 참가자가 줄을 섰다. 예정보다 조금 일찍 참가자 등록이 시작됐지만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10시 30분부터다. 하지만 10시부터 각 부스에서 오전 프로그램 신청을 받기 때문에 참가자 모두의 마음이 바쁘다. 그때까지 A 코스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피트레인에 다섯 대의 포르쉐와 석 대의 푸조, 석 대의 재규어가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을 뿐이다. ‘아침 8시부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더 많이 탈 수 있게 할걸 그랬나?’ 김태영

10:30 지프가 오프로드로 떠날 준비를 했다. 색깔도 제각각인 넉 대의 레니게이드가 지프 부스 앞에 도열했다. 참가자들의 표정엔 설렘이 가득했다. 레니게이드는 박규철 위원이 진행자로 나섰다. 박 위원을 알아본 참가자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참가자 중에는 오프로드를 처음 달려본 사람도 있었다. 지프를 처음 타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서킷을 벗어나 오프로드에 들어서자 연신 싱글벙글했다. 소풍 나온 어린아이들처럼 들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단풍이 막 내려앉기 시작한 오프로드 코스 주변은 경치가 끝내줬다. 새파란 가을하늘과 단풍, 울퉁불퉁한 산길은 레니게이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서인수

11:00 SLALOM COURSE 패독에 마련된 슬라럼 코스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소형 AMG 모델들이 타이어 비명을 울리며 달렸다.

10:35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짧은 시간 동안 진행 스태프, 카트 운영자와 입을 맞추고 동선을 통일했다. 우왕좌왕하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선은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설명을 제대로 못 듣고 잘못된 경로로 진출입하는 독자들도 있었고, 의도대로 움직여줬지만 계산처럼 진행되지 않는 상황도 일어났다. 순간 당황했다. 그런데 카트 운영자가 고맙게도 꼬인 실타래를 풀어 진출입 경로를 새로 구성했다. 그 후로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로터스와 만 트럭 택시도 같은 경로로 이동시키며 원활하게 끌어갈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고정식

가야미디어 김영철 회장도 행사에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0:50 등록 데스크에서 접수를 기다리는 참가자의 수가 좀처럼 줄지 않았다. 1시간 남짓 줄을 서 있던 참가자들이 얼굴을 찡그렸다. 접수창구를 두 개로 늘려 접수를 받기로 했다. 접수하는 데 시간을 뺏겨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선착순으로 프로그램 신청을 받는다는 규칙을 깰 순 없었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못한 참가자들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오후 신청을 노려보라며 이들을 달랬다. 프로그램 신청이 한꺼번에 몰릴 것을 예상해 오전 프로그램은 오전에, 오후 프로그램은 오후에 신청할 수 있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들이켤 겨를 없이 운전면허증을 복사하고, 서류에 사인을 받았다. 서인수

11:00 A 코스에서 포르쉐 GTS를 타고 참가자들이 신나게 달렸다. 박스터와 카레라 4, 타르가 4 등 세 종류의 GTS를 번갈아 타면서 서킷을 총 네 바퀴씩 달리는 프로그램은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도록 조율했다. 그래서 한 타임에 16명씩 총 48명밖에 체험하지 못했다(마음 같아선  모두 태워주고 싶었지만 시간도, 차도 모자랐다). 포르쉐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독자들은 모두 즐거워 보였다. 포르쉐에 익숙한 사람은 물론 처음 타는 사람 모두 하나같이 들뜬 모습이다. 차가 피트를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피트레인의 안전 문제를 담당하는 게 내가 할 일이었다. 차를 타고 즐거워하는 독자들과 달리 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바짝 긴장했다. 포르쉐의 첫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 재규어도 서킷으로 합류했다.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F 타입의 뒤를 따라 XE가 달렸다. 김태영

11:10 김미한은 생각보다 원고를 잘 읽었다. 처음엔 약간 떠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과 상황에 맞춰 멘트를 수정하고 보완하며 읽기 시작했다. 모니터로 보는 <모터 트렌드> 패밀리데이는 잘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직 등록 데스크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서킷 B 코스 여기저기서 레이싱 카트가 스핀을 일으켰다. 바퀴가 작아 그립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처음 타는 이들은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다들 재미있어 보인다. 이진우

11:20 등록 창구를 둘로 늘렸는데도 줄은 여전히 줄지 않았고 오전 프로그램 신청은 모두 끝나가고 있었다. 아직 줄 서 있는 사람들의 적지 않은 불만이 예상됐다. 등록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여기요!” “저기요!”를 외치며 나를 잡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느새 난 움직이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돼 있었다. 각 피트에서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프로그램이 원활히 진행됐다. B 코스에서 만 트럭과 로터스 택시, 카트 라이딩을 하려는 사람들은 셔틀 정류장으로 모였고, 15인승 밴 두 대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태워 날랐다. 만 트럭은 피트 앞에 신형 덤프트럭과 레이싱 모델을 동원해 사람들의 관심과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저 멀리 트랙에서는 포르쉐 GTS들이 연신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고, 패독에서는 메르세데스의 콤팩트 AMG 모델들이 역동적인 슬라럼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제압했다. 재규어 부스에서는 곧 트랙을 달리려는 사람들이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고, 푸조 시트로엥 부스는 전시차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런데 포르쉐 부스가 심상치 않았다. 조두현

11:30 7번 피트에서는 BMW 코리아 미래재단에서 준비한 주니어 캠퍼스가 한창이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자동차와 과학을 뒤섞어 재미와 교육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애초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에서 총 다섯 번에 걸쳐 50명의 어린이가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는데 이곳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종이 모형으로 자동차를 만들면서 자동차 곳곳에 숨어 있는 공학을 배웠다. 어린이들이 꽤 많이 있었지만 초등학생만 참가할 수 있다는 게 아쉬웠다. BMW 코리아 미래재단에서는 패밀리데이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해줬다. ‘실험실’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버스에는 자동차의 기본 원리를 알려주는 코너가 곳곳에 있었다. 김태영

11:50 B COURSE CIRCUIT 만 트럭이 택시로 변신해 서킷을 누볐다. 참가자들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며 모두 엄지를 치켜 올렸다.

12:00 포르쉐 부스에서 기어이 일이 터졌다. 오전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1시부터 있을 오후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섰는데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이 모두 채워진 거다. 그들은 분명 처음엔 1시까지 줄을 서 있겠다고 했지만 막상 인원이 채워지고 나니 마음이 바뀐 듯했다. “어차피 인원도 다 찼는데 굳이 1시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냐? 대기표를 받는 게 합리적인 것 아니냐?”며 포르쉐 담당자에게 항의했고, 그 가운데 두 명이 포르쉐 담당자와 등록 데스크로 왔다.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그렇게 하면 줄을 서 있다가 중간에 간 사람들이 또 항의를 하러 올 게 뻔했다. 무작정 줄을 세워 기다리게 하는 건 미안했지만 룰을 깰 수는 없었다. 서인수

12:30 오전 프로그램이 모두 끝났다. 다행히 사고도 없었고, 프로그램 시작도 밀리지 않았다. A 코스 쪽은 오전 내내 무전이 끊이질 않았는데 B 코스 쪽은 평안했다. 피트에서 이미 신청을 마친 독자들만 와서인지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이들은 만 트럭과 카트 앞에서 사진을 찍고 구경하며 즐거워했다. 보면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고 A 코스 쪽이 걱정되기도 했다. 배도 고팠다. B 코스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A 코스로 넘어갔다. 고정식

12:50 푸조 ‘P-익스프레스 택시’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A 코스에서의 오전 프로그램이 끝났다. 12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모든 프로그램이 멈추고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모두가 느긋하게 점심을 먹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시간을 짰지만 마음이 급한 일부 참가자들은 점심도 거른 채 각 브랜드 부스에서 줄부터 섰다.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고 싶어 도시락보다 뷔페를 선택했는데 현장에서 늘어선 줄을 보니 ‘차라리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으로 준비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시간에 잠깐 짬을 내 식당에 들러 한 접시를 후다닥 해치웠다. 김태영

13:00 프로그램 2차 등록은 오후 1시부터지만 포르쉐 부스에는 오전 프로그램 등록에 실패한 사람들이 바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점심식사까지 거르면서 자리를 지켰다. 뒤에 온 사람들은 포기자가 나오기를 희망하며 대기했다. 이들이 감염된 포르쉐 바이러스는 너무나 강력해 백신을 맞기 전까진 집에 돌아가지 않을 듯했다. 드디어 오후 1시가 됐고 포르쉐 프로그램은 바로 마감됐다. 다른 부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점심식사를 포기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12시부터 줄이 시작됐다. 오후 프로그램 접수가 끝나자 평화와 여유가 찾아왔다. 순풍에 돛단배가 항해하듯 모든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30분 후 메르세데스 벤츠의 AMG 슬라럼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들뜬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리다가 차례가 오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거칠게 차를 몰아붙였다. 한참을 구경하는데 유독 핸들링이 좋은 독자, 오성광 씨가 눈에 띄었다. 그의 기록은 18초 55. 결국 상위 세 명 안에 들어 AMG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을 상품으로 받았다. 즐거운 표정의 그를 만나 소감을 물었다. “A 45 AMG와 CLA 45 AMG 두 대를 경험했는데 핸들링과 파워는 물론이고 배기음에 너무 매료됐어요. A 45 AMG를 구입할까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그는 들뜬 표정으로 만 트럭 택시를 타러 자리를 떴다. 조두현

11:10 PIT LANE XE가 피트레인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재규어는 이날 XE 디젤과 휘발유 모델로 서킷을 휘저었다.

13:10 방송실은 생각보다 바빴다. 현장에서 진행하는 기자들이 요청한 내용이 무전으로 날아오면 이를 토대로 멘트를 작성하고 김미한이 읽었다. 포르쉐에 놓고 내린 전화기를 찾아주고,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나타나지 않는 참가자를 찾고, 셔틀버스 타는 위치를 수도 없이 방송했다. 나야 무전을 듣고 원고를 작성하면 그만인데, 김미한은 그걸 계속 읽어야 하니 힘들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말이 가장 많은 여자다. 마이크를 끈 상태에서도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정말 완벽한 대타였다.  이진우

13:30 푸조가 도로주행을 나갈 채비를 마쳤다. 푸조는 세 번의 택시 드라이빙 프로그램 말고 와인딩 로드를 즐길 수 있는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마련했다. 이름 하여 ‘필 더 스카이’.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인스트럭터로 변신해 선두 차에 올랐다. 그 뒤로 10여 명의 참가자들이 피카소와 그랜드 피카소, 3008, 308에 나눠 탔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푸조의 강점과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하는지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했다. 참가자 가운데 이전에 푸조 차를 타본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들은 모두 푸조와 시트로엥의 팬이 됐다. 피트로 들어오는 참가자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고정식

푸조 308은 이날 서킷에서 가장 큰 타이어 비명을 지르며 달렸다.

14:00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프로그램 신청 시간도 지나자 등록 데스크가 한산해졌다. 길을 묻거나, 물을 얻기 위해 들르는 사람 말고는 등록 데스크를 찾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정신없던 오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등록 데스크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사람부터 즐거운 표정으로 브랜드의 부스를 찾는 사람,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지나는 사람, 자이로드론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들에게 오늘 행사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마음속으로 바랐다. 서인수

14:10 이날 인모션 모터스는 세 번에 걸쳐 자동차 튜닝에 대한 강의를 했다. 네 바퀴에 걸리는 코너웨이트를 측정하는 게 왜 중요한지와 그에 따라 원하는 세팅으로 얼라이먼트를 보는 법을 설명했다. 몸보다 머리를 써야 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참가자가 많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피트에 들러 강의를 들었다. 단순히 강의만 들은 건 아니었다. 토요타 86 원메이크 레이스카의 실내에 앉아 사진도 찍고, 궁금했던 것도 물었다. 그들에겐 유익한 시간이었으리라. 김태영

14:30 재규어 XE를 타고 A 코스를 달리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았다. 오전과 오후 프로그램 모두 신청이 시작되기 무섭게 마감됐다. 재규어는 이날 XE 디젤과 휘발유 모델로 서킷을 달렸다. 애초 화끈한 성능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XE라는 스포츠 세단의 안정성과 날렵한 감각을 체험하고 서킷을 즐기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인제 서킷을 몇 번 달려보지 못한 저에겐 딱 맞는 프로그램이었어요. XE를 타고 달리는 페이스도 상당히 높아서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이날 XE 프로그램을 경험한 양지웅 씨의 말이다. 김태영

15:00 모니터로 보는 서킷은 아주 역동적이었다. A 코스에서는 포르쉐, 푸조, 재규어가 엄청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굉음을 쏟아냈고, B 코스에서는 만 트럭 두 대가 서킷을 꽉 채웠다. 특히 재미있는 건 카트. 스핀해 코스를 이탈하면 차를 돌려 나와야 하는데 카트는 후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려서 차를 빼내고 다시 타야 한다. 카트에서 내리지 않고 어떻게든 차를 빼낼 요량으로 몸을 앞뒤로 움직이는 이도 있고, 어쩔 줄 몰라 마냥 두리번거리는 참가자도 있었다. 방송실은 이렇게 훔쳐보는 맛이 좋았다. 이진우

15:30 아우디는 서킷을 벗어나 굽이치는 산길을 달렸다. 가장 작은 A1부터 세단인 A6, A7, 고성능 모델인 S3, S6, S7까지 일곱 대의 차가 동원됐다. 참가자들은 인제 서킷 주변 도로 코스를 따라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투어를 다녀왔다. 후문에 따르면 생각보다 빠른 페이스로 달렸고, 친절하고 똑똑한 인스트럭터가 선두에서 지휘한 덕분에 모두 즐거웠다고 한다. 같은 시간에 진행된 포르쉐 프로그램을 포기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는 의견을 내놓는 참가자도 있었다. 아우디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김태영

16:00 5시 30분에 있을 경품 추첨을 위해 참가 브랜드에서 받은 선물을 등록 데스크 앞에 전시했다. 지프에서 준 드론과 재규어에서 준 가죽 클러치, 벤츠가 마련한 5종 선물세트와 푸조의 소금 그라인더 등등. 푸짐한 선물이 등록 데스크 앞을 장식했다.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선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추첨하는 거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 접수할 때 받은 번호와 같은 번호가 써 있는 종이를 미리 러키드로 박스에 넣었다고 말하자 손목팔찌에 적힌 번호를 확인하고는 웃으며 지나갔다. 푸짐한 선물을 보니 내 마음도 넉넉해졌다. 서인수

13:30 OFFROAD COURSE 레니게이드는 지프의 모델답게 오프로드로 떠났다. 참가자들은 레니게이드의 짱짱한 오프로드 실력을 체감했다.

16:10 패독 컨트롤 타워 앞에서는 브리지스톤 타이어 코리아가 하루 종일 타이어 무상점검 서비스를 제공했다. 타이어의 상태를 체크하고, 상황에 따라 공기압 체크와 응급처치 서비스를 했다. 친절하고 꼼꼼하게 점검해준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많은 참가자들이 브리지스톤 부스로 몰려들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80여 대의 자동차가 이곳에서 타이어 무상점검 서비스를 받았다. 모두에게 푸짐한 선물은 덤이었다. 김태영

16:20 자이로드론을 10시간 동안 타니 발바닥과 종아리가 아렸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한 번에 너무 많이 쓴 탓이다. 브랜드 관계자들은 내가 타고 다니는 자이로드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난 부스를 돌아다니며 본의 아니게 이들을 대상으로 자이로드론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 모두 한 번씩은 경험해보고 싶은 눈치였다. 천부적인 균형 감각으로 단번에 잘 타는 사람도 있고, 곧잘 타다가 ‘콰당’ 넘어지며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각 부스는 서서히 막을 내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조두현

16:30 행사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 되자 김미한은 전문 아나운서가 돼 있었다. 나도 재미 삼아 충청도 사투리로 멘트를 했다. 이장님 콘셉트였는데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방송실에서 보는 행사는 아주 매끄럽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장에선 예기치 못했던 변수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나도 억울한 건 있다. <모터 트렌드> 10년 역사상 가장 큰 행사를 모니터로만 봤으니까. 나도 만 트럭과 포르쉐로 서킷을 달리고, 레니게이드로 오프로드를 넘고 싶었다. 그런데 모두들 내가 가장 편한 곳에 있었다며 시기와 질투를 보냈다. “그럼 니들이 방송 멘트를 쓰지 그랬냐. 앙?” 이진우

1 XE가 빠른 속도로 서킷을 달리고 있다.

16:40 다시 B 코스로 넘어왔다. 오후에도 B 코스에서 원활한 진행을 이어가라는 특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크게 한 일은 없었다. 동선이 한 번 잡히니 독자들이 알아서 잘 해줬다. 그 덕에 진행이 빨라졌다. 그래서 로터스 택시는 원래 계획보다 1~2바퀴씩 더 돌았고 만 트럭도 예정보다 20분이나 빨리 끝났다. 4시가 넘어가니 조금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행사가 이제 마무리 돼가는 듯했다. 얼추 마무리하고 A 코스로 넘어가는데 자꾸만 B 코스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고정식

16:50 “한국에서 푸조가 그동안 저평가 받았던 거네!” 푸조 P-익스프레스 택시를 경험한 한 참가자의 말이다(그는 나중에 블로그에도 같은 내용을 올렸다). 푸조는 석 대의 308로 택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전문 드라이버가 서킷을 씽씽 달리며 308의 숨은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였다. 드라이버들은 푸조의 장점인 민첩한 핸들링을 제대로 발휘했다. A 코스의 메인인 직선 구간에서도 푸조는 차를 좌우로 흔들며 슬라럼하듯 서킷을 달렸다. 그 어느 차보다 타이어 비명이 크게 울렸다.  김태영

1 아우디는 서킷을 벗어나 서킷 주변의 굽이치는 산길을 달렸다.

17:30 내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편집장의 지시로 러키드로를 진행하게 됐다. 난 내성적인 사람이지만 이왕 하게 된 거 재미있게 해볼 요량이었다. 참가자들에게 내가 모든 선물의 전권을 쥐고 있다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야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모터 트렌드> 정기구독권과 인제스피디움 호텔/콘도 숙박권을 남발했다. 역시 효과가 좋았다. 열심히 호응하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자 일순간 종교 부흥회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난 그들에게 선물 축복을 내렸다. 여러 형제, 자매님에게 80여 개 선물을 나눠주는 건 나에게도 즐거운 일이었다. 먼저 자리를 뜬 참가자가 많아 러키드로는 꽤 오래 진행됐다. 그래도 모두들 ‘당첨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런 게 ‘희망 고문’인가 보다. 자리를 끝까지 지켜준 참가자 모두에게 선물을 주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모두 즐거워 보여 다행이었다. 이진우

18:20 러키드로가 끝나고 행사도 끝났다. 인제스피디움에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피트와 서킷 주변, 주차장도 한산해졌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니, 뿌듯해졌다고 할까? 뿌듯해진 마음만큼 어깨며 등도 욱신거렸다. 다행인 건 내일부터 3일 동안 연휴라는 거다. 정말 늘어지게 잘 테다! 서인수

18:30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행사를 마쳤다. 한 독자가 집에 가는 길에 등록 데스크로 와 재미있었고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 한마디가 너무 고마워 “감사합니다”를 열 번쯤 외쳤다. 난 두 사실만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이런 대규모 행사를 기획하고 직접 진행한 동료들이 존경스럽다. 이들과 함께라면 어떤 기획도 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한 번 더 생겼다. 우리의 패밀리데이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조두현

15:00 B COURSE CIRCUIT 인제스피디움의 B 코스는 이날 카트와 로터스, 만 트럭의 시승 코스로 변신했다. 코스는 짧았지만 짜릿함은 A 코스 못지않았다.

19:00 모든 행사가 끝났다. 두 달여 동안 쉴 새 없이 준비했던 <모터 트렌드> 패밀리데이도 막을 내렸다. 우리는 아직 여운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참가자들과 브랜드 관계자들은 바삐 짐을 싸 행사장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에겐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다. 피트와 부스를 정리하고 마지막까지 조율할 일들이 있었다. 오후 8시 30분, 서킷이 어둠에 파묻혔을 때가 돼서야 우린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행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연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우리가 원하는 만큼 이뤄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시작해 우리 손으로 끝냈다는 거다. 그렇게 인제스피디움을 뒤로한 채 서울로 향했다. 김태영

21:00 이제 정말 모든 게 끝났다. 정리도 다 됐다. 브랜드도 모두 떠났고 <모터 트렌드> 식구들은 고기를 먹으러 출발했다. 나만 덩그러니 패독에 있었다. 남겨진 건 아니다. 스스로 남았다. 빨리 출발해 팀원들과 합류해야 했지만 모두 떠난 인제에 잠시라도 더 있고 싶었다. 시원하고 섭섭했는데 섭섭한 마음이 컸나 보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쌓였다. 고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