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츄러스
서울 지하철 건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잠시 걷다 보면 파란색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건물이 보인다. 도심 속에 웬 컨테이너냐고 할 수 있지만 이곳은 요즘 핫 쇼핑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커먼그라운드’다. 더 독특한 것은 중앙광장 내에 사각형 모양으로 둘러 있는 4대의 푸드트럭들이다. 실제 트럭이긴 하지만 수입할 때 엔진을 떼고 들여와 움직이진 못한다. 단순히 푸드트럭 콘셉트만 살린 것이다. 김치의 세계화에 앞장선 김치버스와 수제 버거를 파는 버스 등 4대 4색의 버스들이 광장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이 4대의 트럭 중에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쉐보레 P30 트럭에 입점해 있는 ‘오뉴월 츄러스’다.

일반적으로 추로스는 길게 내어준다. 그런데 이곳은 먹기 편한 크기로 잘라서 봉투에 담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손에 토핑 소스가 묻을까 꼬치용 막대도 콕 찍어서 준다. 추로스의 기원을 두고 중국이다 스페인이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곳은 정통 스페인 스타일을 따랐다. 두껍고 짧게 만드는 ‘포라(Porra)’ 방식이다. 그 위에 애플 크림치즈나 초콜릿 등의 토핑을 얹어 낸다. 이곳에서 추로스만 전문으로 만들고 있는 이동훈 매니저는 추로스의 생명은 반죽이라며 모든 반죽을 직접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곳의 시작은 트럭이 아닌 고속도로 휴게소였다. 한국도로공사가 주최한 휴게소 음식 창업공모전에 선정돼 2명의 청년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것이 트럭 안까지 들어오게 됐다.

추로스 맛은 어떨까? 초코 크런치 추로스를 먹어봤다. 일단 냄새부터 달았다. 쫀득쫀득 바삭바삭한 식감이 달콤한 초콜릿과 어우러져 기분을 ‘업’시켜주었다.

사실 내 눈길을 먼저 사로잡은 것은 추로스가 아닌 ‘스텝 밴’으로 유명한 쉐보레 P30 시리즈였다. 미국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중국 음식 등을 파는 푸드트럭 혹은 배달용 차로 많이 쓰이는 차다. 짐칸은 마치 창고처럼 높고 넓어 사람이 일어서서 뭔가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스텝 밴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스페인 스타일의 오리지널 추로스와 함께 미국 스타일의 오리지널 푸드트럭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주소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200 커먼그라운드 내 광장

#떡모푸드트럭
‘떡볶이의 모든 것’이라는 유명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이 커뮤니티는 지난 2013년에 방영한 MBC 드라마 <구가의 서> 촬영장에 떡볶이를 배달하면서 ‘떡모푸드트럭’이란 이름으로 본격적인 떡볶이 케이터링 서비스에 나섰다.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 야식 배달이다. 처음엔 기아의 작은 타우너 트럭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포드 F250 픽업트럭을 개조해 사용한다. 촬영장은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므로 대량의 음식이 한꺼번에 제공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700번 넘게 출장을 다니며 촬영장의 허기를 달래주었다.

떡볶이 맛은 어떨까? 떡볶이에 정답은 없다. 내 인생 최고의 떡볶이는 초등학교 앞 노점에서 100원 주고 사 먹었던 가늘고 긴 밀떡볶이다. 그런데 이 트럭에서 그 비슷한 추억을 맛보았다.

떡모푸드트럭의 김관훈 대표는 자타공인 떡볶이 마니아다. 떡볶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7년 동안 다니던 정유회사를 그만두고 떡볶이 전도사로 나섰다. 지금까지 먹어본 전국의 유명한 떡볶이집만 5000곳이 넘는다. 그가 말하길 푸드트럭에서 중요한 것은 ‘트럭’이 아니라 ‘푸드’다. 그는 영업을 위해 눈길을 확 사로잡는 트럭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위생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렇게 멋지고 카리스마 넘치는 트럭을 앞에 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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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버거
건실한 청년 둘이 프랜차이즈 빵집의 천편일률적인 냉장 샌드위치 맛에 반기를 들었다. 28세 동갑내기 동네 친구인 김승범, 김명우 씨는 싸고 맛있으면서 따뜻한 햄버거를 만들어 팔자고 의기투합했다. 여성과 아이를 배려해 콘셉트를 ‘미니 버거’로 정했다. 그렇게 ‘한입버거’가 탄생했다. 콘셉트에 맞게 트럭도 작게 만들었다. 한국GM의 라보를 폭스바겐 타입2처럼 새롭게 디자인해 전문 튜닝업체에 맡겼다. 엠블럼과 캐릭터도 직접 고안했다. 5개월 넘게 전국을 누비며 햄버거를 만들었다. 반응은 예상보다 좋았다. 비슷한 디자인의 푸드트럭 친구들도 생겨 ‘바겐버스팀’이라는 팀도 꾸려졌다.‘한입버거’는 요즘 주말이면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에 터를 잡는다.

햄 버거 맛은 어떨까? 일단 패티가 예술이다. 두툼한 소고기 패티가 입안에서 육즙을 뿜어내는 순간, 이 작은 버거가 하나 더 남았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면서 3000원을 낸 것에 미안해진다. 이 정도면 1000원 더 받아도 되겠다. 지금도 침이 고인다.

정부가 푸드트럭 제작에 관한 규제는 풀었지만 여전히 노점 영업 관련 규제가 심해 정작 트럭을 만들어놓고도 영업할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승범 씨는 푸드트럭이 단속과 주변 상가 눈치를 보며 합법적인 영업 공간을 찾아 떠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내 “우리 트럭은 연비가 좋아서 부담이 없다”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였다. 이런 생각과 미소를 가진 사람이 만드는 음식이라면 그 어떤 음식이라도 믿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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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더문
향긋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트레일러 카페다. 트레일러의 깔끔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잘생긴 두 카페지기 청년과 잘 어울린다. 이형우, 이청호 두 사람은 27세 동갑내기로 취업 대신 그들만의 길을 선택했다. 이청호 씨는 1년 동안 모 패션 회사에서 인턴 직원으로 일하면서 진정한 자신만의 일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오버 더 문’ 트레일러 카페다. 영어로 ‘오버 더 문(Over the moon)’은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란 뜻이다. 트레일러 카페를 지나는 사람에게 이러한 기분 전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편으로는 본인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달에 비유하며 성공을 기원한다. ‘오버 더 문’은 10월 초부터 시작해 이제 막 걸음마 중이지만 머잖아 뛰어다닐 기세다. 얼마 전 첫 개시를 한 숭실대 가을 축제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사흘 동안 무려 1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그것도 2000원대의 드립 커피와 토스트로만.

커피 맛은 어떨까? 내가 마셔본 2000원대의 커피 중 최고다. 원두는 전문가가 로스팅해 향이 풍부하게 살아 있다. 종이 필터에 기름기가 흡수돼 느끼함도 덜하고 산뜻하다.

트레일러의 내·외관은 손수 디자인해 전문 제작업체에 맡겼다. 두 사람 모두 키가 커 쉽게 드나들고 머무를 수 있도록 차고가 높아야 했다. 실내 안쪽은 모두 수납공간으로 채워 깔끔하게 정리했다. 트레일러 제작비만 700만원이 들었다. 마침 이청호 씨가 군 복무 시절 운전병 출신으로 트레일러를 몰아본 경험이 있고, 이형우 씨는 발레 파킹 아르바이트를 오래 해 트레일러를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들의 꿈은 카페를 포함한 복합적인 독립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다. 이 앙증맞은 트레일러는 두 사람에겐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갈 때 타고 갔던 아폴로 11호처럼 거대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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