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1세대 TT는 말 그대로 아이콘이었다. 아우디의 아이콘이었고 소형 스포츠카의 아이콘이었으며 디자인의 아이콘이었다. 지금은 현대차그룹에 둥지를 튼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대표작도 아직 TT다. TT 하면 떠오르는 그림도 여전히 1세대다.
그렇다고 2세대 TT가 별로였단 건 아니다. 2세대 TT를 디자인한 이는 현재 폭스바겐 그룹의 디자인 총괄인 발터 드 실바다. 그는 TT 특유의 개성은 남긴 채 에지를 살려 역동성을 강조했다. 워낙 상징성이 강해 새로 만지기 부담스러웠지만 결국 멋지게 빚어냈다. 반면 주행감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충분하다는 의견과 아쉽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충분하다는 입장은 TT를 디자인 아이콘으로 본 쪽이었고 아쉽다는 의견은 TT를 본격 스포츠카로 대한 사람들이었다. 사실 아우디는 차체에 알루미늄을 더한 하이브리드 구조까지 써가며 TT가 스포츠카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바랐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웠다. 판매량마저 1세대에 미치지 못했다.

3세대 TT는 작년 3월 열린 2014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신형 TT는 어떤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꽤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TT 디자인의 한 축을 이뤘던 곡선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길고 시원하게 뻗은 선들을 주로 사용했다. 면과 면이 만나고 선과 선이 교차하는 부분도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았다. 그러면서 인상이 사납고 예리해졌다. 첨단 기술도 추가됐다. 대표적인 게 ‘버추얼 콕핏(Virtual Cockpit)’이다. 계기반에 12.3인치짜리 디스플레이를 넣어 다양한 구성을 통해 차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볼 수 있게 했다.

신형 TT는 11월이면 국내에도 공식 출시된다. 45 TFSI는 220마력, 35.7kg·m를, S는 292마력, 38.8kg·m를 내뿜는다. 종전에 비해 각각 4퍼센트와 10퍼센트 강력해졌다. 플랫폼은 MQB다. 각종 경량화 소재를 사용해 무게도 약 50킬로그램 줄였다. 보다 가벼워진 몸에 더욱 강력한 심장을 품은 TT가 기대된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하필 모기업인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이 터진 직후다. 꽤 오래 전부터 출시를 준비해왔을 아우디코리아 입장에서는 더 이상 시기를 늦추기 어려웠을 거다. 그런데 국내에서나 ‘디젤 스캔들’이라고 하지 해외에서는 ‘디젤 사기극(Cheating)’이라고 부르는 악재다. 단순한 실수나 착오에 의해 벌어진 일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했기 때문이다. 꼭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184마력 2.0리터 디젤엔진이 들어간 모델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 TT는 과연 선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