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는 클럽맨을 출시하면서 CI 디자인을 바꿨다. 아주 간결하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오리지널 로고와 매우 흡사하다. 미니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함에 있어 오리지널리티는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지난 9월 30일 스웨덴 스톡홀름. 새로운 미니 클럽맨을 시승하며 시작과 끝이 어딘지 모를 질문에 빠져들었다. ‘미니는 왜 이 차를 만들었을까?’ 그저 만들기만 한 게 아니다. 미니는 신형 클럽맨을 위해 브랜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것처럼 보였다.

미니는 클럽맨을 출시하면서 그들의 브랜드 CI(Corporate Identity)를 바꿨다. 도대체 이 차가 뭐라고 로고까지 바꿔야 했을까?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금속 질감의 입체감 있는 디자인을 검은색 볼펜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게 아주 단순화했다. 이 디자인은 미니 오리지널 CI와 비슷하다. 남들은 더 화려하고 멋진 로고로 바꾸는 판에 미니는 시대와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니는 “오리지널리티를 중시한 변화”라 설명했다. 미니가 클럽맨을 출시하면서 그들의 CI까지 바꿔가며 오리지널로의 회기를 부르짖는 이유는 클럽맨이 브랜드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모델이기 때문이다.

신형 클럽맨의 베이스는 BMW 최초의 앞바퀴굴림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다. 섀시와 엔진, 변속기를 모두 가져다 쓴다. 그래서 클럽맨은 BMW 섀시를 가져다 쓴 최초의 미니가 됐고 미니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를 단 모델이 됐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뭔가 미니답지 않은 분위기가 감돈다. 그런데 아직 남았다.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의 휠베이스는 2670밀리미터. 당연히 클럽맨도 같다. 그동안 미니에서 가장 덩치 컸던 컨트리맨(2595밀리미터)보다 길다. 이렇게 신형 클럽맨은 미니 역사상 가장 큰 모델이 됐다. 출시와 동시에 미니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모델이 된 것이다.

이렇게 미니답지 않은 차를 내놓은 미니는 이면에서 ‘오리지널로의 회기’를 부르짖으며 CI를 바꿨다. 미니가 이렇게 이중적인 액션을 취한 것은 급작스러운 변화에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다.
15년 전, BMW에 의해 새롭게 단장된 미니가 브랜드 역량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미니 브랜드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BMW는 오리지널 모델에 대한 오마주를 간직하고, 알렉 이시고니스의 철학을 존중한다는 이미지를 지켜왔다. 우리는 그런 미니를 사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미니답지 않은 차가 나왔다. 그러니 미니는 클럽맨을 출시하면서 오리지널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것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클럽맨은 구성, 디자인, 승차감 등 모든 면에서 이전 미니들과는 많이 다르다. 온전히 새로운 미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발랄하면서 톡톡 튀는 미니 특유의 감성은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문제는 클럽맨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스톡홀름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미니는 “2020년까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다섯 개의 모델을 출시해 미니 브랜드를 강화할 것”이라 했다. 즉 그들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다섯 개의 모델이 나온다는 것인데, 그 시발점이 BMW 베이스의 클럽맨이다. 그러니 앞으로 나올 모델들(클럽밴, 로켓맨, 슈퍼레제라 등이 물망에 오른다)은 더욱 미니스럽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모델이 5년 동안 한 해 한 개씩 나온다니, 여태껏 오리지널리티를 지켜오던 이미지가 일순간에 무너질지 모른다. 브랜드 정체성이 흔들리고 그동안 어렵게 구축한 미니만의 독특한 문화와 이미지가 희석될지 모른다. 어쩌면 미니를 사랑했던 이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니는 변화하려 한다.

이미 시장은 고객들의 니즈가 다각화, 다변화했다. 그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모델이 필요하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이미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으로 전향했다. BMW만 봐도 1에서 7까지 숫자 퍼즐을 완성했다. 더불어 X2, X7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야 대량생산 메이커와 차별화를 꾀하며 브랜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미니도 소형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필요한 때가 됐다. 하지만 미니 특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해쳐서는 안 된다. 미니를 인수한 2000년 이후부터 줄곧 미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BMW로서는 참 어려운 문제다. 그들이 어렵사리 구축한 이미지가 자기 발목 잡는 결과를 초래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니가 내린 처방은 집요하고 세심했다. 클럽맨의 여섯 개나 되는 도어는 오리지널리티의 계승을 위한 집요함이다. 1969년 최초의 클럽맨이 코치도어 형태를 사용한 것은 당시에는 유압식 게이트를 만들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SUV처럼 테일게이트를 위로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유압 시스템이 필요한데 당시에는 이게 상당히 비쌌고 차체 구조 변화도 필요했다. 그래서 경첩만 있으면 되는 간단한 코치도어 형태가 많았다. 그런데 세월이 달라졌다. 코치도어 형태의 테일게이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압기 성능이 좋아져 아무리 무거운 도어도 쉽게 올릴 수 있게 됐고, 한 번에 열어 올릴 수 있어 효율적이다. 그런데 코치도어는 오른손으로 열고 왼손으로 열어야 한다. 닫을 때도 마찬가지다. 미니는 이런 불편을 무릅쓰고서 오리지널 클럽맨의 맛과 멋을 추구하기 위해 코치도어를 고수했다. 물론 아무런 방편 없이 이런 코치도어를 움켜쥐고 있는 건 아니다. 리모컨을 누르거나 트렁크 밑으로 발길질을 하면 유압기와 전동모터가 도어를 열어준다. 미니는 이렇게 전통을 계승하면서 발전시켰다.

클럽맨은 형태와 구성, 승차감, 파워트레인이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가 수긍하고 소비할 수 있는 차다. 젊은이가 타면 당연히 잘 어울리고 미니 로망을 지닌 중년 가장도 불편하지 않다.

미니는 독특한 차다. 특히 클럽맨은 미니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다. 도어가 6개여서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계층에게 어울리는 미니라는 독특함도 있다. 또 미니는 클럽맨 4WD도 준비하고 있다. 아웃도어에서도 어울리는 차가 될 것이다.

승차감에서도 미니스러움을 잃지 않기 위한 가상한 노력이 보인다. 미니 클럽맨은 다른 미니들과는 사뭇 다른 승차감이다. 요즘 미니 승차감이 예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클럽맨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고급차에서 느낄 수 있는 묵직한 승차감이 클럽맨에 묻어있다. 미니 로고를 단 차에서 이런 느낌이 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런 주행질감은 단지 서스펜션 조율만으로는 어렵다. 섀시에서도 노면 충격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차체를 떠받쳐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미니 특유의 통통거림도 있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함께 BMW에 들어가는 다이내믹 댐핑 컨트롤 시스템이 노면 상태와 속도 등에 따라 서스펜션 감쇄력을 조절한 덕분이다. 콘퍼런스에서도 “미니 특유의 승차감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더불어 미니 특유의 고카트 필링과 무게중심을 위해 시트를 낮췄다”고 말했다. 미니 클럽맨은 동급에서 차체 길이가 가장 짧고 시트 포지션이 가장 낮다. 그게 ‘미니다움’이라고 한다.

클럽맨은 저속에서 기분 좋은 낭창거림이 있어 롤을 즐기면서 타는 재미가 있다. 속도를 올리거나 횡중력이 가해지는 상태에서는 하체의 단단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여느 미니에 비해 휠베이스가 길지만 차체가 길게 느껴지지 않고 코너에서도 주행라인이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물론 미니 해치백에 비해 가볍고 산뜻하게 움직이는 느낌은 덜하지만, 미니 특유의 짱짱한 달리기 실력은 여전하다. 여기에 속도감응형 전동 스티어링(서보트로닉)도 편하면서 자연스러운 핸들링을 만든다.

미니 최초의 8단 자동변속기도 이질감이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BMW에서 사용해온 조합이니까. 다른 6단 자동보다 파워풀한 느낌이 약간 덜하지만 변속충격이 전혀 없고 아주 유연하게 엔진을 조율한다. 6단 자동보다 평균 rpm이 낮아 효율적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똑똑한 변속기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변속 타이밍을 조율한다. 주행 방향과 고저차를 계산해 최대한 유연하면서 효율적인 주행을 유도하는 것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미니는 왜 클럽맨을 만들었을까?’ 클럽맨은 미니 브랜드 소비층 확산이라는 아주 중요한 임무가 있다. 그래서 클럽맨은 그룹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한 모델이다. 이를 위해 BMW의 비싼 하드웨어를 가져와 미니 DNA와 융합시켰다. 클럽맨은 형태와 구성, 승차감, 파워트레인이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가 수긍하고 소비할 수 있는 차다. 젊은이가 타면 당연히 잘 어울리고 미니 로망을 지닌 중년 가장도 불편하지 않다. 미니가 브랜드 정체성을 약간 벗으니 이렇게 여러 미니 모델 중에서 가장 보편타당한 모델이 나왔다. 그리고 미니는 이전 미니들과는 많이 다른 모델에게 플래그십 완장을 달아줬다. 플래그십이란 브랜드 최상위 모델로서 브랜드의 가치를 대변한다는 뜻이다. 즉 미니는 앞으로 브랜드 정체성에 안주하지 않고 클럽맨처럼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거듭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신형 클럽맨은 가장 보편타당한 미니 최상위 모델이다. 이런 클럽맨을 보고 “미니가 변했다”고 성토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인가? 그건 아주 편협하고 지엽적인 생각이다. 미니가 변한 건 시장이 변했기 때문이고 그 시장이 바로 우리다. 즉 미니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했고, 그 결과가 신형 클럽맨이다.

1959년, 태초의 미니가 나온 배경에는 알렉 이시고니스 경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가장 보편적이고 타당한 차를 구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의 클럽맨은 이시고니스 경의 철학에 가장 부합한 모델이 아닐까? 크기와 형태가 달라진 것도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한 거다. 1959년형 모리스 미니처럼.

코치도어 방식의 두 개의 테일게이트는 굳이 손을 쓰지 않더라도 리모컨을 누르거나 범퍼 밑으로 발길질을 하면 자동으로 열린다. 다만 두 번 차야 한다. 고양이 등이 지나가면서 생기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다.

MINI COOPER S CLUBMAN  기본 가격 TBA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6도어 왜건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 192마력, 28.5kg·m 변속기 8단 자동 무게 1360kg 휠베이스 2670mm 길이×너비×높이 4253×1800×1441mm 복합연비 - CO₂ 배출량 - 국내 출시 시기 201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