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120d M Sport  가격 467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2.0ℓ 터보 디젤, 184마력, 38.8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365kg 휠베이스 2690mm 길이×너비×높이 4324×1765×1421mm 연비(통합) 18.5km/ℓ CO₂ 배출량 103g/km 구입 시기 2015년 2월 총 주행거리 5만1981km 평균연비 13.1km/ℓ 월 주행거리 15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40만원(유류비)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과 이별을 했다. 왜 그랬는지 당시 상황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던 소중함을 헤어지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나를 달래줄 무언가를 찾다 보니 내 곁에 남은 건 자동차뿐이다. 그동안 튜닝을 반대했던 그녀가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서였을까.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투자해 차를 꾸몄다. 휠, 타이어, 리어 스포일러, 디퓨저, 머플러, 각종 카본 파츠 등 소소한 변화지만 개성 넘치는 나만의 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튜닝하는 순간만 즐거웠을 뿐 그 뒤에 찾아오는 허무함이란 언제나 참 씁쓸했다.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했다. 때마침 휴가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매일 지겹게 보는 서해가 아닌 동해로 떠나자! 사실 장거리 주행은 처음이 아니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옷가지와 카메라를 챙겨 들고 집 밖으로 나섰다.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가득 채웠다. 목적지는 한계령 휴게소로 정했다. 곧바로 고속도로를 올라탔다. 집에서 한계령 휴게소까지 편도 216킬로미터. 누군가는 열심히 일하고 있을 시간에 유유히 풍경을 느끼며 또 음악을 들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BMW는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옵션에 인색하다. 장거리 운전에 필수라 할 수 있는 요추지지대가 가장 낮은 트림에는 빠져 있다. 장거리 운전을 대비해 미리 스펀지를 D.I.Y로 심어놓았다. 확실히 장시간 운전이 편했다.

고속화도로를 달리고 달려 강원도 인제를 빠져나와 국도에 들어서자 굽이진 산길이 연속됐다. 이번 여행의 또 다른 목적은 강원도 산길을 신나게 달리는 것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강원도 대관령, 미시령, 한계령을 달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나이가 들어 혼자 오게 될 줄이야. 그렇게 산길을 달려 어느새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높지 않은 해발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는 높은 산골짜기가 여기가 아니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곳은 한계령이 아닌 대관령임을 인지했다. 대관령으로 이동하려고 마음먹었지만 태풍으로 많은 비가 내려 목적지를 다시 설정했다. 빗길을 달리는 동안 새로 장착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3 타이어가 제 몫을 한다. 배수 능력이 좋아서 달리는 동안 불안하지 않았다. 

그렇게 휴가 첫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기로 했다. 블로그를 검색해서 인기가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골랐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한계령에서 주문진까지 가는 거리는 약 40킬로미터였다. 집에서 주문진까지의 연비는 리터당 15킬로미터를 기록했다. 이래저래 400킬로미터를 넘게 달렸는데 주행가능 거리는 아직도 300킬로미터다. 디젤 엔진의 우수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해 짐을 풀고 게스트하우스에 온 여행객들을 처음으로 만나면서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바로 좌절했다. “아, 휴가를 온 것인가, 예비군 훈련을 온 것인가?” 온통 시커먼 남자들 속에서 그렇게 혼자만의 휴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