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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方流行_Stars&People

DIAMOND IN THE ROUGH

모델 세계에서 매긴 순위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남자, 가장 많은 쇼에 오른 동양인 모델. 박성진의 황홀한 얼굴 앞에선 어떤 수식도 무력해진다. <동방유행>의 첫 호, 첫 신을 서울과 아름다운 남자로 연다.

2015.10.15

 

컬러 패턴 니트는 Alexander Wang by Mue, 블랙 팬츠는 Juun.J,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동방유행>은 아직 누구도 몰라요. 이름을 듣고 처음 떠오른 생각이 뭔가요?

이름만 듣고 선입견을 갖거나 뭔가를 판단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Q 이 잡지의 이름이 준 느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물었어요. 

A 엄청 과감한 매거진? 한자어가 주는 느낌이 저한텐 강렬했어요. 

Q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에요. 특히 서울. 이 도시의 숨은 멋을 찾아내는 잡지. 오늘 촬영한 충무로 진양상가도 그런 공간 중 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어땠어요? 

A 저는 장소의 에너지에 영향을 받아요. 햇빛이 쨍쨍한데도 거긴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워서… 신나진 않았어요, 신기하긴 했지만. 낡아서 멋이 나는 공간보다는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이 좋아요.

Q 지금 서울에 살죠?

A 이촌동이요.

Q 그 동네 기운은 어때요?

좋아요. 집이 있으니까. 쾌적하거든요.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블랙 앤 화이트 니트는 Sandro, 블랙 코팅 진은 PLAC, 스웨이드 재킷은 Canali 제품 

 

Q 서울에서 즐겨 가는 곳은 없어요?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라든지, 동네라든지. 

좋아하는 걸 집에 들여서 집에서 놀아요. 혼자 놀기도 하고, 여자 친구랑 놀기도 하고. 어떤 곳이 ‘좋다’고 느끼고 거길 자주 가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송이나 SNS에 귀신같이 소개가 되고, 곧 인파로 붐벼요. 그럼 거길 좋아했던 이유들이 사라져요. 그게 서울이라는 도시, 아니 우리나라의 패턴인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싫어요. 그래서 그냥 집에서 놀아요. 

Q 모델이 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왔고, 서울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 뉴욕으로 갔다고 했어요.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거의 모든 면에서. 외롭고, 낯설고. 친구가 있어도 위안이 되거나 직접적인 해결을 해줄 순 없잖아요. 그리고 저는 엄청 개인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남한테 의지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Q 그럼 왜 굳이 상경해서 모델이 됐어요?

이 일을 하기 전엔 단 한 번도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아예 관심이 없었죠. 사촌 형이 패션업계 쪽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에이전시 관계자를 소개해줬어요. 그게 첫 계기예요. 어떤 브랜드의 룩북을 촬영했는데 돈을 많이 주더라고요. 돈 때문에 시작했어요. 

Q 지금도 그래요?

A 아니죠. 해보니 매력을 느꼈고, 지금은 애착이 생겼어요 

 

 

 

그레이 오버핏 코트는 Juun.J, 블랙 팬츠는 DKNY, 하이톱 스니커즈는 Pierre Hardy 제품 

 

 

"모델이 왜… 무언가를 준비하기 이전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말인지 아세요? 그러니까, 모델이 왜 어떤 ‘다음’을 위한 전 단계인 거죠?"

 

 

 

스퀘어 패턴 슈트는 Christopher Kane by Mue, 검은색 뿔테 안경은 Irresistor 제품 

 

 

"저는 배우라는 직업도, 배우가 된 사람도 존경하고 존중해요. 그런데 저는 못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아니에요. 연기 하는 일에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저는 사람들이 저를 모델로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스퀘어 패턴 니트와 캐멀 코트는 COS 제품 

 

 

Q 뉴욕은 어땠어요? 동양인 최초, 세계 톱모델 랭킹 27위 같은 수식어를 달기까지 거기에서도 고군분투가 있었을 것 같은데. 

A 고군분투 같은 건 없었어요. 뉴욕에선 모든 게 좋았어요.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고, 도와주려고 하고, 남이 잘되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슬픈 일이 있으면, 저는 잘 안 울거든요. 근데 저 대신 울어주고, 슬퍼해주고. 

Q 서울엔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A 모르겠어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주위에 이상한 사람이 많았어요. 한국에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는 것만 하다가 뉴욕에 갔는데 진짜 자유로웠어요. 마음의 평화를 찾으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되더라고요. 그때가 저의 진짜 시작인 것 같아요. 내가 누구인지 알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될 거라는 그런 게 다 보였어요. 섬광처럼. 미국 가기 전엔 실수도 많이 하고 나쁜 짓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확실히 더 나은 사람이 돼서 돌아왔어요. 이 얘긴 어느 누구 앞에서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요. 

Q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은 박성진의 어떤 점을 좋아했나요? 

동양인은 대부분 어디 가서 튀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자기들끼리만 뭉치고. 스스로 그 도시의 커뮤니티에서 왕따를 자처하는 경향이 좀 있어요. 여행자들도 기껏 새로운 도시에 가서 혼자 놀고, 거기 사람들과 화합하지 않잖아요. 저는 그런 인식과는 좀 반대의 모습이었어요. 딱히 위축되지 않았고, 제 의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그들과 소통하려 했어요. 그런 점을 좋아하더라고요. 외양은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Q 아름다운 외모는 축복이지만 이면엔 애로도 있겠죠? 스포트라이트가 셀수록 두려운 게 많을 거라고 누군가 그랬어요. 

A 전 그런 거 없어요. 외모를 어떤 고민의 소재, 방향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평소엔 거울도 잘 안 봐요. 저는 그냥 얼굴이 멋진 모델이 아니라 저라는 사람 자체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저에게 매력을 느꼈다면 그건 제 얼굴 때문이 아니에요. 제가 가진 생각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저를 멋있게 보이게 하는 것 같아요. 

Q 자신감이 팽만해요.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저는 24시간 내내 저만 생각해요.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엔 별로 관심 없어요. 남에게 불편도 안 주고, 딱히 호의도 안 줘요. 저와 관련된 것 외엔 신경을 잘 안 써요. 

Q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 거예요?

원래 그랬을 거예요. 돌아보면 어릴 때도 항상 그랬어요. 혼자만의 공간에서 저 자신에 대해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애였어요. 어른들이 “남 신경 쓰지 말고 니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하잖아요. 그걸 실천하려고 하다가 버릇이 된 것 같아요. 

 

 

 

 

총 모양 프린트의 봄버 재킷과 팬츠는 Andy&Debb, 실버 반지와 팔찌는 H.R.,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자기 자신에 대한 공상? 예를 들면?

A 글쎄요. 기억나는 건… 돈 많이 벌면, 뭐 이런 걸로 시작되는 판타지. 유년 시절에.

Q 돈을 왜 많이 벌고 싶었어요?

A 돈이 많으면 좋잖아요. 자식들한테도 물려주고, 뭐 불편함 없이 살면 좋죠. 저는 사람이 좋은 환경에서 나고 자라면 영혼도 고급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안 좋은 걸 많이 보고 살아서, 그게 저를 좀 괴롭힐 때가 있어요. 제가 돈을 많이 번다는 말, 쾌적한 집, 이런 얘길 자꾸 하는 건 제 가족이나 제 지인들의 영혼이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예요. 

Q 요즘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 아시아 모델을 많이 내세우고 있어요. 특히 한국 모델이나 셀러브리티들. 이 흐름의 이유가 뭘까요? 

A 아시아 구매층이 많기 때문이죠. 이유는 그것뿐이에요. 최적의 수확을 위한 계산이고 투자인 거죠. 미의 기준이 바뀌었다든지 그런 극적인 이유는 절대 아니에요. 아시아에서 백인이 미의 기준이 될 수 없듯, 미국이나 유럽에서 동양인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될 수는 없어요. 

Q 올해 보테가 베네타 S/S 시즌 지면 광고 촬영이 꽤 화제가 됐어요. 

A 저는 크게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에이전시에서 브랜드 측에 제 프로필을 보냈고, 캐스팅되어 촬영했고. 

Q 전 세계의 어마어마한 모델들을 제치고 뽑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A 그들한테 안 꿀리니까요. 저도 어마어마하니까요.

 

 

 

 

컬러 그러데이션 슈트는 Sewing Boundaries, 블랙 터틀넥은 Love Moschino, 빈티지한 실버 반지는 H.R., 구두는 Emporio Armani 제품

 

 

 

Q 박성진의 다음은 뭘까요? 

A 모델이 왜… 무언가를 준비하기 이전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말인지 아세요? 그러니까, 모델이 왜 어떤 ‘다음’을 위한 전 단계인 거죠? 제가 계속 모델이라는 직업만 가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위한 전 단계는 아니에요. 

Q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많은 모델이 훌륭한 배우가 됐고, 대중은 매력적인 셀러브리티를 더 자주, 많이, 깊이 만나길 원하니까. 

A 저는 배우라는 직업도, 배우가 된 사람도 존경하고 존중해요. 그런데 저는 못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아니에요. 연기를 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본 적도 없어요. 

그냥 저는 사람들이 저를 모델로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뭘 할지 관심을 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저한테 이 직업은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거치는 등용문이 아니에요. 

Q 언젠가는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고, 어느 날 문득 그만 하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A 앞일을 걱정하면 사람은 모험을 못해요. ‘나는 무조건 잘될 거야’라고 자신한테 믿음을 가지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미래를 위해 5년, 10년 계획을 미리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를 과정으로 소모하고, 그래야 성공하고.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하잖아요? 저는 그게 개소리라고 생각해요. 자기를 믿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고 본인이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으면 잘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보낸 그 하루가 성공이고, 결과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제가 좀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그런 계획 같은 거 없이도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모델 일을 시작했다고 했어요. 지금은 무엇 때문에 하나요? 

A 마음의 평화요.

Q 마음의 평화가 없어요? 

A 대체로는 있어요. 가끔 가질 수 없는 걸 욕심 낼 때 깨지죠. 

Q 가질 수 없는 게 뭔데요?

A 주로 허황된 거죠. 

Q 스님이랑 선문답하는 거 같아요. 

A 제 인생을 그래프로 그린다고 하면, 들쑥날쑥할 거예요. 지나온 날 중에 보통 날, 그럭저럭 보낸 날이 별로 없었어요. 풍파가 많아서 제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Q 뭔가를 이뤘을 때, 어떤 사람일까요?

A 그냥, 꼭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고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쟁쟁한 회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때, 그 사례가 되는 모델 중 한 명이 저였으면 좋겠어요. 저랑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누군가한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싶어요.

Q 24시간 자기만 생각한다면서요. 그런 일에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A 그냥 부유한 가정이나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이 아닌데도 제 길을 잘 만든 사람이 되고 싶은 거예요. 물론 살아남는 방법은 가지각색이고, 자기 삶은 각자 알아서 사는 거지만. 저랑 비슷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우연히라도 저라는 사람을 알게 돼서, 1등이 아니어도, 소위 말하는 엄친아가 아니어도 자신감 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근데 돈을 기부한다거나, 재능을 기여한다거나 뭐 그런 거엔 관심 없어요. 

 

 

 

By Lee Eunjin, Fashion & Beauty Editor 

By Ryu Jin, Feature Editor

Styling by Cho Yunehee 

Makeup by Kim Mijung

Assistant Editor Park Wonjung 

 

CREDIT

EDITOR / 이은진, 류진 / PHOTO / 김욱 / 東方流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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