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난 한국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사람들이 현대자동차를 꼽는 날이 오길 바랐다. 세계적으로 많은 차를 팔고, 모터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좋은 차를 저렴하게 공급해 이익을 환원하는 기업으로 현대차에 대한 자부심을 안겨달라고 당부하고 싶었다. 현대차가 지금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사람들의 유별난 충성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현대차를 상상하긴 어렵다. 현대차가 지금은 비록 해외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그 발판이 됐던 건 분명 국내시장에서의 지지와 성공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현대자동차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한국에서였다. 사람들은 수출용 현대차와 국내용 현대차의 안전성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강판마저 달라 부식률이 차이가 나고, 에어백도 해외에 더 좋은 걸 쓰며, 품질보증도 더 오래 해준다고 알려졌다. 그러면서 가격마저 해외가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이른바 ‘역차별 논란’이었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호갱님’이라고 비하했다. 기껏 키워줬더니 죽 쒀서 개 준 꼴이 됐다고 자조했다.

붉은색은 미국에서 공수한 미국 앨러배마산 쏘나타 2.0터보다. 파란색은 울산 공장에서 가져온 국내산 쏘나타 2.0 터보다. 공식적으로는 두 차의 테스트 결과치가 같았다.

그 무렵부터 국내 수입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판매량은 여전히 독보적이었지만 비중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위기의식도 공공연히 감지됐다. 지난 8월 22일 인천 송도에서 두 대의 쏘나타가 처참하게 충돌했던 게 바로 현대차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미국 앨러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쏘나타와 울산 공장에서 만든 쏘나타의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였다. 현장에서 지켜보는데 마음이 짠했다. ‘왜 하필 지금일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삼성동 토지 매입 후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가 1년도 넘게 회복이 안 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5퍼센트 성장한 내수시장에선 유일하게 판매량이 떨어진(-1.6퍼센트) 브랜드로 기록됐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퍼센트 포인트 떨어진 44.9퍼센트로 집계됐다. 해외시장도 어렵다. 올해 7월까지 북미와 중국시장 점유율은 각각 0.1퍼센트, 1퍼센트 떨어졌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약 7000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0.9퍼센트 포인트 떨어진 7.6퍼센트로 나타났다. 강한 달러와 약한 엔화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결과라 해도 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실적이다. 현대차는 그런 지금에야 고객과 소통하겠다고 나섰다. 1년만 빨랐어도 훨씬 효과적이었지 싶다. 박살난 쏘나타만 애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