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한국 내 시장 점유율 확대 의지는 현대·기아차의 안방을 흔들어 긴장감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다.

올해 상반기 독일 내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4.8퍼센트. 반면 폭스바겐의 한국 내 점유율은 지난해 1.8퍼센트를 넘었다. 2013년 점유율이 0.6퍼센트였으니 1퍼센트 돌파는 꽤 의미심장한 숫자다. 그리고 상반기는 지난해보다 점유율이 더 늘었다.

잠깐,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안이 있다. 바로 점유율의 흐름이다. 먼저 현대·기아차의 독일 내 성장세는 예전 같지 않다. 한때 기록으로 뉴스가 될 만큼 성장세가 두드러졌지만 요즘은 주춤하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상한가를 치는 중이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대·기아차의 경쟁자는 많다. 북미를 비롯해 중국, 브라질 등 굵직한 시장에선 언제나 토요타와 숫자 싸움을 벌인다. 특히 북미는 현대·기아차가 토요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유럽은 다르다. 폭스바겐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폭스바겐은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토요타 등의 일본차도 쉽게 막아낸다. 그러니 폭스바겐을 경쟁 리스트에 담고 제품 가격도 폭스바겐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짠다.

그러자 폭스바겐도 한국 시장에 적극적이다. 초반 수입차여서 비교적 높게 설정했던 가격은 어느새 국산차만큼 떨어뜨렸고, 골프와 티구안 등을 앞세워 한국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심지어 폭스바겐 또한 독일 내 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한국 내 5퍼센트 점유율을 공언한다. 한국에서 폭스바겐이 5퍼센트를 점유하려면 연간 8만대가 되고, 승용차만 놓고 보면 점유율이 7퍼센트에 달하는 숫자다. 단순히 수입차가 아니라 매우 비중 높은 자동차 회사가 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이미 그렇게 돼가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을 포함하면 폭스바겐 그룹의 한국 내 위상은 쉽게 건드리지 못할 정도다. 글로벌 판매 1위의 저력이 한국에서도 여실히 나타나는 셈이다.

폭스바겐의 욕심은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최근 스코다(Skoda)의 한국 진출이 확인됐다. 폭스바겐이 둔 스코다를 인수한 건 1999년이다. 15년이 흐르는 동안 스코다 DNA를 폭스바겐으로 바꾼 뒤 현대·기아차의 껄끄러운 상대로 한국 시장에 투입하는 작전이다.

스코다 한국 진출의 또 다른 배경은 폭스바겐 그룹의 한국 내 위상이다. 폭스바겐 그룹 차원에서 보면 폭스바겐 외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만, 스카니아 등 국내 시장에 산하 여러 브랜드가 사업을 펼치는 만큼 스코다 진입이 그룹의 위상을 강화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더불어 브랜드 대중화도 필요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국산차와 직접 경쟁할 대중 브랜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뜻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이 점을 분명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 스코다가 한국에 진출하면 ‘저렴한 폭스바겐’ 이미지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및 외형만 다른 ‘형제 폭스바겐’의 후광을 스코다에 입힌다는 얘기다.

물론 스코다 진출에 현대·기아는 아직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유럽에서 스코다는 현대·기아차의 상대가 되지 않아서다. 오히려 유럽 생산 제품의 현지 판매를 독려, 폭스바겐 발목(?)을 잡는 일에 치중한다. 폭스바겐이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내놓으면 곧이어 현대차도 경쟁 제품을 등장시킨다. 유럽 공략을 위해 시장도 면밀히 조사했고, 유럽 취향도 꾸준히 연구해왔다. 폭스바겐이 한국에 수입차로서 발을 디딜 때 현대·기아차는 공장을 만들어 대규모 침투 작전을 펼쳤다. 그리고 침투가 효과를 발휘해 폭스바겐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했다.

그렇게 보면 폭스바겐의 한국 내 시장 점유율 확대 의지는 현대·기아차의 발빠른 유럽 추격이 불을 붙였다. 현대·기아차의 안방을 흔들어 긴장감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다. 한때 토요타가 현대·기아차와 가격차를 좁히며 국내 시장을 넘본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나 렉서스와 달리 토요타는 아직 현대·기아의 아성을 흔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다르다. 일단 정서적으로 일본차와 달리 소비자들의 반감이 없다. 그리고 최근 독일의 국가 이미지도 한몫 거든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만든 기계제품에 한국 소비자들이 호감을 보낸다는 의미다.

물론 현대·기아차도 방어선 구축이 한창이다. 상품성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 더불어 폭스바겐의 비싼 서비스 비용도 공략한다. 최근 노조를 설득해 365일 쉬지 않는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은 만족하되 여전히 서비스에 높은 불만을 지닌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의지다.

그럼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번 불어 닥친 폭스바겐의 바람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식기는커녕 오히려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이다. 실제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가 이런 말을 건넸다. “물량이 들어오면 판매사마다 서로 배정해달라고 엄청난 요구를 합니다. 그래서 독일 본사도 한국 물량을 우선 배정합니다. 시장이 성장할 때 확고하게 지배력을 갖겠다는 거죠.” 맞는 말이다. 현대·기아차의 지배력이 떨어질 때 폭스바겐은 틈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어떤 방법을 활용해야 할까? 내수 방어와 동시에 독일 입지 확대를 고려해 이중 전략을 짜야 한다. 내수에선 상품성을 더욱 강화하되 가격을 고민해야 한다. 반면 유럽은 현지 전략 제품을 더 늘려야 한다. 한국과 독일, 나아가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비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지만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폭스바겐의 폭풍 공세를 막지 못하면 내수는 손쉽게 무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