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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PICK_Car&Tech

어디가 바뀐 거지?

왜 최근에 나오는 신차들의 디자인은 크게 바뀌는 것이 없는가

2015.09.10

 

 

 "디자인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건 신차의 개발 시간과 투입 인원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선 퀴즈 하나. 최근의 완전변경 모델들, 즉 기아 K5, BMW 7시리즈, 아우디 A4와 TT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이들의 외관 디자인이 이전 세대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인터넷상에서도 이 차들의 디자인에 관한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물론 기아 K5의 경우 1세대 디자인이 워낙 완성도가 높아 기아차 임직원들은 ‘모나리자를 손보는 듯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에 보수적인 변화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외의 독일 브랜드들이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바꾸지 않은 이유는 현재 새롭게 변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 BMW의 기함인 7시리즈를 보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될 이번 6세대 모델은 이전 세대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1977년부터 꾸준히 혁신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던 양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신형 7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관보다 보이지 않는 내부의 변화가 매우 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천장과 B필러, C필러 등 차체에 대거 적용한 것이다. 덕분에 무게가 129킬로그램이나 줄었고 강성은 더욱 강해졌다. 인테리어는 벤틀리급으로 매우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졌다. 그동안 고집해오던 독일 바우하우스풍의 직선적이고 절제된 실내 디자인이 좀 더 풍성해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 기술적 옵션이 매우 강화됐다. 레이저 헤드라이트, 더욱 커진 HUD, 손짓으로 컨트롤이 가능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리모트 컨트롤 주차 시스템 등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첨단 기능이 대거 투입됐다.

즉 신형 7시리즈의 외관은 기존 5세대의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수준에서 멈추었고 그 대신 자동차의 골격 등을 경량화해 연비 향상을 꾀했다. 인테리어의 럭셔리 수준은 한 단계 올렸으며, 기능 면에서는 그동안 개발한 최첨단 기술들을 모두 쏟아 넣었다. 외관 디자인 업그레이드에 드는 비용을 앞서 말한 3가지 분야에 대신 투자한 것이다. 비단 7시리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우디의 신형 A4와 TT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분위기는 소비자와 정부의 요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실 최근의 자동차 외관 디자인을 보면 전 세계 소비자들의 호불호를 최대한 고려해 되도록 많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신형 포드 링컨 컨티넨탈 콘셉트의 디자인이 벤틀리를, 포드 익스플로러가 이전 자회사였던 랜드로버의 디자인을 따라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즉 세계화가 빨라지면서 각 지역 간의 시장적 차별화는 소멸하고 전 세계 소비자들의 취향 또한 비슷해지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차별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가들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요구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또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영진의 판단이 잦아짐에 따라 브랜드를 막론하고 디자인의 유사성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벤치마킹은 도의적인 수준을 넘어 절도에 가깝게 이뤄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벤치마킹과 베끼는 것은 다르다.

여기에 선진국 정부들의 연비 향상 요구가 더해지면서 내실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정부들은 매년 신차의 연비를 규제하면서 그 정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따라서 차체 경량화와 배기량의 소형화, 그리고 터보차저의 대중화 등이 일어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욕심 많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각종 IT 기술을 자동차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길 원한다. 이 모든 수요를 원가에 반영한다면 아마 대규모의 자동차 인플레이션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고 지구상에는 몇 안 되는 회사들만 남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현대·기아차의 독식 구조 덕분에 가격 인상이 쉬웠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입차 판매량이 매년 20~30퍼센트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상 폭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복잡해지는 자동차 개발 방정식에서 새롭게 추가된 변수들까지 고려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디자인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신차의 개발 시간과 투입 인원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BMW 7시리즈와 아우디 A4의 디자인 진화가 멈춘 것만 같은 느낌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디자인 업그레이드에서 아낀 비용으로 새로운 부품과 기술을 도입해 연비와 편의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어떻게 해서 지난해 S 클래스의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숨어 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다른 독일 브랜드와 달리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다. 치열한 수입차 시장에서 이와 같은 행보는 다소 의외였는데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사의 브랜드 파워를 강하게 믿었기 때문이다. 즉 메르세데스 벤츠는 ‘벤츠니까’ 가격이 올라도 살 사람들은 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이들의 선택은 옳았고 올해 상반기 S 클래스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현대 에쿠스보다 1.5배가 많다.

하지만 S 클래스는 E2 세그먼트에서는 절대 강자지만 그 아래 세그먼트에서는 BMW, 아우디와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S 클래스의 디자인을 올해 출시한 신형 C 클래스와 내년 출시를 앞둔 E 클래스에 매우 유사하게 적용했다. 즉 S 클래스의 외관 디자인을 아래 세그먼트 차종에도 적용함으로써 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약했고, 좀 더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원했던 수요층도 제대로 공략했다. 이처럼 요즘 신차들의 외관 디자인에 다소 힘이 빠진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러한 완성차 업체들의 다양한 고민이 반영된 때문이 아닌지 생각된다.

 

CREDIT

EDITOR / 박상원(자동차 칼럼니스트) / PHOTO / 일러스트레이션 전호석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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